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국내 래퍼 131명의 군 복무 현황을 정리한 표인데, 한눈에 봐도 군 면제자 비율이 꽤나 높아 보여서, 래퍼 송민호의 부실복무가 논란인 요즘, 커뮤니티에서 다시 핫해졌다.

유튜브 댓글로 “래퍼들이 유독 군 면제를 받거나 복무를 부실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사실인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일단 앞에서 보여준 표에 나오는 래퍼 131명의 군 면제 여부를 일일이 팩크체크 해봤는데, 보도된 기사 등을 토대로 확인해보니, 면제자 수가 32명으로 비율은 24%쯤 된다.

24%면 1980∼2005년생 국민 평균 면제율 8.7%의 약 3배 수준이니 굉장히 높은 게 맞긴 하다. 그러니까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군 면제를 받은 래퍼들이 국민 평균보다 많다는 건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래퍼들은 왜 이렇게 면제를 많이 받았을까. 따져보니 이해할 만한 이유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는데.

우선 합법적인 이유로는 래퍼 가운데 병역 의무가 없는, 외국 국적자와 귀화자가 유독 많기 때문. 매드클라운, 박재범, 산이, 타블로 같은 래퍼들이 그들인데, 12명은 미국 또는 캐나다 국적, 나머지 2명은 귀화자였다.

물론 몸이 아픈 경우도 있었다. 일부는 크론병, 망막박리 등 진단을 받고 입대를 면했다. 문제는 의사와 짜고 몸이 아픈 것처럼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는 게 워낙에 고전적인 병역 면탈 수법이라는 것.

실제 ‘1박2일’로 잘나가던 래퍼 라비는 가짜 뇌전증(간질) 진단을 통해 병역을 회피하려다 적발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역시나 몸이 아픈 범주에 포함되긴 하지만, 좀더 논란이 많은 건 ‘정신질환’이다. 이를테면 공황장애, 양극성 장애 같은 정신질환으로 면제를 받는 건데, 정신적 문제라는 게 기본적으로 감정이 어렵고 중증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지표가 없어서 의심의 눈길을 많이 받는다.

래퍼들의 면제 사유 중 가장 특이했던 건 길인데, 생계 곤란으로 인해 군대 면제를 받았다고.

이건 면제 사유는 아니지만 마약이나 음주운전 같은 범죄로 징역형을 받고 현역 입대를 피한 경우도 있다. 래퍼 비아이의 경우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는데, 이런 경우에는 현역 대신 사회복무요원으로 빠지게 된다. 이건 래퍼들의 현역 복무 비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
“래퍼 분들의 자유분방한 사상과 문화 행동 양식들이 투영되다 보니까 결국은 과도한 문신 내지는 또는 일부는 음주 전력이라든가 또 일부 마약 사범 마약 사건에 연루되는 경우도 있었고”

이쯤에서 짚어둘 건, 131명 명단이 활동하는 모든 래퍼를 포함한 게 아니다 보니, 면제비율이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이 없진 않다는 것.

어찌어찌해서 군대를 가도 문제인 게, 군 복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최근 그룹 위너의 송민호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출근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부실하게 복무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출근 시간을 한참 넘기거나 출근해도 핸드폰 게임만 했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이건 래퍼만의 문제는 아니고 연예인 병사들 전반의 문제인데, 전문가들은 사태가 이렇게 된 일차적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말한다.

[엄효식 전 합창 공보실장]
“정부 기관에서 관리해야 되는데 해당 기관의 공무원들이 연예인의 인기에 부화뇌동해가지고 그러한 것들을 봐주고 … 그리고 드러난 건 없지만 연예인 편의를 봐주는 어떤 반대 급부로 그 공무원들도 뭔가를 얻었겠죠. 금전적인 건 아니라 할지라도 어떤 콘서트의 티켓을 얻었다든지 … ”

그러니까 최근 거론되는 ‘송민호 방지법’처럼 출퇴근 전자시스템을 도입하는 식으로 철저하게 관리를 해야 한다는 얘기.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사회복무 요원으로 선발되는 과정도 다시 한번 볼 필요가 있고. 더 면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채찍은 매섭게 휘두르되 군필자를 향한 당근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배우 현빈이나 유승호처럼 군 복무 성실하게 마치면 인기까지 챙길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면 자나깨나 “힙합”을 외쳐대는 래퍼들도 생각을 바꿔먹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