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년 전 200m 운석이 '뚝'..합천 초계분지 형성 비밀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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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년 전 지금의 경남 합천군에서 마지막 빙하기를 보내던 구석기인은 평생 잊지 못할 엄청난 충격과 함께 하늘로 치솟는 불기둥을 보았을지 모른다.
합천군의 적중-초계분지가 추정 지름 200m 크기의 거대한 운석충돌로 형성됐다는 시추를 통한 직접 증거가 나왔다.
해안분지는 암석 굳기의 차이에 따른 차별침식이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만 합천 분지의 형성 기원을 두고는 차별침식, 지 구조선을 따른 풍화, 운석충돌설 등이 나와 논란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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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연, 합천 적중-초계분지 5만년 전 지름 200m 운석 충돌 암석 변형 확인

5만년 전 지금의 경남 합천군에서 마지막 빙하기를 보내던 구석기인은 평생 잊지 못할 엄청난 충격과 함께 하늘로 치솟는 불기둥을 보았을지 모른다. 합천군의 적중-초계분지가 추정 지름 200m 크기의 거대한 운석충돌로 형성됐다는 시추를 통한 직접 증거가 나왔다.
동∼서로 8㎞, 남∼북 5㎞의 타원형인 이 분지는 강원도 양구군 해안분지(일명 펀치볼)와 함께 깔끔한 분화구 형태를 이뤄 운석충돌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해안분지는 암석 굳기의 차이에 따른 차별침식이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만 합천 분지의 형성 기원을 두고는 차별침식, 지 구조선을 따른 풍화, 운석충돌설 등이 나와 논란이 벌어졌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팀은 올 1월부터 이 분지 한가운데를 142m 깊이로 시추해 얻은 암석 기둥(시추 코어)을 분석한 결과 소행성 또는 혜성이 지상에 충돌할 때 생기는 독특한 암석 구조와 광물의 변형을 확인했다. 과학저널 ‘곤드와나 연구’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한반도에서 처음으로 운석충돌의 직접 증거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운석충돌로 생긴 분화구 형태의 충돌구는 세계 200여 곳에서 보고돼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는 2010년 발표된 중국 랴오닝 성의 지름 1.5㎞인 슈얀 충돌구에 이어 이번이 2번째이지만 규모는 훨씬 크다.

지질자원연구원은 “적중-초계분지 운석충돌구의 지름을 (분지 크기의 절반인) 4㎞로 가정하면 지름 약 200m 크기의 운석이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1400메가 톤(히로시마 원폭의 100배 규모)에 해당한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그러나 당시의 충돌 충격과 여파가 한반도 구석기인의 삶과 주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한반도와 일본의 오랜 호수 퇴적층에 어떤 형태로 흔적을 남겼는지 등은 후속 연구과제로 남았다.
연구자들이 제시한 운석충돌의 직접 증거는 2가지이다. 하나는 130m 깊이 셰일층에 충격파가 형성한 원뿔형 암석 구조로 운석충돌의 대표적인 거시적 증거로 꼽힌다.

다른 하나는 석영 광물 입자가 충격파로 녹았다 다시 굳는 과정에서 형성된 평면변형구조로 충돌 밑바닥에 해당하는 142m 깊이에서 발견됐다. 이런 변형은 15∼35만 기압의 고압과 2000도 이상의 고온 상태에서 일어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운석 충돌 뒤 합천 분지는 커다란 호수였던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시추 코어를 보면 운석이 충돌해 충돌구가 형성된 직후 깊이의 절반인 70m 깊이로 부서진 암석 조각이 채웠다.
그 위 66m 깊이로 가는 펄과 모래층이 층을 이뤄 쌓여 전형적인 호수 퇴적층을 이뤘다. 수만 년 동안 계속되던 호수는 갑자기 분지 들머리가 열리며 사라졌다.
연구자들은 “탄소연대측정 결과 호수 퇴적층은 3만∼6만3000년 전 사이에 쌓인 것으로 나타나 충돌은 그 이전임을 알 수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주 저자인 임재수 박사는 “이번 연구로 그동안 지질학계의 미스터리로 남았던 적중-초계분지가 한반도 최초의 운석충돌구로 확인됐다”며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운석충돌 시기를 정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Gondwana Research, DOI: 10.1016/j.gr.2020.12.00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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