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경찰개혁' 시위, 최소 12명 사망.. 국제사회도 규탄

조회수 2020. 10. 22. 22: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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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스에서 열린 시위 도중 최소 12명의 시위참가자가 군인과 경찰에 의해 사망했다.

건물은 불에 휩싸였고, 총성이 울려 퍼졌다.

국제 앰네스티는 21일 나이지리아의 가장 큰 도시 라고스에서 열린 시위 도중 최소 12명이 군인과 경찰에 의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반면 나이지리아 군대는 이를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지난 21일 24시간 통행금지를 선포했으나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선 최근 2주 동안 경찰 특수조직인 '강도소탕특공대(SARS)'를 해체하라는 #EndSars 시위가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사태가 커지자 무하마두 부하리 대통령은 지난 11일 SARS를 해체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이를 계기로 더욱 근본적인 국가 운영 방식과 경찰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목격자는 BBC에 지난 20일 오후 군인 복장을 한 남성이 시위대에 총을 발포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발포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21일 라고스 거리를 가득 채웠고,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민들을 통제했다. 시위대가 나이지리아 여권 정치인과 연결된 한 주요 방송국 건물에 화염병을 던지면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아부자에 있는 BBC 은두카 오르진모 특파원은 일부 지역에서 경찰이 통행금지 조치를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을 발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위대가 원로 지도자들이 있던 왕궁에도 급습했지만, 지도자들은 이미 대피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연기가 자욱한 지난 21일 라고스

라고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목격자들은 20일 라고스 레키 광장 인근에서 1000여 명 규모의 시위대를 향한 발포가 있었다고 말했다.

BBC 마야니 존스 나이지리아 특파원은 시위 현장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던 군 병력이 총을 발포했다고 전했다.

SNS에 공개된 라이브 영상에는 부상을 입은 듯한 시위대의 모습도 담겼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목격자는 BBC에 현지시간 오후 7시쯤 군병력이 평화적으로 시위를 이어가던 시위대에 “발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총을 발포했고, 우리 쪽으로 그대로 전진했다”며 “혼란스러웠다. 누군가 내 옆에서 총에 맞았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고 말했다.

당시 시위대는 지난 2주간 자동차가 지나다니지 못하게 통제된 레키 요금소에 집결해 있던 상태였다.

총성은 통행금지 시간이 채 되기 전에 발포됐으며, 경찰이 나타나 시위대를 진압하기 시작했다.

총성 직전 가로등 역시 모두 꺼졌다.

국제앰네스티 나이지리아 측은 성명을 내고 20일 라고스에서 적어도 12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증거로 병원 기록, 목격자 증언 등을 제시했다.

국제앰네스티 측은 레키에서의 사건과 별개로, 인근 알라우사 지역에서도 오후 8시쯤 군병력과 경찰에 의해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 오사이 오지그호(Osai Ojigho) 나이지리아 국장은 “군인들은 분명한 하나의 목적이 있었다. 바로 살인에 책임지지 않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통금 시간에도 저항하는 시위대

마에 니 존스, BBC 나이지리아 특파원

오늘 아침 저희는 레키-이코이 다리를 지나 전날 밤 불타 버린 게이트를 통과했다.

그곳에는 깨진 유리, 불타버린 현금 인출기 등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레키 근처에 와서는 비어있는 도로와 쇼핑센터 등이 보였다. 번화가였던 곳에는 차 한 대 없이, 젊은 청년들이 걸어다니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레키 요금소도 전날 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는, 분노한 시위대 200여 명으로 붐볐다. 바닥에는 핏물이 흥건했다.

시위대는 피로 물든 깃발을 흔들었다. 이들은 녹색-흰색-녹색으로 돼 있는 나이지리아 국기가 어젯밤 녹색-적색-녹색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전날 밤 총격 현장을 목격한 이들은 다른 시위대에 눈앞에서 펼쳐진 끔찍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경찰 개혁에 대한 요구는 부하리 대통령 퇴진 요구를 위한 구호로 바뀌었다.

시위자들은 변하지 않는 현실에 지쳤다고 말했다.

정부의 반응은?

케냐 나이로비 나이지리아 대사관 앞에서도 #EndSARS 시위가 진행됐다

바바지데 산워올루 라고스 주지사는 시위대의 주장과 다르게 25명이 다치고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망자 1명이 “둔력에 의한 머리 외상”으로 숨졌다고 확인하면서도, 그가 시위대원인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 청사에 모든 국기를 즉시 내리고 사흘간 정부 업무를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산워올루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지난밤 있었던 사건에 대한 변명은 없다. 주지사로서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은 모든 일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BBC 뉴스아워와 인터뷰에서 군병력이 통행금지 시간인 9시까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어기고 당시 사건 현장에 일찍 배치됐다고 시인했다.

“7시쯤 소규모 군병력이 (레키로) 갔던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총이 발포됐다고 들었다."

부하리 대통령은 21일 성명에서 발포 소식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피했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경찰 개혁이 이뤄지는 동안 "이해하고 침착해줄 것"을 요구했다.

국제사회 반응은?

나이지리아 시위 상황은 국제적인 우려를 낳고 있다.

EU 외교안보담당 고위대표 조셉 보렐은 “몇몇 시위 인원이 시위 도중 죽거나 다쳤다는 소식을 듣게 돼 걱정스럽다"며 책임자를 심판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사무총장은 21일 대변인을 통해 나이지리아 경찰을 향해 “시위대에게는 평화적으로 폭력을 쓰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들은 최고 수준의 대응을 항상 유지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EndSARS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부하리 대통령과 군에게 “젊은 시위대를 죽이는 행위를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역시 “시위대에 대한 폭력 행위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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