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살생/정완희
2020. 9. 4. 05:08
[서울신문]

살생/정완희
오늘 세 사람의 직원을 잘랐다
한 사람은 자식만 넷에 늙은 노모까지
일곱 식구의 힘겨운 가장이다
한동안 실업급여와 구직활동
서러운 세상의 차가운 바람 속을 헤맬 것이다
회의실에서 잠시 고성이 오가고 나서
서로 마주 앉아 눈시울을 붉혔다
남아 있는 사람들도 모두 슬프다
추위에 눈발 날리는 화단의
철 이른 수선화들도 고개 떨군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
다음번에 내 차례가 될 수도 있다
일감이 없어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몇 달째 잠들지 못했다
성당에서 고해성사를 보고도
내 손에 피를 묻히는 꿈을 꾸었다
어느 중소기업의 인사 책임자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저세상에 갔단다
정문을 지키는 복남이가 부러운 날이다
강변의 작은 카페가 문을 열었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코로나19 때문에 카페는 며칠 동안 문을 닫았습니다. 사장님 문 언제 열어요? 아침에 알바생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는군요. 알바생을 위해 가게 문을 연 업주가 고마웠습니다. 커피 한 잔 들고 벤치에 앉아 강물 소리 듣습니다. 인류는 코로나19로부터 깊게 혼이 날 필요 있습니다. 돈이 최고의 가치가 아니라는 것 절망 속에서 깨달았으면 싶습니다. 서울의 부동산값이 반 이하로 떨어져 가난한 이와 청년층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싶지요. 나보다 힘없는 이를 생각하며 가게 문을 연 착한 업주를 생각합니다. 노랗고 하얀 꽃들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곽재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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