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셰일업체 다이아몬드백, 경쟁사 엔데버 인수…업계 대형 M&A 열풍
미국 셰일업체인 다이아몬드백 에너지가 경쟁사인 엔데버 에너지 리소시스를 인수해 미국 최대 유전인 퍼미안 분지에서의 입지를 강화한다. 이번 거래는 지난해부터 미국 에너지업체들이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다이아몬드백 에너지는 엔데버 에너지 리소시스를 부채 포함 260억달러(약 34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다이아몬드백은 이번 인수를 위해 엔데버에 주식 1억1730만주와 현금 80억달러를 지급할 예정이다.
키뱅크 캐피털 마켓의 팀 레즈반 애널리스트는 “다이아몬드백의 자본 대비 부채율이 23%로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대규모의 현금을 지급한 후에도 강력한 대차대조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트래비스 스타이스 다이아몬드백 최고경영자(CEO)는 “이 결합은 가시적인 시너지 효과가 있는 건전한 산업 논리, 통합 자본 배분의 개선과 중장기적인 재무적 이익 등 성공적인 조합을 위해 필요한 모든 기준을 충족시킨다”며 “다이아몬드백은 단순히 규모가 커질 뿐만 아니라 더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엔데버는 45년 전 석유 사업가 오트리 스티븐스가 설립한 기업으로 지난해 12월 매각을 결정한 바 있다. 과거 엑손모빌, 쉐브론과 코노코필립스 등 석유 공룡들이 엔데버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완료 후 스티븐스와 다른 엔데버 주주들은 합병 회사의 지분 39.5%를 갖게 된다.
랜스 로버트슨 엔데버 CEO는 이번 거래를 통해 “퍼미안 지역의 미드랜드에 중점을 두는 최고의 기업을 구축함에 따라 결합된 사업을 확장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창출하며 장기적인 성공을 거두도록 새로운 기업의 위치를 보장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합병이 완료되면 다이아몬드백의 시가총액은 530억달러(약 70조4000억원)가 된다. 합병 기업은 서부 텍사스와 뉴멕시코에 걸쳐 있는 퍼미안 분지에서 최대 에너지 생산업체 중 하나로 등극하게 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합병 기업의 일일 석유 및 가스 생산량은 81만6000배럴로 추산된다. 이는 엑손모빌의 130만배럴과 쉐브론의 86만7000배럴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합병 기업은 파이어니어 리소시스 외에 퍼미안 분지에서만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가 된다. 에너지정보업체 엔버스의 앤드류 디트마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상황이 결합된 기업을 “월가에서 매우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어줄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또 “다이아몬드백이 미드랜드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도 사업을 현지에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엔데버 팀의 전환을 원활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했다.
피커링 에너지 파트너스의 댄 피커링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다이아몬드백과 엔데버가 서로의 자산을 보완해 줘서 합병 기업이 보다 효율적으로 원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이아몬드백 주가는 9.38% 오른 165.98달러를 기록하며 S&P500지수 편입 종목 중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보통 M&A 발표 후 인수하는 기업의 주가는 하락하고 피인수 기업의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데버 에너지는 0.75% 오르는데 그쳤다.
다이아몬드백이 엔데버를 인수하기로 하며 최근 셰일업체의 M&A 거래액 규모는 1500억달러로 늘어났다. 엑손모빌은 지난해 10월 셰일업체인 파이어니어 리소시스를 595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고 쉐브론은 석유 탐사 기업 헤스 코퍼레이션을 53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이 셰일 시추업체 크라운록을 12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 체서피크에너지는 지난달 천연가스 기업 사우스웨스턴에너지를 7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석유기업들이 미래의 시추 부지를 확보하고 현금흐름을 견고하게 만들어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앞다퉈 나서고 있다”며 “이로 인한 영향은 생산량이 급증해서 전 세계 원유 공급을 억제하고 가격을 지지하려는 오펙+의 노력을 도전하고 있는 퍼미안 분지와 먼 곳에서도 느껴질 것”으로 분석했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