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 어쩌나"…777만명 구독자 홀린 '무결점 모델' 정체

김대영/박수빈 2026. 5. 1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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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JOB 리포트
연예인 모델 대신 '뚱시바'
몸값 높아진 'AI 크리에이터'
광고판 휩쓰는 새 직업
1년 만에 채용 공고 370% 급증
AI로 만든 가상 캐릭터·아이돌
한 사람이 기획부터 제작까지
운영효율 높아 기업들에 인기
韓 전체 종사자 4만명 웃돌 듯
AI 생성물 표시제는 극복 과제

유튜브 구독자 약 777만명을 보유한 가상의 사모예드 캐릭터 ‘포포’가 한 식품회사의 에너지젤을 먹는다. 에너지젤을 먹고 기운을 차린 포포는 ‘동물 마라톤 대회’에서 사자 아저씨를 제치고 1등에 올랐다. 국내 한 카드사는 자사 신규 카드 홍보를 위해 ‘카드돌(카드+아이돌)’이란 가상 아이돌을 만들어 ‘데뷔곡’과 뮤직비디오를 발표했다. 한 뷰티 브랜드는 가상 시바견 캐릭터 ‘뚱시바’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기획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들 캐릭터와 아이돌은 모두 인공지능(AI) 기술로 제작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AI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제작 도구가 고도화하면서 이 같은 가상의 캐릭터가 기존에 연예인 모델을 대신해 기업 마케팅에 활용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가상의 캐릭터와 콘텐츠를 제작하는 ‘AI 크리에이터’를 모시는 데 혈안이 된 이유다.

 ◇기업들 “AI 크리에이터를 모셔라”

AI 크리에이터는 AI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창작자를 말한다. 창작자 본인이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AI로 만든 가상의 인물이나 캐릭터가 콘텐츠 주연을 맡는다. AI 크리에이터가 ‘귀한 몸’으로 주목받자 기업 뿐 아니라 직장인이나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도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AI 크리에이터는 창작 과정을 AI로 대체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한다. 전통적인 창작자와 정보기술(IT) 개발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셈이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기획, 프롬프트 작성, AI 도구 활용 등을 모두 해내는 새로운 직무다.

12일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알바몬에 따르면 AI 크리에이터 채용 공고는 2024년 하반기 처음 포착된 이후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잡코리아·알바몬에 올라온 채용 공고 증가 폭을 보면 지난해 상반기에 전분기 대비 142.9%, 같은 해 하반기엔 1년만에 285.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만 보면 1~4월 기준으로 2024년 하반기보다 371.4%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AI 크리에이터 채용 공고의 약 70%에 해당하는 수치다.

기업들이 AI 크리에이터들이 제작하는 AI 캐릭터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사 브랜드 철학에 딱 맞는 ‘무결점 앰배서더’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운영 효율을 높이면서 위험요인을 덜어주는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AI 크리에이터 채용 증가는 기업의 콘텐츠 생산 방식이 ‘AI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초기엔 생성형 AI를 활용해 콘텐츠 제작 가능성을 확인하는 ‘실험적 채용’에 머물렀다면 최근 들어서는 실제 성과를 낼 숙련 인력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1인2역 요구받는 기존 마케터

신생 직무인 만큼 아직 전체 종사자 규모 등은 특정되지 않고 있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전파진흥협회의 최근 조사를 보면 4만명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AI 크리에이터를 포함한 전체 디지털 크리에이터 종사자 수는 2022년 3만5375명에서 2023년 4만2378명, 2024년 4만3717명으로 집계됐다.

AI 크리에이터가 뜨자 기존 직무에도 변화가 생겼다. 가령 기존 마케터들은 AI 제작 도구를 활용해 콘텐츠 기획·제작을 맡는 ‘1인 2역’을 요구받기도 한다. 이는 국내 AI 생태계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다는 점과도 맞닿아 있다. AI 콘텐츠 분야에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과 토양이 마련돼 있어서다. 글로벌 동영상 제작·편집 플랫폼 카프윙에 따르면 한국 기반 AI 생성 콘텐츠 채널 11개의 누적 조회수는 약 85억회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적으로도 AI 크리에이터는 앞으로도 유망 직종의 하나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리서치컴퍼니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분야 AI 시장 규모가 올해 57억1000만달러에서 2030년 168억1000만달러로 연평균 31%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마켓인사이츠는 AI 생성 콘텐츠(AIGC) 시장이 2034년 716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 업체는 “한국·인도·인도네시아 등은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인력 구축을 위해 AIGC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AI 크리에이터 시장 활성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마케팅 인사이트 채널 ‘못(MOT)’은 “가짜라는 이질감이 주는 불편함이나 올해부터 시행된 ‘AI 생성물 표시제’ 같은 규제도 극복해야할 과제”라며 “AI 생성물이 기존 실제 인물 캐릭터를 대체할 만큼 대중의 정서적 공감을 끌어낼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김대영/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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