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AI]③ 한국투자증권, 생산성 중심 실전 적용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 제공=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인공지능(AI)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단계로 진입하며 국내 증권사 AI 경쟁에서 '실행형 전략'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수 증권사가 AI 도입 선언이나 실험 단계에 머무르는 것과 달리 한투증권은 조직 운영과 고객 서비스 전반에서 생산성 개선 효과를 직접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한투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출범한 AI 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발굴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초기 단계부터 단순 기술 도입이 아닌 비즈니스 차별화와 생산성 제고를 목표로 통합 전략을 수립해 실행 중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AI 프라이빗뱅킹(PB), AI 트레이더, AI 어시스턴트, AI 파운데이션 등 네 개 핵심 영역을 중심으로 과제를 선별해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고객 서비스와 내부 업무 효율을 동시에 개선하는 이중 구조 전략이다.

가장 빠르게 변화가 나타나는 분야는 PB 부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리포트를 AI가 실시간으로 요약하고 분석해 PB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고객 상담 속도와 정보 전달 정확도를 동시에 높였다. 기존에는 PB 개인 역량에 따라 정보 처리 속도 차이가 발생했지만 AI 도입 이후에는 분석 품질이 표준화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이는 AI를 업무 보조 도구가 아니라 영업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한 사례로 해석된다.

영업 조직에서도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회사는 우수 직원들의 상담 패턴과 고객 응대 데이터를 분석해 공유하는 AI 기반 영업 코칭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개인 경험과 노하우에 의존하던 영업 역량을 데이터 기반 조직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증권사 영업 경쟁력이 개인 역량에서 조직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레이딩 영역에서도 기술 적용 속도가 빠르다. 한투증권은 오픈 트레이딩 API 기반 프로그램 제작 환경을 구축해 투자자와 개발자가 직접 알고리즘 매매 전략을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인프라를 기반으로 AI 트레이딩 에이전트 개발에도 착수했다. 시장 데이터 분석과 전략 실행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트레이딩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증권사가 자체 플랫폼을 외부 개발자에게 개방하는 방식은 기술 생태계를 활용한 확장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내부 업무 효율화 측면에서도 AI 적용이 진행 중이다. 개발 조직에는 코딩 지원 도구를 도입해 프로그램 작성 속도를 높였고 사내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된 전사 AI 플랫폼 구축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 특유의 망분리 규제를 고려해 업무망 기반 환경에서 AI를 활용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보안과 규제를 동시에 충족하면서 생산성을 개선하려는 현실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다만 한투증권의 AI 전략 역시 아직 완성 단계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성과는 주로 업무 효율과 생산성 개선에 집중돼 있으며 AI가 투자 의사결정 자체를 대체하는 수준까지 확대되지는 않았다. 증권업 특성상 책임 소재와 규제 문제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AI의 판단 권한을 제한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한투증권의 전략 방향을 주목하고 있다. AI를 미래 기술이 아니라 현재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실용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는 기술 도입 속도보다 실제 활용 성과를 중시하는 접근 방식으로 향후 증권사 AI 경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증권사 AI 경쟁은 기술 수준보다 실제 업무에 얼마나 적용됐는지가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며 "한투증권처럼 생산성 개선 효과를 먼저 만들어낸 회사가 향후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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