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놀라움의 연속, 벨로스터 N DCT



지난 2016년 현대 아반떼 스포츠가 처음 나왔을 때,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제법 탄탄한 하체와 안정적인 움직임, 준수한 핸들링 성능을 갖춰 운전을 좋아하는 젊은 소비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나도 그렇고. 이후 기아 스팅어와 제네시스 G70 등 주행성능을 뾰족이 앞세운 모델이 잇따라 등장했다. 오늘 소개할 차는 그 방점을 찍는 모델, 벨로스터 N DCT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현대자동차, 강준기



현대차가 ‘기본기’에 눈을 뜬 건 2015년, BMW M 연구소장 출신 알버트 비어만을 영입하면서부터. 그의 합류로 현대차의 주행성능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모터스포츠에서의 성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악명 높은 WRC와 WTCR에서 활약하는 i20 N & i30 N 듀오가 대표적이다. 사실 현대차는 1999년부터 베르나로 WRC에 뛰어들었으나 괄목할만한 성과는 없었다.

2017년 현대차는 자사의 고성능 브랜드 ‘N’을 선보였다. 남양연구소, 뉘르부르크링의 앞 글자를 따왔다. 레이스에서 거둔 빼어난 성적과 노하우를 양산차에 녹여, 일반 소비자도 경험할 수 있는 고성능 모델을 선보였다. i30 N이 스타트를 끊었다. 오롯이 유럽 소비자를 위한 ‘핫 해치’로, 골프 GTI의 등짝을 겨눴다. 이듬해 두 번째 모델인 벨로스터 N이 나왔다.

N 브랜드의 진입장벽 낮춘 N DCT



2년 전 벨로스터 N이 처음 나왔을 때, 아반떼 스포츠의 최종 완성형이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탄탄함을 넘어 ‘뻑뻑함’까지 전하는 서스펜션,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로 구현한 짜릿한 핸들링, 가속 페달에서 발 뗄 때마다 쏘아대는 악다구니가 머리털 쭈뼛 서는 쾌감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오롯이 수동변속기만 제공하는 까닭에 진입장벽이 높았다.

벨로스터 N DCT는 N 브랜드의 판매량을 늘리고, 일반 소비자의 진입문턱 낮출 주역이다.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275마력 엔진은 같지만, 6단 수동기어 대신 현대차가 새롭게 개발한 8단 습식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파트너로 짝지었다. 소위 ‘제로백’이라고 부르는 0→시속 100㎞ 가속 성능은 5.6초로 수동보다 빠르며, NGS 같은 DCT만의 장비도 갖췄다.




외모 차이는 없다. 4.2m 대에 불과한 짧은 차체 길이, 1.4m가 채 안 되는 높이 덕에 조약돌처럼 다부진 느낌을 전한다. 잘생긴 ‘훈남’은 아니지만 존재감은 확실하다. 또한, 오너 취향대로 더욱 개성 있게 꾸밀 수도 있다. N 퍼포먼스 파츠가 대표적이다. 카본 프론트 립과 리어 디퓨저, 거대한 리어 스포일러 및 사이드미러 커버 등을 순정 옵션으로 끼울 수 있다.

시승차는 퍼포먼스 옵션을 ‘몽땅’ 삼켰다. 일반 휠보다 개당 2.1㎏ 더 가벼운 19인치 경량 블랙 알로이 휠, 안쪽을 꽉 채우는 모노블록 4피스톤 브레이크 캘리퍼가 시선을 끈다. 고성능 피렐리 P 제로 여름용 타이어를 순정으로 제공하는 점도 과거의 국산 ‘펀 카’와 결이 다르다. 한국타이어의 사계절 타이어를 신겼던 아반떼 스포츠와 비교해도 한층 성장한 모습이다.





실내는 기어레버를 제외하고 수동 모델과 다르지 않다. 8인치 돌출형 디스플레이는 크기가 다소 작은 감이 있지만, 높이가 계기판과 일직선상에 있다. 운전 중 시선 이동범위가 크지 않아 만족스럽다. 시승차는 N 라이트 스포츠 버킷 시트를 달았다. 헤드레스트 아래 은은하게 빛나는 N 로고가 눈길을 끌지만, 포지션이 높고 1시간 이상 운전 시 허리가 퍽 불편하다.

궁금했던 2열 공간. ‘좁아서 못 탄다’보단 ‘있는 게 어디야’라고 설명하고 싶다. 과거 벨로스터의 선조인 티뷰론, 투스카니 등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미취학 아동 2명은 충분히 태울 수 있다. 유아용 카시트 고정 장치도 빠짐없이 챙겼다. 또한, 필요할 땐 2열 시트를 접어 적재공간을 널찍하게 활용할 수 있다. 단, 탈만하다고 해서 승차감까지 괜찮은 건 아니었다.

불편해서 마음에 든 벨로스터 N



안팎 디자인 감상을 끝내고 운전대를 잡았다. 이 차는 주행모드 설정하는 방법이 두 가지다. 기어레버 옆에 있는 버튼으로 ①에코 ②노멀 ③스포츠 등 세 가지 모드를 고를 수 있고, 스티어링 휠 왼쪽 하늘색 배경의 깃발 모양 버튼을 눌러 ④N ⑤커스텀 등 두 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우선 가장 기본인 노멀 모드에 놓고 N DCT와 천천히 친해지기 시작했다.

노멀이라고 해서 일반 차의 노멀 모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BMW M2를 탈 때 느끼는 ‘뻑뻑함’, 폭스바겐 골프 R을 몰 때 감도는 ‘묵직함’을 이 차에서도 제법 느낄 수 있다. 노면 상황에 따라 쇼크업소버의 감쇠력을 주무르는 전자 제어 서스펜션을 달았지만, 편안한 승차감까지 양립시킨 건 아니다. 개성에 반해 일상 용도로 접근하면 후회할 수 있다.


약 3년 동안 함께했던 아반떼 스포츠


약 3년 정도 아반떼 스포츠를 운행하며, “이 차는 충분히 패밀리카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일반 아반떼보다 서스펜션이 탄탄하지만 허리가 불편하진 않았다.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도 제법 쓸 만했다. 반면 벨로스터 N은 넓고 편안한 메인 카가 있고, 가끔씩 즐기는 세컨드 카 용도로 접근하는 게 낫다. 혈기 왕성한 20대라면 다르겠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최근 기아가 내놓은 스팅어 마이스터가 나쁜 예다. 모든 영역에서 완성도를 추구한 전략이 되레 개성을 희석시켰다. 300마력 대 출력과 굴림방식의 차이를 빼면, 신형 스팅어의 주행능력은 K5에서도 느낄 수 있다. 화려한 드리프트를 앞세운 초기 모델이 그리울 정도. 반면 벨로스터 N은 아반떼 대신 살 용기가 필요할 만큼 독특하다.

취향대로 조절하는 커스텀 모드



N 커스텀 모드에서 각 파츠를 입맛대로 조율했다. 스티어링 휠과 서스펜션 답력은 3단계 중 가장 무르게, 엔진 반응과 변속기 반응은 3단계 중 가장 빠르게 세팅했다. 3,000만 원 초반 대의 국산차에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다니. 단계별 성격 변화도 뚜렷하다. 서킷 같은 특수한 환경이 아니라면, 서스펜션은 노면에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1단계에 두는 게 낫다.

벨로스터 N DCT의 최고출력은 275마력으로 수동 모델과 같지만 최대토크는 꽤 다르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자리한 ‘NGS’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에서 20초를 카운트하기 시작한다. 이 시간 동안 최대토크가 36.0→38.0㎏‧m까지 순간적으로 올라간다. 이른바 ‘오버부스트’ 기능이다. 한 번 누르면 재사용까지 3분 정도 필요하며, 서킷에서 전략적으로 쓸 수 있다.



이때, 변속기를 수동 모드에 두면 더욱 짜릿하게 즐길 수 있다. 여느 모델과 다르게 회전수가 절정으로 치솟아도, 다음 단을 물지 않는다. 운전자가 직접 조작해야 하는데, 엔진 회전수와 비례해 계기판에 불빛이 들어온다. 즉, 타코미터를 보지 않고 불빛에 맞춰 최적의 시점에 변속할 수 있다. 특히 패들 시프터로 주무를 때 반응 속도는 포르쉐 PDK 만큼 날쌔다.

앞서 이 차를 구매할 때 용기가 필요하단 말은 단순히 개성 있는 외모와 불편한 승차감 때문만은 아니다. 코너에서의 움직임 또한 만만치 않다. 앞바퀴 굴림 특유의 부푼 궤적은 쉽사리 느낄 수 없다. 비결은 전자식 차동제한장치. LSD가 없는 차는 선회 시 가속 페달을 밟아도 의미 없다. 디퍼렌셜 기어가 접지력이 희미한 코너 안쪽 바퀴로 동력을 보내기 때문.



반면 벨로스터 N에 들어간 e-LSD는 노면 상황에 따라 좌우 구동력을 효과적으로 제어한다. 운전자가 화면 내 버튼으로 LSD의 강도를 3단계로 조절할 수도 있는데, 정확한 이해 없이 3단계로 설정하면 오버스티어를 자주 맞닥뜨린다. 따라서 LSD를 끈 상태에서 차와 충분히 친해진 후 서서히 단계를 높이는 게 좋다. 그래서 이 차를 살 땐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일단 적응만 하면 사소한 교차로나 꼬부랑길 주행이 신이 난다. 가벼운 차체와 끈끈한 접지력, 빠른 변속 반응, ‘으르렁’ 배기음이 주는 드라이빙 재미가 기대 이상이다. 별도의 튜닝 없이 당장이라도 서킷에서 달려도 이상 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 벨로스터 N의 가치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호쾌한 재미를 느끼고 싶으면 최고의 선택이다.



다만 혈기 왕성한 20대라도, 짜릿한 재미에 취해 일상 용도로 접근하면 금세 후회할 수 있다. 차라리 날이 살짝 무딘 N-라인이 좋은 선택이다. 노멀 모드에서도 딱딱한 하체와 쿠션 따윈 느낄 수 없는 버킷 시트 덕에, 1시간 이상 달리면 허리가 시큰하다. 그래서 장난감처럼 구매욕이 더 샘솟는다. 가족과 공유하지 않을 나만의 장난감, 세컨드 카로 다시 만나길 바라며.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