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여고 정채련, '제2 안혜지' 꿈꾸며 희망 드리블 [토토도네이션]
[스포츠경향]

농구에서 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 크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이번 시즌 청주 KB 스타즈 박지수(196cm)가 리그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그런 장신 선수들 사이에서 부산 BNK 썸의 가드 안혜지 같은 단신 선수가 돋보이는 경우가 많다. 여자고교농구의 명문 삼천포여고의 2학년 가드 정채련(17)은 그런 안혜지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하는 샛별이다.
정채련의 키는 160㎝. 성장기 학생이라고 해도 운동 선수, 특히 농구 선수로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조문주 삼천포여고 코치는 “득점력도, 경기 리딩도 뛰어나다. 팀의 주장으로 리더십까지 뛰어난 선수”라고 치켜세우면서도 “키가 조금만 더 컸으면 하는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채련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농구를 시작했다. 원래는 육상 선수였다.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보이던 그에게 어느날 ‘농구를 해보지 않겠니’라는 ‘달콤한’ 유혹이 찾아왔다. 육상 감독과 삼천포초등학교 농구팀 감독이 친구였는데, 우연찮게 대회에 왔다가 정채련을 보고 스카우트 제의가 온 것이다. 정채련은 “농구를 선택하면서 전학을 가게 됐다. 솔직히 그냥 운동할 때는 괜찮은데, 동계훈련이 너무 힘들었다. 시간을 정해놓고 달리기를 하는데 정해진 시간에 못 들어오면 계속 뛰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적응이 잘 안된다”며 멋쩍게 웃었다.
하루하루 고된 훈련 속에서도, 정채련은 농구를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가족을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확고한 책임감에서다. 정채련은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편부 가정 자녀다.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는 자주 병원을 다녀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런 정채련을 도와주는 것은 바로 5명이나 되는 고모들이다.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정채련에게 용품, 맛있는 것을 사주는 것은 물론이고 용돈까지 준다. 심지어 정채련이 대회에 나간다고 하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 현장을 찾아 응원을 할 정도다. 정채련은 “내겐 정말 소중한 분들이다. 언젠가 꼭 성공해서 반드시 은혜를 갚아야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 1학년임에도 팀을 주말리그 왕중왕전과 추계전국남녀중고농구연맹전 3위로 이끌고 자신은 왕중왕전 어시스트상을 수상하는 등 기량을 마음껏 뽐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대회에 뛰기 위해 훈련을 하는데, 정작 대회가 열리지 못해 훈련의 성과를 뽐낼 기회가 거의 없었다. 정채련은 “경기 준비를 위해 팀 연습을 하는데, 갑자기 경기가 취소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는 애써 연습을 했던 것들이 다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정말 허탈했다”고 아쉬워했다.
작은 키가 늘 고민이지만, BNK의 안혜지를 보며 위안을 삼고 있다. 164㎝로 리그 최단신인 안혜지는 현재 최고 연봉 3억원을 받는 BNK의 주전 포인트가드다. 1998년 출범한 여자프로농구에서 최단신 선수가 최고 연봉을 받는 것은 안혜지가 최초다. 정채련은 “롤모델은 딱히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단신임에도 자기보다 큰 키의 가드들을 상대하는 안혜지 선수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난 내가 생각하기엔 아직 기술은 많이 없는 것 같다. 기술을 좀 더 갈고 닦아 훌륭한 선수가 되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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