
겨울이 시작되면서 급격하게 추워진 날씨에 밖에 나가기도 무서운 요즘, 집에서 영화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극장에서는 외면받았던 19금 영화 ‘살인자 리포트’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뜻밖의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극장에선 부진, OTT에서 반전
지난 9월 5일 처음 극장에서 공개된 '살인자 리포트'는 베테랑 기자 백선주(조여정 분)가 자신이 연쇄살인범임을 주장하는 정신과 의사 이영훈(정성일 분)으로부터 인터뷰 제안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영화는 한정된 공간에서 두 인물이 주고받는 대화로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밀실 스릴러라는 점에서 한국 영화계에서는 드물게 시도된 장르라는 평가를 받았다.
관람객들은 작품이 보여준 새로운 장르적 시도와 배우들의 연기에 주목했다. 장소 이동 없이 거의 한 공간에서 대화만으로 전개되는 밀도 높은 전개, 배우들의 연기력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몰입감과 긴장감을 선사한다는 평가다.

특히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는 긴장감과 함께 영화적 리듬이 어우러져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관객들은 "숨 막힐 정도로 몰입됐다",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호평에도 불구하고 극장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약 55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지만 손익분기점인 120만 명에는 크게 못 미치는 36만 명의 관객만을 모으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많은 관람객들은 작품의 19세 이상 관람 등급이 관객층을 좁혔다고 지적한다. 자극적인 장면이나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관람 등급을 받은 점이 오히려 흥행에 걸림돌이 됐다는 의견이다. 만약 15세 이상 관람가로 개봉됐다면 더 많은 관객이 찾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OTT가 만든 새로운 흥행 공식
이렇듯 극장에서 부진했던 '살인자 리포트'는 온라인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최근 뜻밖의 재조명을 받았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직후 국내외 인기작들을 제치고 곧바로 인기 영화 순위 1위에 올랐다. '전지적 독자 시점', '악마가 이사왔다' 등 국내 인기 콘텐츠는 물론, 다양한 외국 작품들을 제치고 최상위에 랭크됐다.

이 같은 역주행은 넷플릭스 플랫폼의 특성과도 맞물려 있다. 넷플릭스 알고리즘이 해당 장르를 선호하는 이용자들에게 '살인자 리포트'를 적극적으로 추천하면서 더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극장에서 직접 시간과 비용을 들여 영화를 보기 망설였던 이들도 집에서는 구독료만 내면 부담 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덕분에 극장에서 주목받지 못한 영화라도 OTT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실제로 최근 극장에서 흥행에 실패했던 영화들이 OTT 공개 후 재조명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살인자 리포트'에 이어 저예산 신작 영화 '고백의 역사'도 넷플릭스 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 화제작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제치고 1위에 오르는 등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OTT 구독료는 영화관에서 티켓과 간식을 포함해 1인당 약 3만 원이 드는 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만큼 집에서 부담 없이 다양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극장 흥행에 실패한 작품도 다시 주목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극장에서 외면받았던 작품이나 가능성이 낮은 영화들에도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비출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영화의 성공 공식이 더 이상 극장 흥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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