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해라고?" 1년 기다려야 하는 2천만 원대 국민 車

"이케아 갈 건데 레이 좀 빌려주세요." 기아 레이 EV를 보유한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이사할 때도, 대형 가전 살 때도 레이 EV를 찾는다. 경차인데 중형 SUV보다 짐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게 이용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기아 레이EV

문제는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레이 EV는 사실상 '품절' 상태다. 주문해도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경쟁 모델인 현대 캐스퍼 EV는 아예 1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팔수록 손해"라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얘기다.

기아 레이EV

레이 EV의 매력은 가격에서 시작된다. 보조금을 받으면 서울 기준 실구매가가 2,200만 원대로 떨어진다. 여기에 경차 혜택인 취득세 면제, 고속도로 통행료 60% 할인(올해부터 확대)까지 더해진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다. 다른 전기차들이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1,000만 원 이상 비싼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아이오닉 5나 EV6는 4,000만 원대부터 시작인데 레이 EV는 절반 수준이다.

기아 레이EV

가격만 저렴한 게 아니다. 전장 3,595mm의 경차 규격이지만 1,700mm에 달하는 높은 전고와 박스형 디자인으로 공간 활용도가 뛰어나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작은 화물차 수준의 적재공간이 나온다. 실제로 육아맘들 사이에서 "유모차, 카시트, 기저귀 박스까지 한 번에 들어간다"며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와도 여유가 있고, 캠핑용품도 충분히 실을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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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레이의 최대 약점은 출력이었다. 1.0L 70마력 엔진으로는 신호대기에서 출발할 때마다 답답함이 컸다. 고속도로 진입로에서는 아예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하지만 전기차가 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64.3kW 전기모터의 제로백은 11.2초로 기존 내연기관 레이(20초)의 절반 수준이다. "경차 맞나?" 싶을 정도로 시원시원하게 달린다.

기아 레이EV

저렴한 가격의 비밀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있다.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원가가 저렴하면서도 안전성은 더 뛰어나다. "처음에는 LFP 배터리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막상 타보니까 전혀 문제없더라"는 게 대부분 소유주들의 반응이다.

기아 레이EV

그런데 왜 자동차 회사는 이런 좋은 차를 적극적으로 팔지 않을까. 답은 간단하다.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000만 원대 가격에 이 정도 성능과 품질을 제공하려면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다. 실제로 기아도 레이 EV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다. 차라리 아이오닉5나 EV6 같은 고가 모델을 파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이익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런 '손해 보는 차'야말로 진짜 혜택이다.

기아 레이EV

물론 단점도 있다. 35.2kWh 배터리로 주행거리는 205km에 그친다. 겨울철에는 180km 미만으로 줄어들어 장거리 여행에는 부적합하다. 충전 속도도 최대 40kW로 아쉽다. 하지만 출퇴근이나 도심 주행용으로는 충분하다.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50km 안팎인 국내 운전자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아 레이EV

레이 EV는 완벽한 차는 아니다. 하지만 '국민차'로서는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합리적인 가격에 실용성까지 갖춘 전기차의 등장으로 드디어 전기차 대중화의 물꼬가 트였다. 앞으로 나트륨 배터리 같은 차세대 기술이 상용화되면 전기차는 더욱 저렴해질 것이다. 레이 EV는 그 시작점에 서 있는 의미 있는 모델이다. 엄마들이 사고 싶어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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