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련 회고록을 모조리 다 읽어보고 알게 된 것들

조회수 2020. 9. 14. 0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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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대한 각종 서적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 내용들을 모두 모아보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하루가 멀다하고 트럼프 행정부 출신 인사가 쓴 책이 출간되고 있다. 주로 충직했거나 불만에 가득 찼던 전직 관료가 저자다. 어느 편이든간에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하고 싶었던 얘기는 무엇이었을까?

잘나가는 비즈니스맨, 리얼리티 쇼 진행자였던 그가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이 됐으니 이보다 흥미로운 책 소재는 없을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그에 관한 책이 연일 발간되고 있다. 이번 주만 해도 베테랑 기자인 밥 우드워드와 트럼프의 전직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책이 발간돼 안그래도 많은 트럼프 관련 서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자가 저술한 블록버스터급의 책에서부터, 가족이 내놓은 폭로. 여기에 보수 성향의 저자가 지은 친(親) 트럼프 성향의 책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책의 범위는 넓다. 아래 목록의 책을 쓴 저자들이 이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 그 일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
  •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 더 높은 충성심(A Higher Loyalty) '
  • 앤드루 매케이브 전 연방수사국(FBI) 부국장 ' 위협 (The Threat)'
  • 앤소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공보국장 '서민 대통령(The Blue Collar President)'
  • 숀 스파이서 전 백악관 대변인 ' 더 브리핑 (The Briefing)'
  • 사라 샌더스 전 백악관 대변인 '나의 의견 (Speaking for Myself)'
  •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 끝내자(Let me finish)'
  • 오마로사 매니골트 뉴먼 전 백악관 직원 '언힌지드(Unhinged)'
  • 익명의 전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 '경고(A Warning) '
  • 코리 레반도프스키, 트럼프 선거운동 전략가 '렛 트럼프 비 트럼프 (Let Trump Be Trump)'
  • 클리프 심스 전 백악관 공보 참모 '독사로 가득찬 팀-백악관에서의 500일 (Team of Vipers)'

충성, 충성, 충성

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떠나 책에서 반복되는 한 가지 테마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충성심을 아주 중요시한다.” 스파이서의 말이다. “그는 신뢰했던 누군가가 자신을 배신하는 데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레반도스키와 보시의 증언이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명 결정엔 “충성심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전했다. 코언과 코미는 아예 “충성심”을 테마 삼아 각각의 회고록 제목을 지었을 정도다.

회고록, 리더쉽 연구, 폭로성 내용이 섞여 있는 코미의 책엔 대통령이 그에게“ 나는 충성심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코미는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얼마 안 가 그는 해임된다.

이 사진에 있는 세 명 다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일화가 담긴 책을 썼다. 오마로사 (파란 옷), 스카라무치 (통화 중), 레반도프스키 (손가락질)

트럼프 대통령은 충성심 여부로 임명을 하고 자신의 눈과 귀가 되어줄지를 결정하는걸로 알려졌다.

존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사태 당시 후안 과이도 의장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나는 그가 미국 말고 그 어떤 나라에도 완전히 충성하진 않겠다고 말하길 원한다.”

트럼프는 상대에게 충성심을 요구했지만 정작 자신은 상대에게 충성하지 않았다. 심즈는 책에서 “나는 개인감정에 눈이 멀어 트럼프 대통령이 핏줄이 아닌 사람은 일회용 취급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밝혔다.

충성심을 요구하기 때문에 몇몇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마피아 조직의 우두머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특히 수사 당국에 몸 담갔던 코미와 매케이브는 경험에 우러나와서 이런 비유를 했다.

'경고(A Warning)'란 책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관제탑에 있는 12살짜리”와 같다고 했다. 코미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쉽이 마치 “산불”과 같다고 했다. 트럼프 회고록 저자치곤 트럼프에 대한 비난이 덜했던 오마로사도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 차별주의자, 고집불통, 여성혐오자”라고 불렀다.

'카리스마의 리더' vs '나르시시스트'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에 대한 평가는 매우 엇갈린다. 지지자에게 그는 카리스마가 있고 매서운 본능과 정치적 기술을 가진 사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만의 독특한 화법에 짜증을 내는 이도 있지만 지지자들은 이를 대통령의 큰 재산으로 봤다. 레반도스키와 보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대중과 소통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스파이서는 아버지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많은 대선 후보는 ‘더 나은 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 싸울 겁니다’라고 할 때 트럼프는 ‘제가 당신의 일자리를 돌려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하듯이 그에겐 ‘에너지’와 ‘스태미너’가 있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심스와 다른 저자도 인정한다. 그러면서 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를 비난할 때 ‘무기력’하다는 말을 즐겨 쓰는 이유가 자신은 그러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라고 분석했다.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카메라 앞에 섰을 때와 아닐 때의 모습이 다르다고 한 사람은 없다. 심스는 “대통령은 사석이라고 다른 모습을 보이진 않는다”라고 회상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날 저녁을 조용히 보내는 등 온화한 모습을 보였던 일화도 전해진다.

어떤 저자는 대통령이 가족이 세상을 떠날 때 위로 하거나 가족애와 미군 장병에 대한 감사를 늘 표현했다고 전했다. 샌더스는 크리스마스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라크를 방문했던 날에 대해 적었다. “장병 한 명이 대통령을 위해서 다시 군에 들어왔다고 전하자, 대통령은 '저도 당신을 위해 이곳에 왔다'고 화답했다.”

그 외 많은 저자는 비판적이다. 오마로사는 대통령이 “동정심이 완전 부족하고 따라서 완전히 나르시시스트적”이라고 평했다. 매케이브는 대통령을 “겪어봤던 이중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경고'는 대통령을 무식하고 지적으로 게으른 사람으로 묘사했다. 또한 집중력이 없어 브리핑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 책에 나온 보좌관에 따르면 대통령의 요구사항은 주로 다음의 셋에 속한다. “완전히 멍청하거나”, “실행하기 거의 불가능하거나”, “완전히 불법이거나”. 저자가 익명이라 이런 악평이 실제인진 알 수는 없다.

존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의 백악관에 대해 회고한 사람 중에 가장 고위직 인사였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악평을 한 이도 있다. 바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그는 대통령에 대한 회고록을 쓴 사람 중 가장 고위직에 오른 사람이다. 안보보좌관으로서 볼턴은 대통령 임기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함께 했다.

볼턴은 회고록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 재선을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고 썼다. 자신의 재선에 중요한 지역구에서 나온 농산물을 중국이 대거 수입해 달라고 중국 측에 촉구한 것이다. 그의 책 후반에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적인 이해관계와 국가적 이해관계의 차이를 보지 못했다”라고 전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권위적인 지도자와 사이가 좋았다는 사례는 여럿 보인다.

볼턴은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독재자에겐 호의를 베풀었다”고 말하면서 이들에 의해 쉽게 조종당했다고 봤다. 그 예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들었다. “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 나온 파블로프가 쓴 거 같았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존심을 어떤 식으로 살리고 어떻게 신경을 건드릴지를 정확히 알았다.”

또한 볼턴은 한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같이 두는게 영 내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스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모든 것이 사적인 걸로 여겨진다고 생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정상과의 개인적인 관계가 국제사회의 공공의 이익이나 지정학 정세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었다." 심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범한 재능을 가진 동시에 엄청난 단점을 가진 이" 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빨간 버튼'

저자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이들이 책에서 얘기하고자 했던 자신들의 커리어 성공담이나 위인들의 명언 인용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게 있다. 바로 책마다 빠지지 않는 비화다.

오마로사의 책에선 대통령이 자신의 책 ‘거래의 기술’을 인용해 대통령 선서를 해도 되는지를 물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은 농담이었다고 사람들이 믿길 원했다”고 말했다.

샌더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구강 위생을 개선하려 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대통령이 김위원장에게 '틱택' 박하사탕을 권했다. 당황한 듯 보인 김 위원장은 이를 거절했는데 아마도 대통령이 자신을 독살하려고 했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김 위원장이 어떤 제스쳐도 안 취하자 대통령은 사탕을 입에 문채 김 위원장에게 입김을 불며 입냄새 제거용이라는 걸 보여줬다."

하지만 비화 중의 비화는 심스의 책에서 나온다. 그에 따르면 대통령의 집무실의 책상엔 빨간 버튼이 달린 작은 나무 상자가 놓여 있다고 하는데 바로 이와 관련된 비화다. 참고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책상에 핵 미사일 발사 버튼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통령은 누군가 그 상자를 응시하는걸 눈치채면 '걱정 마시죠. 누구도 제가 이 버튼을 누르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라며 상자를 멀찌감치 둔다. 그러면 사람들은 긴장하면서 웃어넘긴다. 그러다 대화를 이어가려고 하면 대통령은 상자를 다시 자기 근처로 가져온다. 아무 말없이 말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버튼을 누르는데 당연히 사람들은 이 상황이 뭔가 싶어 긴장한다. 그럼 은색 쟁반에 다이어트 콜라가 담긴 잔을 든 직원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러면 대통령은 웃음보가 터졌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넥타이를 길게 매는 이유가 있다고 한 회고록은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난히 넥타이를 길게 맨다. 허리선 밑에까지 오게 맨다. 크리스티에 따르면 그렇게 매야 더 날씬해 보인다고 생각해서 그런다고 한다.

심스는 대통령이 자신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관리하기 위해 항상 주머니에 헤어스프레이를 가지고 다녔다고 말했다.

오마로사에 따르면 백악관에는 대통령 전용 태닝 침대가 있는데 이 침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며 담당 직원을 해고했다고 한다.

또한 샌더스는 대통령이 록 밴드 건즈 앤 로지즈의 '노벰버 레인' 뮤직비디오를 '역대 최고의 뮤직비디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볼턴은 그가 엘튼 존의 로켓맨 CD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데 집착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 문서와 신문이 아니면 독서엔 취미가 없는 거로 알려졌다. 그러나 스카라무치는 대통령이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라는 책을 제일 좋아하고 르완도스키와 보시는 그가 스위스 심리학자 칼 융의 자서전을 좋아했다고 하니 아예 독서와 담을 쌓진 않은 듯 하다.

이들은 왜 트럼프 대통령과 같이 일했나

저자 중엔 트럼프 행정부에 발을 들였지만 나중에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린 경우도 있다. 그들은 애초에 왜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왔을까?

오마로사는 흑인 여성으로서 인종적 다양성이 결여된 행정부에서 일하는게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봤다.

다른 저자의 경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서라기보단 공화당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었던 걸로 보인다.

샌더스는 "트럼프 아니면 힐러리가 되는 상황이었는데 나라를 구하거나 지옥에 가게 두게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트럼프 대선 캠프에 동참했다고 말한다.

볼턴은 "다가올 위험"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볼턴과 트럼프의 관계는 묘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끝없는 전쟁'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하면서도 "그가 좋아하지 않는 전쟁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걸로 알려진 볼턴을 임명했다.

볼턴은 재임 당시 이란, 베네수엘라 등에 대한 공격적인 정책을 펼쳤다. 그는 자신의 정책이 더 공격적이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후회했다.

'실수는 있었지만 내가 그런 건 아님'

많은 회고록이 그렇듯이 저자들은 실수는 인정하지만 책임은 회피했다.

트럼프 참모의 책 상당수가 다른 참모에 대한 공격으로 채워졌다. 어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몇몇 실수를 책임자인 대통령이 아닌 직원 탓으로 돌렸다.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그 자리를 맡았다는 거다.

사라 샌더스와 션 스파이서 전직 백악관 대변인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 호의적인 책을 냈다

스파이서와 샌더스는 언론 탓을 했다. 스파이서는 "주류 언론은 트럼프의 성공에 대해 공평하게 평가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가 스스로 발목을 잡은 느낌도 있다. 볼턴은 여러 번 사임을 고려 중이라고 전에도 말했으나 마치 탈레반과의 협상 결렬 때문에 해임된 것처럼 묘사했다.

코미와 매케이브 둘 다 대통령에게 보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던 걸 후회한다고 말했다.

매케이브는 대통령이 자신에게 대선 때 누구를 찍었느냐고 대놓고 물은 걸 “엽기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때 자신이 "좀 더 대담하게 말했어야 했나? 싶지만 아무리 트럼프라고 해도 그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나는 반사적으로 공손하게 대답했다”고 말했다.

올해 대선 결과는 어떻게 될까?

이 책들로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점쳐 보는 건 역부족이다. 저자 중 상당수가 이미 해고되거나 사임했기 그들이 현재 백악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들로 가늠해 볼 수 있는 게 몇 가지 있다.

선거 유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그는 에너지를 얻고 메시지를 정교하게 만들 것이다. 대통령은 모두가 깜짝 놀란 2016년 대선 승리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을 것이다.

레반도프스키는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뀌지 않고 바뀔 이유도 없는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가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올해 대선 결과에 대한 관측은 크리스티의 책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크리스티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트럼프에게 패배했는데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그와 경쟁했던 사람으로서 이 정도는 말할 수 있다. 그를 과소평가하는 건 자유지만 그럼 필히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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