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유물 바그다드 배터리 미스터리

약 2000년 전 선인들이 항아리 형태의 배터리를 사용했다는 주장에 학계의 시선이 쏠렸다. 의문을 품게 만든 유물은 중동 국가 이라크에서 90년 전 발굴된 그 유명한 바그다드 전지(Baghdad Battery)다.

미국 아마추어 과학자 알렉산더 베이즈는 28일 국제 학술지 Sino-Platonic Papers에 이런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게재했다.

바그다드 전지는 1936년 이라크 바그다드 남부에서 발굴된 이래 학자들의 오랜 논쟁거리였다. 파르티아 제국 시대에 제작된 높이 약 10㎝, 지름 약 3㎝의 작은 항아리는 철과 구리로 된 막대가 들었다. 독일 학자 빌헬름 쾨니히는 1938년 이 항아리가 갈바니 전지의 일종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알렉산더 베이즈는 항아리가 진짜 배터리라고 가정하고 구조와 성능을 면밀하게 따져봤다. 실험 과정에서 오늘날의 AAA 건전지에 필적하는 1.4V 이상의 전압이 확인됐다.

1936년 발굴된 바그다드 전지 <사진=알렉산더 베이즈>

알렉산더 베이즈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바그다드 배터리가 유실된 관계로 기록에 남은 대로 정밀한 모조품을 제작했다”며 “항아리 내부에 타르로 고정한 구리통을 넣고, 그 안에 역시 타르로 밀봉한 철제 막대를 꽂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갈바니 전지는 레몬에 두 가지 금속판을 찔러 넣고 전력을 생산하는 구조”라며 “선행연구에서는 전해액으로 식초나 레몬즙을 사용해 0.5V 정도의 전압이 걸렸지만 그간 간과된 점토 항아리 자체에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알렉산더 베이즈는 항아리 표면에 무수히 작은 구멍이 뚫린 점에서 그 전체가 전지를 구성하는 세퍼레이터(분리막)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에 따라 항아리를 경계로 바깥 공기와 내부 알칼리 전해액을 반응하게 하는 특수한 회로를 재현했다.

바그다드 전지를 본뜬 모조품 실험에서 1.4V의 전기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알렉산더 베이즈>

그 결과 항아리 자체가 공기전지와 같은 발전 시스템의 일부로 기능하면서 내부의 두 발전 유닛이 직렬로 연결됐다. 여기에 걸린 전압은 1.4V 이상으로 이전 실험보다 크게 높았다.

알렉산더 베이즈는 “이 정도 성능이라면 보석에 금이나 은을 입히는 전기 도금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당시 배터리가 존재했다면 다양한 트릭이 가능해 바그다드 전지가 마술 의식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이번 연구에 학자들은 관심을 보였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고고학자 윌리엄 해포드 박사는 유물이 어디까지나 기도말을 담은 신성한 항아리라고 주장했다. 박사는 “당시 사람들은 기도나 저주를 적은 종이를 항아리에 담고 타르로 봉해 땅에 묻는 습관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Copyright © SPUTNIK(스푸트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