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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트럼프 행정부가 아프리카에 끼친 영향

조회수 2020. 10. 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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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인 아프리카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Donald Trump speaks with African flags in the background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리카를 무시하고 있으며 이곳을 여행한 적도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윗워터스랜드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치는 존 스트렘라우 교수의 말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취임 첫 임기 동안 아프리카를 방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달랐다.

스트렘라우 교수는 "트럼프는 여기(아프리카 방문)에 관심을 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결정은 아프리카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하라 이남의 여러 아프리카국들이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미국과 아프리카의 무역 관계는 지난 몇 년 동안 눈에띄게 감소했다.

이 지역은 미국에 있어 우선순위가 아니다.

의료자금 지원에서 무역거래, 외교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부는 한발 물러선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영향력 변화는 트럼프 행정부가 필요한 의료비 지원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피임약을 구할 수가 없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둘러싸인 내륙국가 레소토의 수도 마세루 외곽에서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가보면 이런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레소토는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받는 여러 아프리카 국가 중 하나지만, 여기서 일어나는 상황은 미국의 결정이 아프리카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마세루시 하 모젤라 마을의 유일한 진료소는 현재 문을 닫았다.

문도 잠겨 있고 자물쇠도 녹슬어 있으며 콘돔 상자도 비어 있다.

이곳 주민들은 피임약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을 닫은 진료소

말레라토 나이이(36)는 "피임약을 받으려고 매달 진료소를 찾았는데 의지했던 진료소가 문을 닫아 지금은 직접 구매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매달 그럴 형편이 안 되는데 임신할까 봐 두렵다"라고 말했다.

나이이의 이웃도 비슷한 처지다. 한 여성은 피임약 부족으로 자신의 10대 딸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될까 봐 두려워했다.

말레라토 나이이

아프리카에서 '원치 않는 임신'은 미국 정부 방침에 큰 영향을 받는다.

낙태 및 관련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NGO에 미 연방정부 자금 지원을 차단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1984년 처음 시행된 이 정책은 공화당 출신 미국 대통령이 선출될 때마다 적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7년 이를 다시 도입했다.

외국 원조에 크게 의존하는 아프리카 국가에게는 타격이 크다.

레소토가족계획협회(LPPA)의 탈리 마텔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던 곳이었지만 일부 지역을 방치해야 했다. 그 결과는 끔찍했다. 우리는 젊은 커플들과 소녀들로부터 의도치 않은 임신 비율이 높아진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소토가족계획협회(LPPA)의 탈리 마텔라

아프리카가 겪고 있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지원이 사라지면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자궁경부암 검사 같은 다른 의료 서비스도 이용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마텔라는 "기존 HIV 서비스도 제한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자금 지원이 끊기면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던 사람들도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사하라 이남 지역은 아프리카에서도 최고 수준의 감염률을 보이는 곳이다. 에이즈는 이 지역 주요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다.

무역 정책 변화

미국과 아프리카 사이에 무역 거래도 줄고 있다.

특히 오는 2025년 미국의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가 갱신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법안은 20년 전에 타결됐는데 아프리카 40여 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무관세 혜택을 주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로 인해 레소토 섬유 산업은 부흥했다. 4만6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취업 기회를 얻었는데 이들 대부분은 여성이다.

섬유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

무역협정이 갱신되지 않으면 이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레소토에서 16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대만 섬유 공장주 데이비드 첸은 "모두에게 끔찍한 결과가 올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AGOA 협정이 연장되기를 바란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하고, 우리 모두가 실업자가 될 것이고 외부와 경쟁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첸은 미국 시장에 독점적으로 운동복을 수출하고 있다. 레소토에서 섬유 산업은 고용을 견인하고 있다.

노동 시간은 길지만 여성 근로자들은 매일 수천 장의 의류를 생산한다. 임금은 낮지만 수십 만 명이 섬유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데이비드 첸

트럼프 대통령의 '무관심'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인도·터키·러시아·중국 등은 아프리카에 외교, 무역,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은 아프리카 대륙에 상당한 양의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자금은 대부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중국은 아프리카 전역에 도로와 항만, 공항을 건설하며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는 자원, 정치, 경제 영향력, 국가 간 친선을 바탕으로 얻게 된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양분된다. 둘의 관계를 '윈-윈(win-win)'이라며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중국이 아프리카를 식민지화하고 있다며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레소토는 미국과의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아프리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이전부터 아프리카에 손을 뻗어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아프리카에 영향력을 가속화했다.

레소토 주 카차스 네크 지역에서는 1년 전에 시작된 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도로 프로젝트는 중국 엑심은행에서 차관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드라켄스부르크 산맥을 따라 건설되는 이 도로는 91km에 달한다. 공사 비용으로 1억2800만 달러(약 1458억원)가 들었는데, 이 중 중국 정부가 1억 달러(약 1139억원)를 공급했다.

도로가 건설되면 엠피티에서 세라바테베 지역까지 이동 시간이 4시간에서 2시간으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레소토 도로 책임자 테보호 목호안은 "이 도로가 건설되면 레소토의 유일한 세계문화유산 세라바테베 국립공원과 연결되기 때문에 관광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은 아프리카 대륙에 상당한 양의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무역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무는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 중 하나인 아프리카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앞으로 있을 미국 대선 결과가 아프리카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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