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IT로 무장한 대형 트럭, 벤츠 '뉴 악트로스'
대형 트럭, 버스 등 상용차는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IT(정보기술)가 차량에 본격적으로 도입될 경우 큰 폭의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승용차에 비해 IT 기술의 도입이 더디게 진행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보수적인 상용차 산업의 특성에다가 고가의 전장장비를 추가로 탑재할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산하 다임러트럭코리아가 지난 9월 출시한 대형 트럭 악트로스의 5세대 모델인 ‘뉴 악트로스’는 그런 점에서 관심을 모으는 차량이다. 악트로스는 벤츠의 대형 트럭 제품 중 플래그십(기함) 역할을 맡는 모델이다. 벤츠는 신형 악트로스에서 대형 트럭 가운데 처음으로 반자율 주행 기능을 탑재했다. 또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 영상으로 주변을 볼 수 있는 ‘미러캠’도 탑재했다.

신형 악트로스를 시승했다. 시승 구간은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의 메르세데스-벤츠 트럭 오산 서비스 센터 인근의 30km 정도 되는 국도였다. 그리고 서비스 센터 내부를 몇 바퀴 돌았다. 1종 대형 면허가 있지만, 공도 주행에서는 인스트럭터가 운전을 하고 조수석에 앉아 동승했다.

외관에서 신형 악트로스의 가장 큰 특징은 사이드미러가 없다는 것이다. 사이드미러가 있었던 자리 위에 카메라가 달려있다. 여기서 촬영한 영상이 운전석 내부 A필러(전면 유리와 운전석 양쪽 측면 유리 사이에 있는 기둥 형태 구조물)에 설치된 디스플레이 장치에 표시된다. 15.2인치 크기로 세로로 긴 형태인데, 약간 긴 태블릿PC를 세로로 세워둔 모양이다. 해상도는 720×1920픽셀이고 화면 아래 4분의 1 정도 되는 공간은 볼록거울처럼 따로 영상이 표시된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스티어링휠과 디지털클러스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꽤 많이 바뀌었다. 스티어링휠은 크기가 커졌을 뿐, 전체적인 디자인이나 버튼 배치 등이 벤츠의 승용차와 거의 같았다. 또 벤츠의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인 MBUX와 거의 같은 UI(유저인터페이스)의 디지털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용 디스플레이 기기가 각각 장착되었다. 대형 트럭이다 보니 클러스터와 디스플레이 모두 좀 대형화된 게 차이점이었다. 신형 악트로스에는 전자식 브레이크도 탑재되어있다.

외관 디자인은 이전 모델과 비교해 큰 폭의 변화는 없다. 주간주행등 위치가 헤드램프 위쪽에 가늘고 긴 선 형태로 배치된 것 정도다. 그리고 야간에 운전자가 차량에 다가가면 전면부 벤츠의 삼각별 로고 뒤에 숨어있는 LED 램프가 켜져 본인 소유의 벤츠 트럭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운전석 위로 올라갔을 때 바닥 부분에 벤츠 로고 모양의 조명이 비춰져 내려갈 때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게 한 기능도 새로 적용됐다.
주행을 했을 때 가장 먼저 받았던 인상은 일반 승용차와 비슷한 운전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스티어링휠이 매끄럽게 작동했고,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도 덩치가 큰 차 정도로 느껴지는 수준이었다. 디지털클러스터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벤츠 승용차와 비슷했다. 인포테인먼트용 시스템은 차량의 다양한 주행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데, 재빠르게 손가락 터치에 반응했다.

또 사이드미러 대신 탑재된 미러캠은 운전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대형 트럭은 사이드미러에 보이지 않는 사각(死角)지대가 넓어 운전하기 까다로운데, 미러캠으로는 뒤에 접근하는 차량이나 옆 차선 차량을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사실상 사이드미러 위치가 차량 바깥에서 운전석 안쪽으로 옮겨진 것이라 시선을 돌리기도 수월했다. 코너를 돌 때 영상에 표시된 눈금을 이용해 차량 끝 부분이 어디에 있는 지 파악할 수 있는 것도 간단하지만, 활용도가 높은 기능으로 보였다. 국내 시판 승용차에서는 최근 출시된 아우디의 전기차 ‘e-트론’에서 처음 탑재된 기능인데, A필러 위에 대형 스크린 형태로 탑재되다보니 시인성이 월등히 뛰어났다.
신형 악트로스는 현재 승용차에 탑재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대거 탑재됐다. 먼저 차량이 커브길에서도 차선과 속도를 유지하면서 주행한다. 또 차간 거리도 자동으로 제어한다. 차량 앞에 보행자가 갑자기 나타날 경우, 이를 인지하고 긴급 제동을 하는 시스템도 있다. 여기에 더해 2km 앞까지 지형을 살펴서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이 있을 경우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해 연비를 높이는 지형 예측형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탑재됐다. 연비를 높여야하는 트럭 특성을 고려한 기능이다.

실제로 주행을 할 때 트럭이 알아서 속도와 차선을 유지해주는 기능은 꽤 잘 작동했다. 언덕길이 나올 경우 미리 평지에서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언덕길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많이 밟지 않아도 되는 식으로 작동하는 것도 색달랐다. 장시간 운전을 해야하는 트럭 운전자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듯한 기능으로 보였다.
시승한 차량은 악트로스 가운데 천장이 가장 높은 기가스페이스 모델이다. 차체 높이가 3995mm에 달하는 데, 천장이 높은 만큼 차량 내부 공간에서 거주성이 향상됐다. 천장에 별도로 여닫을 수 있는 유리창이 있어서 통풍을 돕는다. 또 좌석 뒤편의 침대는 라텍스 재질인데 누웠을 때 편안했다. 경우에 따라 침대를 2층으로도 펼칠 수 있다. 내부에 나파가죽을 사용하고, 돌비 5.1채널 스피커, 스마트폰 무선충전기, 냉장고 등 편의 품목도 눈길을 끌었다.

전반적으로 신형 악트로스는 IT 기술을 적용한 상용차량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모델이다. 대형 상용차이지만 실제 운전대를 잡았을 때 감각이 승용차와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점은 IT 기술의 적용이 단순히 주행 보조 등 기능적인 측면에 그치지 않고 운전 편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걸 시사한다. 탑승한 차량은 럭셔리 트림이었고, 가격은 2억3000만~2억5000만원(부가세 포함·권장소비자가 기준)이다. 에피션시 트림은 2억1000만~2억3000만원, BCT 트림은 2억~2억3000만원이다. 초고중량 및 특수화물 운송용도의 파워 트림은 2억4000만~2억6000만원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그랜저 65만원 뛰는데 전기차는 그대로… “개소세 인하 종료되면 테슬라가 웃는다”
- ‘인텔 앞질렀다’는 中 SMIC 최신 공정, 칩 성능 살펴보니 한계 뚜렷
- ‘시간 외 수당’ 못 받는 금감원, 이달말 총액인건비 첫 논의
- SK하이닉스, 학위보다 실력 본다… 신입 채용 학력 자격요건 삭제
- 25거래일 ‘셀 코리아’ 끝났다... 외국인 귀환에 쏠린 증시 ‘방향키’
- [의약품 유통 미스터리]④ “쿠팡은 다 보이는데 약은 깜깜이” 제약사 물류 혁신 시도에 도매업
- 서울 전셋값 1년 새 4000만원 뛰었다… 강동 16%·송파 15% 상승
- ‘40년 난공불락’ 췌장암, 생존기간 두 배 늘린 신약 등장…후속 주자 경쟁 불붙었다
- ‘장원영 논란’에… 공항공사, 전국 공항에 신원확인 절차 안내문 설치키로
- [르포] “국산은 까봐야 안다”… 비싼데도 중국산 양파 찾는 경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