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19 항전' 드라마, 성차별 논란

조회수 2020. 9. 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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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우한에서 활동한 최전방 의료 종사자 중 3명 중 1명은 여성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다룬 중국 드라마가 여성의 역할을 축소했다는 이유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중국 CCTV 드라마인 ‘가장 아름다운 역행자’(最美逆行者)가 지난 17일 처음 방송됐다. 이 드라마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된 우한의 방역 전선에서 활약한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배경”으로 제작됐다는 이유로 방영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첫 방영 직후 혹평을 받았다. 중국에서 가장 큰 평점사이트인 도우반에서 10점 만점에 2.4점의 평점을 받으며, 코로나19 방역에서 활약한 여성들의 역할을 담지 않았다는 내용이 비판의 주를 이뤘다. 논란이 확산하자 평점을 매기고 댓글을 다는 것이 갑자기 금지됐다.

어떤 장면이 논란이 됐나

코로나19 사태가 중국에서 한창일 때, 여성 의료진은 ‘가장 아름다운 역행자'라고 칭송받은 바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와 비교했을 때 사태 해결에 방해가 되거나 순종적인 역할을 맡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타임스지는 1회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장면으로 한 버스회사에서 긴급 수송에 참여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장면을 꼽았다. 남성 지원이 줄을 잇는 와중에 관리자가 한 여성에게 참여 의향을 묻지만, 그는 가족들과 설 연휴를 함께해야 한다는 이유와 주변 동료들의 만류에 자원봉사 활동을 포기한다.

중국 SNS 웨이보에서 해당 장면이 성차별적이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한 이용자는 이 드라마에서 “여성이 최전방에 나가려면 남편의 동의를 구해야 하며, 이들은 마지못해 봉사하는 것처럼 그려졌다"고 말했다. 해당 캐릭터가 남자였다면, 이렇게 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드라마에서 여성 간호사들은 “남자 의사를 험담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묘사됐다고 지적했다.

SCMP는 한 간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실에서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모든 여성이 하나로 뭉쳐 코로나19 방역에 힘썼다"면서 간호사 중 약 5%만 남성이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최전방에서 활약한 여성 의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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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우한의 여러 핵심 병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여성이다. 우한에서 활동한 최전방 의료 종사자 중 약 3분의 2가 여성이었다.

중국 관영신문인 차이나데일리는 지난 4월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사 중 약 50%가 여성"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또다른 관영신문인 인민일보 또한 지난 5월 최전방 의료진의 약 70%가 간호사라고 보도했고, 차이나데일리는 이 중 90%가 여성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달 동안 코로나19 사태 때 여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관영 매체에서는 여성 의료인이 최전방에서 일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지금까지 중국 여성들이 진심으로 그 노고를 인정받은 것이 맞는지 얼마나 많은 여성이 중국에서 광범위하게 소외당하고 있는지 대한 의문을 던지게 한다.

시진핑 주석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큰 공헌을 한 4명에게 국가 훈장을 수여했다

지난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19 사태 때 큰 공헌을 한 4명에게 국가 훈장과 국가 영예 칭호를 수여 했다. 이 중 코로나19 백신 개발자인 천웨이 중국공정원 원사만 유일한 여성이었다.

또한 우한 노동조합에 따르면 우한에서 이번 일로 "국가 모범 노동자" 표창을 받은 13명 중 4명만이 여성이었다.

담기지 않은 목소리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 있어 실제 서사를 바꾸려고 했다는 비난을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드라마가 방영된 직후 코로나19 사태 때 얼마나 많은 여성의 노력과 희생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 수 있었는지 인터넷에서는 활발한 토론이 시작됐다.

아이펜 의사는 코로나19 발생을 초기에 알린 내부고발자다

작년 말 고 리원량 의사와 함께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공유했던 우한 중앙병원의 아이펜 의사가 재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내부고발자로서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공헌했지만, 당시 우한 당국으로부터 큰 압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한에서의 확산 초기 상황을 일기 형식으로 쓴 중국 작가 팡팡 또한 중국 정부의 주목을 받지 못한 영웅 중 하나로 네티즌 사이에서 꼽히고 있다.

팡팡은 격리 중 우한 내 상황을 생생히 묘사했다

지난 1월 우한을 방문하던 중에 격리된 팡팡은 SNS에 봉쇄된 도시 우한의 변화를 글로 올렸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중국 관영매체는 그를 ‘배신자'라 칭하며 국가의 비극을 이용해 명성을 얻고자 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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