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말랑말랑한 노동을 위하여 황세원 지음, 산지니 펴냄
“우리가 토론해야 할 것은 어떤 일을 하건 누구나 기본적인 노동의 질,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는 방법이다.”
지은이는 ‘일in연구소’ 대표다. 기자 출신으로 사회적 경제 관련 기관, 민간독립연구소에서 일하며 ‘좋은 일의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희망제작소에서 일할 때는 ‘좋은 일을 찾아라!’라는 보드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우리 시대 노동에 대한 낡고 오래된 관념들을 되짚어본다. 지은이는 한국 사회가 생각하는 정규직이 무엇이고 기관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집계가 왜 다른지 분석한다. 그러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보다 모두가 비정규직이 되어도 상관없는 사회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직장 내 연차휴가 일수, 청소년의 일자리, 고용보험 등 일과 관련한 여러 제도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김군을 찾아서 강상우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그는 왜 총을 들었을까. 그리고 어쩌다 항쟁의 선봉에 서게 됐을까.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은 ‘1980년 5월 광주’를 포착한 보도사진 속의 한 남자를 찾는 내용이다. 극우 인사 지만원씨는 그를 북한 특수군 ‘제1광수’라고 지목했고, 사진 속 남자를 기억하는 광주 사람들은 그를 ‘김군’이라고 불렀다. 강상우 감독은 이 영화로 2018년에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올해의 독립영화상 등 여러 상을 받았다. 그가 이번에는 〈김군을 찾아서〉를 출간했다. 지은이는 영화 제작 기간 5년, 영화가 나온 이후부터 책 출간 몇 달 전까지인 2년, 총 7년여 동안 103명의 시민군·연구자·목격자· 활동가를 인터뷰했다. 이 책에는 영화에 포함되지 않은 미공개 자료, 영화 이후 나온 또 다른 증언 등이 풍부한 도판과 함께 실려 있다. 영화를 보고 읽으면 더 재미있다.

비혁명의 시대 김정한 지음, 빨간소금 펴냄
“1991년 5월이라고 하면 ‘그때 뭐가 있었지?’라고 물어보는 이들이 많다.”
1991년 4월26일 명지대생 강경대가 시위 도중 ‘백골단’의 폭행으로 사망했다.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불붙었다. 이후 11명이 분신했다. ‘분신 정국’으로 불렸다. 두 달 동안 14명이 사망했고, 6·10민주항쟁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그런데 누군가 분신의 배후가 있다는 식으로 떠벌렸고, ‘유서대필 조작사건’과 총리에게 밀가루를 뿌린 사건이 이어졌다. 1991년 5월 투쟁은 갑자기 소멸했다. 이 책은 전작 〈대중과 폭력:1991년 5월의 기억〉(1998년 출간)을 잇고 있다. 이후 지은이가 쓴 글 중 일부를 ‘1991년 5월 이후’라는 주제로 묶었다. 그해 5월 이후의 사회운동과 정치철학의 풍경을 돌아보면서 다른 미래를 여는 열쇠를 발견하기를 기대하는 지은이의 바람이 담겨 있다.

영화하는 여자들 주진숙·이순진 지음, 사계절 펴냄
“‘여럿의 영화사’를 위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여성영화인모임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이 책은 영화 현장을 누비고 있는 여성 영화인 20인을 인터뷰했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와 임순례 감독, 전도연· 문소리 배우 같은 유명인뿐만 아니라 박혜경·채윤희 마케터, 류성희 미술감독, 남진아 촬영 및 조명감독, 신민경 편집감독, 최은아 음향 편집기사, 엄혜정 촬영감독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화를 위해 애쓰는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편집감독이 영화의 속도와 리듬을 어떤 방식으로 조율하는지, 디지털 시대 조명감독의 고민은 뭔지 알 수 있다. 이들은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활동했지만 늘 영화계에서 ‘예외’적 존재였다. 여성 감독의 수는 여전히 10%다. 단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여성이 아니라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일군 주역의 이야기다.

게임 오버 한스 페터 마르틴 지음, 이지윤 옮김, 한빛비즈 펴냄
“공포를 유발할 수 있는 예측은 삼가려고 노력했습니다.”
20년 전 〈세계화의 덫〉에서 저자는 ‘민주주의와 삶의 질에 대한 공격’을 경고했다. 경고는 예언이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던 날 밤 뉴욕에서 저자는 새로운 책을 구상했다. 브렉시트와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의 우경화를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고 출판사에 이메일을 썼다. 저자는 서구 세계와 그들이 쌓은 문명화 모델을 향해 ‘게임 오버’라고 말한다. 초세계화와 디지털화, 주식시장의 붕괴와 기후변화, 대규모 이민은 입법과 사법, 행정, 언론을 산산조각 냈다. 무역전쟁과 통화전쟁, 디지털화와 로봇 기술은 공포와 불안을 키운다. 정말 게임은 끝난 걸까? 자유로운 게임은 설 자리를 잃었지만 새로운 게임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 황효진 지음, 유유 펴냄
“기획에서 ‘왜?’를 자꾸만 물어야 하는 이유.”
부제가 ‘읽고 보고 듣는 사람에서 만드는 사람으로’다. 콘텐츠를 한없이 감상만 하다가 직접 생산한다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달뜬다. 엔터테인먼트 잡지 기자로 일하다 지금은 일하는 밀레니얼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 ‘빌라선샤인’의 콘텐츠 디렉터이자 프로젝트팀 ‘헤이메이트’ 팀원으로 일하는 저자의 약력부터 어쩐지 ‘기획적’이다. 무언가를 기획한다는 건 그 무언가에 대한 주도권을 내가 갖게 된다는 뜻이다.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 속에서 의미 있고 재미있는 것을 잘 골라내 이리저리 굴려보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게 저자의 건강한 바람이다. 머릿속 어딘가 굴러다닐 아이디어를 붙들어줄 획기적인 자기계발서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