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오르더니…‘더 쎈놈’ 나타나자 꼬리 내린 그것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2023. 3. 1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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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국내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긴축을 완화할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 퍼지고 한국도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는 채권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긴축 방향이 오리무중인데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 때문에 대출금리 하락세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15일 하나은행 혼합형(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149~4.749%로 지난 2일(연 4.623~5.223%)보다 약 0.47%포인트 내려갔다. 신용대출 금리도 약 0.15%포인트 하락하며 이날 5.254~5.854%로 고시됐다. SVB 사태 여파로 준거금리인 5년물 은행채 수익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4.564%를 기록했던 은행채 5년물은 14일 4.044%까지 떨어졌다. 하나은행은 직전 영업일 은행채 수익률을 반영하기 때문에 창구금리 하락도 빠르게 나타났다.

4대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 기준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2일 연 4.41~6.32%에서 14일에는 4.149~6.08%로 변화 폭이 다소 완만하다. 신한은행이 직전 3영업일 은행채 수익률 평균을, KB국민은행은 직전 주 목요일 은행채 수익률을 가져다 쓰는 등 은행마다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모두 은행채 움직임을 따른다.

앞서 은행채 수익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에 상승이 예상됐지만 SVB가 갑작스럽게 파산하면서 추세가 반전했다. SVB에 이어 다른 은행도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며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자금이 몰렸다. 이달 초만 해도 연 4%를 넘었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5일 오후 기준 3%대 중후반에서 움직인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며 국채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오른 것이다. 채권 가격은 수익률에 반비례한다. 미 국채 수익률 하락은 한국 국고채 수익률 하락의 경로를 거쳐 은행채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53%로 지난 1월보다 0.2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코픽스가 11개월만에 처음 떨어진 뒤 3개월 연속 내림세다. 시중은행들은 16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이날 공개된 코픽스를 적용한다.

KB국민은행 신규 취급액 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이날 연 4.92~6.32%에서 16일 코픽스 하락분을 적용하고 추가로 최대 0.3%포인트 낮춰 연 4.33~5.73%로 상단 금리가 5% 대로 내려올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9일 상생금융을 실천하기 위해 모든 가계대출 상품에 대해 금리 인하를 약속했고, 16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도 연 5.39~6.39%에서 연 5.10~6.10%로 떨어진다. 하지만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3.07%로 한달 새 0.05%포인트 상승했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일반적으로 시장금리 변동이 서서히 반영된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신잔액 코픽스 기준 주담대 금리는 연 5.43~6.23%에서 연 5.48~6.28%로 소폭 상승할 전망이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반영한 금리가 최대 0.38%포인트 낮다.

향후 대출금리 추이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미국의 고용, 물가 지표 발표에 따라 미 국채 수익률이 요동치는 데다, SVB 사태 후폭풍으로 경제적 혼란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지수가 예상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오며 미 연준이 이번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국채 수익률은 다시 소폭 상승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말, 올해초와 비교했을 땐 대출금리가 꽤 낮아진 상황”이라며 “실수요자는 불확실성에 기대기보다 자금 계획을 바탕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출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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