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적은 혼노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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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혼노지(本能寺)에 있다." 16세기 일본 전국시대의 상징적 사건인 '혼노지의 변'에서 배신의 아이콘 '아케치 미츠히데'는 이 말을 하며 외부의 적이 아니라 자신의 주군인 오다 노부나가를 공격했다.
이번 계엄 사태는 북한 등 외부의 적 대신 국민·국회 등 내부를 향했다.
미츠히데의 "적은 혼노지에 있다"라는 명령이, "적은 국회에 있다"로 변주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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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혼노지(本能寺)에 있다." 16세기 일본 전국시대의 상징적 사건인 '혼노지의 변'에서 배신의 아이콘 '아케치 미츠히데'는 이 말을 하며 외부의 적이 아니라 자신의 주군인 오다 노부나가를 공격했다. 그러나 이 선택의 대가는 13일 만의 몰락이었다.
2024년 12월 한국의 정치 상황은 '혼노지의 변'과 닮아 있다. 이번 계엄 사태는 북한 등 외부의 적 대신 국민·국회 등 내부를 향했다. 계엄군으로 국회를 봉쇄하고 국민의 권리를 제한한 상황은, 미츠히데가 군대의 방향을 틀어 주군 노부나가를 공격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미츠히데의 "적은 혼노지에 있다"라는 명령이, "적은 국회에 있다"로 변주된 셈이다. 결과는 명확하다. 주군인 국민을 적으로 돌리면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적은 혼노지에 있다"는 말은 때때로 '적은 내부에 있다'는 교훈으로 사용된다. 미국의 통상정책, 중국의 경기둔화, 중동전쟁 등과 같이 많은 사람들은 한국 경제의 위기를 외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내부에 있다.
한국의 시가총액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해 2246조원이다. 이는 미국의 단일 기업 메타의 시가총액 2217조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창업한 지 20년밖에 되지 않은 메타의 시가총액이 한국의 모든 상장기업을 합한 것과 유사하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메타뿐만 아니라 애플(5,338조원)을 비롯하여 엔비디아, MS, 아마존 등 미국의 상위 6개 기업이 한국의 전체 시가총액을 훨씬 웃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미국의 혁신 기업들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새로운 상품과 새로운 시장에 도전했다. 반면 한국의 기업들은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기존의 하드웨어 사업을 고수하며 새로운 시장 개척에 소극적이었다.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발목을 잡는 '성공의 덫'에 빠진 것이다.
반면 글로벌 최강국인 미국은 사람으로 치면 완벽한 인체처럼 보인다. 두뇌(지식·기술 산업), 근육(군사력), 뼈대(에너지 자원), 혈관(금융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이 벤치마크해야 할 부분은 두뇌와 혈관이다. 근육과 뼈대는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지만, 두뇌와 혈관은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다.
두뇌는 지식과 기술이다. 미국은 AI(인공지능), 클라우드, 플랫폼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다. 구글, 메타, 엔비디아 등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의 경제 구조에 갇혀 있다. 하드웨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한다.
금융은 혈관이다. 자본의 흐름이 원활해야 혁신이 이루어진다. 한국의 금융 시스템은 여전히 담보 중심의 대출 구조에 갇혀 있다. 스타트업이 자본을 조달하기 어렵고, 위험을 회피하는 투자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반면, 미국의 벤처캐피털(VC) 생태계는 스타트업과 신생 기술기업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다. 구글, 아마존, 메타 모두 초기에 VC 투자를 통해 성장했다. 한국도 규제를 풀고, 금융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다시 '적은 내부에 있다'는 사실로 돌아와야 한다. 문제는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내부의 혁신역량 부족이다. 내부의 문제를 직시하고,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혼노지에도 불길이 오를지 모른다.
이윤학 전 BNK자산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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