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들어선 문대통령..법무차관 채우고 '尹 징계' 뚜벅뚜벅

김현 기자,구교운 기자,최은지 기자 2020. 12. 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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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與, 윤석열 징계 절차대로 진행 방침
문대통령 '공석' 법무차관 하루만에 내정
문재인 대통령. 2020.12.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구교운 기자,최은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징계 청구를 당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와 관련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법원이 잇따라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준 데다 윤 총장이 자진사퇴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으로선 윤 총장의 거취 문제를 정리할 수 있는 선택지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통하는 것으로 좁아졌기 때문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도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2일 여권에 따르면, 여권 내부에선 전날(1일) 감찰위와 법원이 연달아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한 당혹감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설마 했는데 그런 결과가 나와서 내부적으로 상당히 당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통화에서 "법원에서 그런 결정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당혹감 속에도 청와대 등 여권은 오는 4일로 연기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윤 총장의 징계 여부를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이제는 징계위를 통해서 절차대로 윤 총장을 징계하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징계위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개혁은 포기할 수도 타협할 수도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오랜 세월 여러 차례 좌절했지만 더는 좌절할 수 없는 국민의 열망"이라고 힘을 보탰다.

여권은 징계청구 사유 중 재판부 사찰 문제 등은 중차대한 비위 혐의인 만큼 징계위에서 해임 등 중징계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추 장관은 문 대통령에게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제청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는 게 여권이 기대하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 같은 시나리오대로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심의할 징계위 구성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추 장관을 대신해 징계위원장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던 고기영 전 법무부차관은 징계위 개최에 항의하면서 사표를 던져 지난 1일 수리됐고, 징계위 7명 중 검사들로 지명되는 징계위원 2명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한때 징계위원 지명설이 돌았던 서울중앙지검 김욱준 1차장검사와, 최성필 2차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위가 구성돼 심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여권에서 기대하는 면직과 해임 등 최고 수위의 징계 결정이 나올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법무부 차관에 이용구 변호사를 내정했다. 이 신임 차관은 20여년 법원에서 재직한 법관 출신으로, 2017년 8월 비검찰 출신으로는 최초로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돼 2년 8개월간 근무했다. 이 차관의 임기는 12월 3일부터 시작된다. (뉴스1 DB) 2020.12.2/뉴스1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공석이 된 법무차관에 판사 출신인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을 내정했다.

그간 주로 검찰 출신이 맡아 왔던 법무부 차관에 판사 출신이자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 내정자를 기용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의지를 확실하게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징계 수위를 떠나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심의하는 징계위가 열려야 한다는 데엔 문 대통령도 공감한 게 아니냐는 판단에서다. 이 내정자가 판사 출신인 만큼 재판부 사찰 문제에 대해 강한 문제 의식을 느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월3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윤 총장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진통이 따르고 어려움을 겪더라도 개혁과 혁신으로 낡은 것과 과감히 결별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질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사실상 윤 총장과 결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사고가 난 것을 채우는 것일 뿐, 징계 수위를 정해놓고 임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를 재가하게 될 경우 야당의 상당한 공세가 예상되는 데다 임기 보장을 약속했던 검찰총장을 내쳤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더구나 여권이 바라는 대로 징계위의 최고수위 징계 결정 및 추 장관의 제청을 문 대통령이 재가한다더라도 윤 총장이 징계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에 돌입하며 버틸 경우 사태는 장기화될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선 윤 총장 징계를 강행하는데 대한 비판 여론이 상당한 만큼 속도조절이나 방향선회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소명기회 등 윤 총장의 여러 요구들을 다 수용하면서 징계 절차를 진행하되 속도조절이나 방향선회를 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더 강하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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