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산 원유 제재 유예 /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산 원유 제재를 풀면서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으면 발전소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하는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NBC 방송에 출연해 “이란 원유가 중국 대신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로 간다면 우리 상황이 더 나아진다”며 다음 달 19일까지 1억 4천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 제재 유예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트럼프는 이란 최대 규모 발전소 공격 카드를 꺼내들었다.
제재 풀고 폭격 위협… 트럼프의 ‘양면 전략’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출처 : 연합뉴스
이란에 최대 140억 달러(약 21조 원) 수익을 안길 수 있는 제재 해제와 군사 위협을 동시에 추진하는 이 모순적 행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거래형 외교’ 본질을 드러낸다.
베선트 장관은 “때로는 긴장 완화를 위해 긴장을 고조시켜야 한다”며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정책들이 “서로 배타적인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워싱턴 외교가에선 단기 유가 안정과 장기 핵확산 방지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정책 일관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들은 이란산 원유를 정상가로 구매할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이라는 이중 리스크에 직면했다.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가 “대통령은 장난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발전소 공격 가능성을 강조한 것은 군사 옵션이 실제 테이블 위에 있음을 시사한다.
“50일 참으면 50년 안정”… 말뿐인 장기 비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 출처 : 연합뉴스
베선트 장관의 발언에서 드러난 핵심 논리는 중국 견제다. 그는 이란 원유가 그동안 중국에 할인가로 팔렸지만, 이제 한국·일본·인도네시아 등 미국 동맹·파트너 국가들이 구매하면 지정학적 이익이 증대된다고 주장했다.
제재로 묶여 있던 러시아산 원유 수억 배럴도 해제를 검토 중이다. 2~3주간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물량이지만, 이란 정권에 자금줄을 열어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베선트는 이란이 얻을 140억 달러 추정치를 “과도한 수치”라며 일축했지만, 구체적인 반박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50일간 일시적 유가 상승을 감내하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는 50년간 가격 안정을 얻는다”는 장기 비전을 제시했으나, 30일인지 100일인지도 모른다며 불확실성을 인정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 경제 지표(유가)와 장기 안보 목표(비핵화) 사이에서 명확한 전략적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한국, 싼 기름 살 수 있지만… 해협 막히면 직격탄

호르무즈 해협 / 출처 : 연합뉴스
베선트 장관이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들 국가가 이란산 원유의 주요 잠재 구매자임을 의미한다.
중국이 할인가로 독점 구매하던 물량이 정상 시장으로 나오면서, 아시아 동맹국들은 단기적으로 원유 도입 선택지가 넓어지는 이점을 얻는다. 4월 19일까지 제재 유예 기간 동안 최대 1억 4천만 배럴이 시장에 공급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은 중동발 원유 공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의 불안정성을 높인다. 실제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 유가는 급등할 수밖에 없고, 한국 등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이중 타격을 받게 된다.
베선트가 “미국 국민들은 안보 없이 번영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일시적 유가 상승을 정당화한 것은, 동맹국들에게도 같은 ‘인내’를 요구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향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이란 긴장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들의 에너지 안보 전략도 재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