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곳에서 일주일간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조회수 2020. 10. 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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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 가드 대령은 이번 공습으로 아들을 잃었다. 아버지의 뒤를 따라 경찰이 된 아들이었다.
라지아는 수어 교육을 받는 학교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 생존자다

3시간에 걸친 수색 작업 끝에 후세인 하이다리는 아내의 사촌동생 라티프 사르와리를 테러 현장에서 발견했다. 라티프는 테러 공격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라티프를 찾으러 나선 그 짧은 시간동안 후세인은 수많은 싸늘한 주검들을 스쳐 지나갔다.

라티프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었다. 의사가 꿈이었던 그는 3달 전 다른 친구들처럼 대학 입학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수도인 카불로 상경했다.

지난 토요일 오후, 라티프는 4시간짜리 수업을 마치고 학원을 나섰다. 그 순간 시내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했다. 라티프를 포함해 25명이 사망했다. 거리는 먼지와 연기로 가득 찼다.

라티프의 사촌은 그의 부모에게 바로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후세인은 직접 라티프의 고향에 내려가기로 했다.

“라티프가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온 고향에 그를 다시 데려다 주기로 했어요. 죽은 아들을 데리고 온 저희를 마주해야 할 라티프 부모의 심정을 어떨까요?”

월요일, 후세인은 그들에게 직접 비보를 전했다.

라티프는 의사가 되고 싶어했다

지난주,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적어도 매일 한 건의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라티프 부모처럼 폭력 사태로 가족을 잃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이 평화회담을 진행 중이지만, 사태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BBC가 아프가니스탄의 지난 한 주를 짚어봤다.

10월 18일, 일요일

라지아(16)와 언니 마지아(18), 오빠 나예브(22)는 농인이다. 그들은 고르지방에 있는 수어 학교에 다닌다. 10월 18일, 3남매는 첫 수업에 참여했다. 수업에는 19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수업 도중 폭발물을 가득 실은 트럭이 건물 밖에서 폭발했다. 라지아는 "평생 느껴보지 못한 굉음이었다"며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귀가 들리지 않지만, 한쪽 귀에서 강력한 울림을 느꼈어요."

이 폭발 테러로 16명이 사망하고 150명 이상이 다쳤다. 폭발로 인해 학교와 주변 건물이 파손됐다.

폭발 테러 현장에 있었던 3남매

다행히 3남매 모두 크게 다치지 않았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마르지아는 악몽에 시달린다. 그는 집을 떠나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이번 폭탄 테러 희생자 대부분은 노동자였다. 아버지를 잃고 슬픔에 잠긴 가족들에겐 당장 생계유지도 큰 문제다.

10월 19일, 월요일

아프가니스탄 코스트에서 진행되던 결혼식 근처에서 폭발물을 실은 오토바이가 폭발했다. 최소 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우르즈간주에서는 무장 정파 탈레반의 공격으로 경찰관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10월 20일, 화요일

님루즈 주에서는 한 호송차 옆에서 길가 지뢰가 폭발해 군인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경찰서장도 희생자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어린 아들 베냐민은 현지 TV에 출연해 나중에 탈레반에 복수할 것이라며 아프가니스탄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에게 “내 슬픔을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날, 카불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도로에서 폭탄이 터져 민간인 차량 여러 대가 파손됐고, 최소 11명이 숨졌다.

10월 21일, 수요일

16일 새벽 동북부 다카르 지방에서 탈레반이 치안 기지를 공격했다. 경찰특공대대원 30여 명이 사망했다.

지역 경찰서장인 압둘라 가드 대령은 이번 공습으로 아들을 잃었다. 아버지의 뒤를 따라 경찰이 된 아들이었다.

가드 대령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난 아들만 잃은 것이 아니다”라며 “아들과 함께 죽은 다른 용감한 군인 중에는 내 병사들도 있었다”고 슬픔을 호소했다.

Colonel Abdullah Gard with his son Farid Ahmad Gard

같은 날 저녁, 아프간 공군기 여러 대가 탈레반 공격을 위해 급파됐다. 그들은 다카르 지방에 위치한 모스크를 공습했다. 하지만 이곳 바로 옆에 위치한 종교학교에서는 어린 남자아이들이 코란을 공부하고 있었다.

이 공습으로 교사와 학생 12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BBC가 인근 병원에서 만난 학부모 압둘 라자크는 그의 두 자녀가 공습 당시 학교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리 애가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그런데 다친 애를 병원에 데려오느라 죽은 아이를 거기 놔두고 올 수밖에 없었어요.”

아프가니스탄에서 폭력 사태는 끊이질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들이 집을 떠나야 했다. 피난처와 일 또는 의료 서비스를 찾아 다른 나라를 찾아 떠나는 사람도 많다.

파키스탄 비자를 받기 위해 몰린 사람들

21일 새벽, 니아즈 모하마드(60)는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아내 비비 지와르(55)가 보이지 않았다. 지와르는 그날 새벽 2시 파키스탄 영사관 앞에 줄을 서겠다고 집을 나섰고,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지지는 8남 3녀를 둔 어머니다. 모하마드는 BBC에 “내 아내는 손주들을 많이 그리워했다”며 “파키스탄에 사는 손주를 보러 가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동부 난가르하르 지방에 위치한 잘랄라바드시에서 비자 신청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무더기로 몰리면서 줄 서 있던 여성 11명을 포함해 최소 15명이 사망했다.

10월 22일, 목요일

북서부의 배드기스에서 길가 폭탄이 폭발해 두 형제가 숨졌다. 인근 헤라트시의 현지 관리는 폭탄이 군용 고속도로에 저항 세력이 설치한 것이라고 전했다. 두 명의 어린 희생자는 민간인이었다.

파랴브 북부에서는 탈레반의 로켓 공격으로 최소 4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다쳤다.

10월 23일, 금요일

남서부의 님루즈 지방에서 탈레반의 공격으로 군인 20명이 사망했다. 현지 관계자는 부상자도 많고 군인 6명이 인질로 잡혔다고 보고했다.

사막에 널부러진 장병들의 시체와 함께 다친 것으로 보이는 인질들의 모습이 SNS에 올라왔다.

10월 24일, 토요일

카불에 위치한 한 학원 앞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라티프가 카불에서 다니던 학원에는 무려 600명의 학생이 있었다. 학원 근처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테러로 사망한 25명의 희생자 대부분은 라티프와 같은 학생이었다. 이 테러로 60여 명이 다쳤다.

타비시(17)는 이 폭탄테러 생존자다. 그는 축구 연습 때문에 서둘러 학원에서 나왔다고 한다.

“폭탄이 터졌을 때 저는 차선 끝에 있었어요. 좋은 친구 미르와이스 카리미를 이번 테러로 잃었어요. 제 옆자리에 앉았던 총명한 친구인데, 그가 더 우리와 함께 있지 않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타비시도 다리를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의 아버지 파이돈은 “폭파범이 왜 학생들을 목표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격을 누가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탈레반은 개입을 부인했고, 이슬람국가(IS) 무장세력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테러로 다쳤거나 사랑하는 이를 잃은 민간인들에게 이 일이 누구의 소행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Peace talks between the Afghan government and the Taliban are underway in Qatar

아프가니스탄에서 폭력 사태는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주에만 20개 이상의 지방에서 폭력 사태로 사람이 죽었다. 민간인 및 정부 사상자 수는 확인하기 어렵다. 탈레반 쪽 사상자 실체를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유엔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군과 무장 정파 탈레반의 전투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2117명의 민간인 사망자와 382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정부 협상단과 탈레반 간의 대화가 시작됐음에도 폭력 사태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샤하르자드 아크바르 아프가니스탄 독립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지난주 트위터에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1주일간 발생한 끔찍한 폭력 사태는 한 줄기 희망도 앗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으로서, 그리고 사회로서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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