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영상, 텍스트 몇줄이면 뚝딱? … 도자기 빚듯 섬세한 문장력 필요"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2026. 5. 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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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콘텐츠 기업 '프리윌루전' 권한슬 대표
미세한 수정 어려운 AI영상엔
상상 구현할 글쓰기 능력 필요
한국 특유의 창작방식 살리면
AI영상 분야서도 경쟁력 충분

한 교회 건물에서 여자 주인공이 노래를 읊조린다. 멜로디에 맞춰 노래를 부르자 괴물이 나타나고, 세상은 잿더미로 변한다. 괴물 군단이 나타나 온 동네를 불태우고, 수십 개의 운석이 곳곳을 파괴한다.

국내 인공지능(AI) 영상 업체 프리윌루전이 2024년 제작·발표한 단편 영화 '멸망의 시'의 한 장면이다. 영상의 모든 요소가 AI로 만들어진 뮤지컬 형식으로, AI 영상 업계에는 가장 앞서나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권한슬 프리윌루전 대표는 "'멸망의 시'는 가장 뿌듯한 작품 중 하나"라며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고 했다.

AI 기술이 영화업계, 나아가 문화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대본 작업부터 마지막 영상 편집 단계까지 수백억 원의 비용과 몇 년의 시간이 걸릴 일을 이제 AI로 절반 이상 단축할 수 있다. 권 대표는 "영상 퀄리티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절반 정도의 인력으로 제작비 70% 정도는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권 대표는 "아직 AI 영상이 완전히 고퀄리티는 아니지만 최소 2년 안에 다 해결될 것으로 본다"며 "나중에는 사람들이 AI 영상인지를 따지지 않고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중에게 중요한 건 결국 기술이 아니라 재미이기 때문이다.

침체에 빠진 영화계에도 AI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영화계는 전반적인 하락 국면에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 매출은 전년 대비 12.4% 감소했고, 관객 수도 13.8% 줄었다.

권 대표는 "흥행이 안 되니 투자가 줄고, 그럼 관객이 또 줄어드는 악순환이 있다"며 "AI는 영화 제작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 맞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적은 비용으로도 좋은 영화를 만들어 투자와 흥행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AI 영상은 법적으로도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 미국에서는 배우, 작가, 방송인 등이 AI 활용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파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권 대표는 "일어날 일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영상업계의 AI 전환은 외면할 수 없는 흐름이고,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새로운 산업이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권 대표는 한국이 AI 영상 제작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시장은 안목이 좋고 섬세하기 때문에 콘텐츠의 만듦새가 좋은 것"이라며 "이러한 기반과 창작 방식을 살리면 AI 영상 분야에서도 금세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했다.

관련 시장이 생긴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미국 등 선진국의 수준도 대체로 비슷하다.

겉으로는 AI 영상 제작이 텍스트 몇 줄 넣으면 끝나는 자동화 작업처럼 보이지만, 실제 제작 과정은 전혀 다르다.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수백 개 컷을 생성하고, 선별과 수정, 재구성을 반복한다. 현재 AI는 미세 수정이 안 되기 때문에 수정할 게 있으면 컷을 통째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권 대표는 "장인이 도자기 굽는 것과 같다"며 "무엇을 선택하고 버릴지 판단하는 인간의 안목이 핵심"이라고 했다.

이에 AI 시대 문화 산업의 경쟁력은 AI 성능이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과 사고력에 달려 있다는 게 권 대표의 결론이다. 그는 "AI 영상 제작의 핵심은 문장력"이라며 "오히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더 유리하다"고 했다. AI 영상 제작사가 내놓는 화려한 결과물 뒤에는 결국 문장을 통해 장면을 설계하는 힘이 있다는 설명이다.

권 대표는 "기술보다 중요한 건 예술성"이라고 강조했다. AI는 도구일 뿐이고, 도구를 활용해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가 AI 시대에도 변치 않는 창작자의 역할인 셈이다. 그는 "기술을 얼마나 잘 쓰는지는 후순위"라며 "편집을 통해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싶은지, 어떻게 컷을 연결해 맥락을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최원석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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