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받은 기프티콘 팔아요”…경기침체·고물가에 기프테크 확산

전문가 “12·3 비상계엄 선언으로 고물가 현상 장기화…기프티콘 거래 더욱 활발해질 것”
ⓒ르데스크

최근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고 있는 짠테크족 사이에서 기프테크가 확산하고 있다. 기프테크는 기프티콘과 재테크를 합친 신조어로 선물받은 기프티콘을 사용하지 않고 갖고 있다가 이를 중고거래를 통해 되파는 걸 말한다. 판매자는 안 쓰는 기프티콘을 팔아 현금화하고, 구매자는 원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알뜰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생일에 지인을 통해 치킨 기프티콘을 선물 받았는데, 주변에 해당 치킨 브랜드 매장이 없는 경우 일부러 찾아가서 먹기에도 애매하고 안 쓰기에는 아까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기프티콘 거래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이런 곤란한 상황에 놓일 일이 없다.

기프티콘 중고거래는 기프티콘 시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문화로 보인다. 실제로 기프티콘 시장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더욱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통계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e 쿠폰 서비스 거래액은 약 9조8820억원이었다. 기프티콘 거래 시장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약 5배 이상 성장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고물가로 인해 매달 7000억원씩 거래되면서 전년 대비 34.9%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온라인 e쿠폰 서비스 거래액은 올해 10조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효기간이 지난 기프티콘의 경우 금액의 일부를 환불해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프테크를 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환불의 경우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일도 다반사고 수수료도 높은 편이라 오히려 판매 가격을 낮춰서 기프티콘을 현금화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말한다.

또한 일반 중고거래 플랫폼과 달리 별도의 대화나 흥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로 손꼽힌다. 개인과 개인이 1대 1로 하는 거래가 아니다 보니 거래 신뢰도도 다른 중고 거래에 비해 높다는 점도 알뜰족들을 사로잡은 비결 중 하나다.

실제로 기프티콘 거래 플랫폼을 살펴보니 주로 이용자들이 사용하지 않거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들이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판매자는 플랫폼을 통해 이용하지 않는 기프티콘을 정가보다 약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으며 구매자 역시 본인이 필요한 기프티콘을 정가보다 약간 낮은 가격에 구할 수 있다.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4000원 상당의 기프티콘을 플랫폼에 등록해보니 약 20% 정도 저렴한 3200원에 판매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 전문가들은 12·3 계엄 선언으로 인해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며 청년층에서 이러한 거래 형태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실제로 판매되는 영화관 티켓 가격과 기프티콘 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모습. [사진=메가박스 홈페이지, 기프티스타 갈무리]

예컨대 금~일요일 영화관 메가박스의 티켓 가격은 1만5000원이다. 하지만 기프티콘 거래 사이트에서 구매하면 34% 저렴한 99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 또 4만9000원에 판매되는 피자 L사이즈와 뉴치즈, 콜라 세트는 30% 저렴한 가격인 3만43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판매자의 경우 사용하지 않을 기프티콘을 현금화해 이득을 볼 수 있고 구매자의 경우 할인가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2030세대를 신규 고객으로 사로잡고 싶어 하는 은행사들도 기프티콘 중고 거래 플랫폼과 제휴를 맺어 놓은 상태다. 지난 2020년부터 3대 기프티콘 중고 거래 플랫폼인 기프티스타와 제휴를 맺고 있는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3월 기준을 누적 사용자 수 110만 명을 넘어섰다. 신한은행 자체 결제 서비스 ‘SOL페이’와 연동해 사용하는 만큼 신규 가입자도 110만 명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안 쓰는 기프티콘을 판매한지 꽤 됐다고 밝힌 김병선 씨(31·남)는 “평소 자주 사용하지도 않는 기프티콘을 억지로 사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현금화해서 내가 필요한 것을 구매하는 게 더 좋은 것 같다”며 “필요한 기프티콘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보니 종종 해당 거래 플랫폼을 먼저 찾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개선이 된다면 이러한 방식의 거래형태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계엄 사태로 인해 경기 회복세가 더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거래 형태가 조금 더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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