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 무더기 고소·고발 왜?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 6건이 경찰에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와 횡령·배임,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주주명부 위조, 업무방해 등 다양한 혐의와 관련해서다. 고소·고발을 제기한 건 황순학 레드아이 대표. 그는 한때 이 회장과 동업해 마스크 제조·판매사업을 진행해 오던 인물이다.
황 대표는 소장에서 이 회장이 함께 설립한 마스크 제조·판매업체 바이코로나의 경영권을 강탈해 갔다고 주장한다. 동의 없이 자신이 내세운 대표이사를 해임시키는가 하면, 자금 집행을 방해하고 공장 명의를 변경하는 등 편법을 동원해 자신을 사업에서 배제하려 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 회장 측은 황 대표의 주장이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황 대표 측의 투자 내역과 경영이 불투명해 함께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이 회장이 바이코로나 최대주주에 오르는 과정이다. 대우산업개발의 유보금을 바탕으로 경영권 지분을 확보했고, 대우산업개발의 보증으로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기도 했다. 사비를 거의 들이지 않고 대우산업개발의 재원을 활용, 이 회장 개인이 바이코로나 경영권을 손에 쥔 것이다.

고소인 "동업해오다 경영권 빼앗아"
이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황 대표는 액세서리 리테일 업체인 레드아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그가 마스크 사업 진출을 결정한 건 올해 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국 레드아이 매출이 급감하면서 새로운 돌파구 모색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3월 제니스컴퍼니를 설립하고 마스크 사업 준비에 착수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황 대표와 이 회장은 동업 관계였다.
이런 가운데 올해 4월 이 회장은 황 대표에게 제안을 했다. 자신과 제니스컴퍼니의 투자 규모를 각 20억원 이상으로 키우자는 것이었다. 이 회장은 대우산업개발을 통해 100억원가량의 대출을 조달하고 부자재 구입 비용 등도 지원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면서 그는 경영을 전적으로 제니스컴퍼니에 맡기는 대신, 자신이 더 많은 투자를 할 계획이니 상징적인 의미로 지분 51%를 달라고 요구했다.
황 대표는 이런 제안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한 취미활동 동호회에서 만나 5년 이상 인연을 이어온 가까운 관계였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올해 4월말 이 회장 측에 51%의 지분을 배정했다. 바이코로나 경영은 황 대표가 추천한 박아무개씨와 이 회장 측의 곽아무개씨가 공동대표 체제로 맡기로 했다. 이후 황 대표는 이후 33억원 이상을 투자해 사전 준비에 나섰고, 올해 7월말 바이코로나는 마스크 생산과 판매를 위한 준비를 마무리 지었다.
황 대표에 따르면, 이 무렵 이 회장은 바이코로나 지분 67%를 요구했다. 황 대표는 이를 거절했다. 지분율 67%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충족할 수 있는 비율이기 때문이다. 특별결의는 정관의 변경, 회사의 해산, 회사의 합병, 이사·감사의 해임 등 회사 내부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방법이다. 가결을 위해선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라는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따라서 이 회장이 지분 67%를 확보하면 입맛대로 바이코로나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황 대표는 이런 제안을 거절한 직후 이 회장이 얼굴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51%의 경영권 지분을 바탕으로 공동경영 약정을 뒤엎고 경영권 강탈을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 회장 측은 올해 8월7일 황 대표 동의 없이 곽 공동대표 단독 명의로 임시주주총회 및 이사회 소집 통지서를 주주들에게 발송했다.
이날 주총의 주요 안건은 '공동대표이사 폐지'와 '신규 이사 선임' 등이었다. 주총 결과, 황 대표가 내세운 박 대표는 대표권을 상실했고, 이 회장의 최측근인 한재준 대우산업개발 사장이 바이코로나 단일 대표이사에 취임하게 됐다. 또 주요 이사진이 이 회장의 측근들로 채워지기도 했다. 황 대표가 사실상 경영권을 잃게 된 것이다.
이 회장 측의 입장은 다르다. 이 회장 측 관계자는 "황 대표 측이 밝힌 투자 규모와 경영 등이 불투명해 신뢰를 잃게 됐다"며 "특히 황 대표 측이 저렴한 가격에 중국산 MB필터(부직포)를 저가에 납품 받을 수 있음에도 굳이 국내산 고가 필터를 고집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대우산업개발 측이 제공한 필터로 만든 마스크의 성능을 테스트한 결과 기준에 미달하는 수치가 나왔다"며 "불량 필터로 마스크를 제조할 수 없어 대우산업개발 측 필터를 거절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황 대표는 이 회장 측의 횡령 및 배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회장 측이 자신의 관계사를 통해 불량 MB필터를 고가에 납품하면서 막대한 차익을 남겨 바이코로나에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중국산 MB필터를 바이코로나에 납품한 스토비는 현재 대우산업개발 직원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회사다. 황 대표에 따르면, 스토비는 1톤당 3000만원 안팎의 MB필터를 1톤당 5800만원에 납품했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 측 관계자는 "스토비를 통해 납품한 MB필터는 공식적인 시험기관에서 성능을 인정받은 제품"이라며 "스토비의 마진율도 28%로 정상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출받으려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황 대표는 같은 시기 이 회장이 자신을 사업에서 배제하기 위해 다양한 편법을 동원했다고도 주장했다. 자금줄을 막아버린 것이 대표적이라는 내용이다. 황 대표에 따르면, 이 회장 측은 OPT카드가 분실됐다고 신고한 후 제니스컴퍼니가 관리하던 법인통장을 사용 중지시켰다. 자연스레 가동 중이던 제1공장 운영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급여를 비롯한 필수 운영비용을 지급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또 이 회장 측이 제2공장에 대한 임대차계약서를 임의로 조작해 자신의 공장 출입을 차단했다고도 주장했다. 황 대표는 올해 6월 충북 청주 소재의 한 건물 소유주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제2공장으로 사용해 왔다. 이런 가운데 돌연 임대인 명의가 디더블유바이오로 무단 변경됐다. 디더블유바이오는 한재준 대우산업개발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신설 법인이다. 이후 이 회장 측이 제2공장을 점거했다는 것이 황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로 디더블유바이오와 제2공장 소유주의 계약일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들이 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했다는 임대차계약서상 계약일은 올해 6월18일로 기재돼 있기 때문이다. 디더블유바이오의 사업자등록증을 확인한 결과, 설립일은 올해 8월17일이었다. 임대차계약서의 내용대로라면 제2공장 소유주는 6월 존재하지도 않던 법인에 공장을 빌려준 것이 된다.
더욱 눈길이 가는 대목은 이 회장이 바이코로나의 최대주주에 오르는 과정이다. 황 대표에 따르면, 이 회장은 당초 투자금 전액을 개인 자금으로 충당키로 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 회장은 사비를 거의 들이지 않았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바이코로나의 설립 이래 올해 7월28일까지 법인통장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 회장의 입금 총액은 8억5000만원 정도였다. 이 회장은 납입한 금액 중 6억원을 두 차례에 걸쳐 돌려받았다. 실제로 이 회장이 투자한 개인 자금은 2억5000여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이 회장은 나머지 투자금 33억원가량을 대우산업개발에서 대여해 주는 형태로 바이코로나에 전달했다. 바이코로나 경영권 지분 확보라는 개인적 목적을 위해 대우산업개발 유보금을 이용한 것이다.
이 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후 바이코로나가 받은 대출로 대우산업개발 차입금을 변제한 정황도 포착됐다. 바이코로나는 올해 7월 마스크 제작 설비 조달 명목으로 한국캐피탈(45억원)과 BNK캐피탈(24억원), 신한캐피탈(9억원) 등으로부터 총 78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자금 전액은 당초 마스크 생산설비 제조업체인 오엘비테크로 입금됐다. 그러나 이 회장 측은 이후 오엘비테크로부터 20억원을 돌려받아 대우산업개발에 송금했다. 바이코로나 인수를 위해 차입한 자금을 바이코로나 자금으로 납부한 셈이다.
이 회장 측 "황 대표 상대 소송으로 대응"
특히 이 과정에서 이 회장 측이 바이코로나의 대출을 성사시키기 위해 불법을 넘나드는 무리수를 둔 정황도 발견됐다. 대출금 변제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매출을 과다 계상한 것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바이코로나 세금계산서 내역을 분석한 결과, 7월15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이 회장의 관계사 6곳에 8차례에 걸쳐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공급가액 합계는 약 90억원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가 된 세금계산서는 발급은 대출이 성사된 이후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 측 관계자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법인에 실제로 마스크를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황 대표 측이 마스크 출고를 막으면서 거래를 취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황 대표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아무리 경영권 분쟁 중이라고 해도 90억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거래를 차단하는 건 상식 밖의 일"이라며 "문제의 세금계산서들은 대우산업개발이 대출을 받아내기 위해 허위로 발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금융권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대우산업개발을 보증인으로 세우기 위해 주주명부를 조작한 정황도 있다. 제니스컴퍼니(4%)와 이 회장(2%)으로부터 지분 6%를 양도받았다며 바이코로나 주주명부에 대우산업개발을 올린 것이다. 특히 이런 내용은 대우산업개발 반기보고서를 통해서도 공시됐다. 이런 사실은 임시주총에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주총 의사록에서 이 회장 측은 '공시 내용이 잘못돼 무효 처리됐다'며 대우산업개발이 바이코로나 주주가 아님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 측 관계자는 "당초 황 대표 측과 대우산업개발에 바이코로나 지분 6%를 넘기기로 협의했지만 황 대표가 돌연 입장을 바꾸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대우산업개발에 지분 6%를 넘기기로 했던 건 맞다"면서도 "이 무렵 이 회장 측이 바이코로나 지분 67%를 요구해오면서 이런 계획을 철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가 제기한 이번 소송과 관련해 이 회장 측은 "법적 대응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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