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과 관료주의, 로마 제국을 파멸로 이끈 주범
이규희 2026. 6. 6. 06:03
복잡 사회의 붕괴/조지프 A. 테인터/이대희 옮김/에코리브르/3만5000원
로마제국은 왜 몰락했을까. 마야문명은 어째서 거대한 도시를 뒤로하고 사라졌을까. 문명의 흥망은 수없이 반복됐지만, 그 원인을 설명하는 방식은 대체로 비슷했다. 외적 침입, 기후변화, 정치 부패, 지도자의 무능 같은 요인들이다. 미국 인류학자인 저자가 1988년 출간한 이 책은 이러한 통념에 도전하며 문명 붕괴 연구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 국내 번역본으로 소개됐던 이 책이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출간됐다.
저자는 문명은 외부 충격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복잡해진 나머지 스스로 붕괴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회를 하나의 문제 해결 시스템으로 본다.

인구가 늘고 경제가 성장하면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사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행정 조직과 법률, 전문가 집단, 군사력, 인프라를 구축한다. 초기에는 이러한 복잡성이 효과를 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양상이 달라진다. 새로운 관료조직을 추가하는 데 드는 비용은 증가하는 반면 그로부터 얻는 편익은 줄어든다. 경제학의 한계 수확 체감 법칙이 사회 전체에 적용되는 것이다. 세금은 치솟고 행정은 비대해지며 사회 유지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결국 복잡한 체계를 지탱할 에너지와 자원이 부족해지고, 사회는 붕괴하거나 보다 단순한 형태로 축소된다.
저자는 이러한 붕괴를 비극으로 보지 않는다. 붕괴는 복잡 사회에 투자해도 더 이상 이익을 볼 수 없을 때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효율화의 과정일 뿐이다. 어떤 집단에게는 재앙이지만, 다른 집단에게는 과도한 부담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다. 로마제국의 몰락 이후 거대한 행정체계는 사라졌지만, 지역 공동체들은 오히려 더 낮은 비용으로 생존할 수 있었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당대의 산업사회가 붕괴 경로를 따를지 논했다. 초연결된 글로벌 공급망, 비대해진 행정체계, 끝없이 늘어나는 규제와 부채, 에너지 문제까지. 오늘의 세계는 저자가 말한 ‘복잡성의 함정’에 한층 더 가까워 보인다. 책은 문명의 흥망을 설명하는 고전이면서 동시에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강력한 렌즈를 제공한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얼음창고 노동자에서 억대 몸값으로, 박지현의 8년이 증명한 것
- “정말 많이 사랑했구나”…남편 먼저 떠나보낸 김영옥·나문희·김혜자의 고백
- 난자 채취만 24번…한영·박군 부부가 ‘시험관 중단’으로 증명한 진짜 행복
- 8번의 낙방 견디고, 컷트 9000원…‘쥬얼리’ 이지현이 가위 든 이유
- 회당 4000만원 벌던 한혜진, 현금다발을 냉장고에 숨겼던 속사정
- “지성이가 해설하고 민재는 수비하고”…‘월클’ 제자들 지켜본 스승의 함박웃음
- ‘시부야 월세만 매달 3억’…1300억 건물주 장근석의 자산 관리법
- “‘캥거루’가 아니라 ‘전업자녀’입니다”…월급 대신 용돈 50만원
- 가지고만 있었을 뿐인데…신봉선·황보라·미미, 뜻밖의 ‘금테크’ 성공담
- 배우 손승원 법정구속…“건강했던 체육교사, 화이자 맞고 사망” [금주의 사건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