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류현진이 제3의 저지 '베이비 블루'를 선택한 이유

“내가 선택한 유니폼이다.”

23일(이하 한국 시각)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원정 경기를 마친 류현진은 취재진들과의 영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홈, 원정 구분 없이 3경기 연속 같은 색상의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이색적이어서 취재진이 질문을 던졌고, 류현진은 “좋은 경기 결과가 계속 나와서 내가 선택한 유니폼이다”라고 답을 한 것입니다.

메이저리그는 보통 홈과 원정 저지가 색으로 구분이 됩니다. 하지만 최근 제3의 저지를 활용하는 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흰색과 회색이 아닌 색상으로 만들었고, 홈과 원정에서 모두 선택 가능한 저지입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바로 이 ‘베이비 블루’ 색상이 제3의 저지입니다.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SNS

선수들에게 징크스는 게임의 일부가 될 정도로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 개인의 징크스 못지않게 팀의 징크스도 존재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저지’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시즌 NLDS에서 반격을 한 워싱턴 내셔널스입니다. NLDS에서 LA 다저스를 상대하던 워싱턴 내셔널스는 1대 2로 쫓아가던 상황이었는데, 4차전에서 제3의 저지인 네이비 색상을 입었습니다.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선택한 저지였는데, 이때부터 워싱턴 내셔널스의 짜릿한 대역전극은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워싱턴 내셔널스는 디비전시리즈 4차전부터 제 3의 저지를 입고 모든 경기를 치렀고,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최고의 결과를 얻었다.

이 승리의 기운을 이어 가고 싶었던 워싱턴 내셔널스는 제3의 저지를 계속 입고 경기에 출전했습니다. NLDS 5차전에서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 상대로 믿기 힘든 백투백 홈런, 캘리 상대로 만루 홈런을 날렸을 때도 워싱턴 선수들은 제3의 저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극적인 승리를 가져다 준 제3의 저지를 입고 NLCS와 월드시리즈까지 치렀습니다. 단 한 번의 경기도 거르지 않고 모든 경기에서 착용했는데, 그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2019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이었습니다. 워싱턴 내셔널스에게 제3의 저지는 그야말로 승리의 아이템이었고, 네이비는 승리의 색상이었습니다.

올 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게도 승리의 아이템이 있었습니다.

8월 17일 흰색 저지를 탬파베이에 승리를 내준 뒤, 18일 볼티모어 원정 경기부터는 ‘베이비 블루’로 된 제3의 저지를 입고 경기에 출전했습니다. 결과는 대만족. 4일간 5승(더블헤더 포함)을 안겨준 승리의 아이템이 된 거죠.

저지 선택은 클럽하우스 매니저, 혹은 선발 투수가 선택을 합니다. 클럽하우스 매니저는 홈과 원정 기준으로 준비해 놓고, 선발 투수가 제3의 저지를 택할 경우에는 제3의 저지를 선수 라커에 걸어 놓습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5연승을 달리는 상황에서 굳이 저지를 바꿀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기존의 흰/회색 유니폼을 선호하는 슈메이커가 등판했던 22일. 슈메이커는 지난 8월 10일 보스턴 원정 때 회색 유니폼을 입고 잘 던진 기억이 있어 베이비 블루가 아닌 회색 저지를 입고 경기를 했습니다. 회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했던 슈메이커도 5이닝 2실점, 팀도 6-5 승리를 따냈기 때문에 클럽하우스 매니저는 23일 선발 등판인 류현진에게 유니폼을 선택해 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회색이냐 베이비 블루냐를 놓고 말이죠.

류현진은 주저 없이 베이비 블루 저지를 선택했습니다. 이전 두 경기에서 모두 제3의 저지를 입고 경기를 치렀고, 두 경기 모두 만족할 결과가 나왔기 때문. 하지만 아쉽게도 23일 경기에서 승리의 아이템이었던 베이비 블루 저지의 효력은 사라졌고, 류현진은 5이닝 1실점 승패없이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팀도 역시 1-2로 패했습니다.

즐거웠던 연승 행진이 깨진 현재로서는 베이비 블루 저지를 꼭 고집할 이유는 없어졌습니다. 다시 연승 가도를 달리기 전까지는 유니폼을 섞어 착용하거나 선발 투수가 선호하는 유니폼을 입게 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