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적 정서를 세계화시키는 건축그룹 SANAA(下)

로잔 공과대학은 만남과 대면, 대화를 모토로 미래형 도서관으로서 러닝센터를 신축하게 되었다. 지명 현상설계에 당선된 SANAA의 계획안은 '단일 층의 넓고 열린 공간'이라는 건축적 특성으로 정의된다. 대지의 대부분을 뒤덮는 유기적인 판 형태와 과감한 디자인 계획으로 캠퍼스 전체와 연결성·접근성을 극대화하는 계획안을 제안했다. 외관은 매스가 군데군데 들려져 만들어진 아치 하단과 중앙 공간이 출입구 기능을 담당한다. 콘크리트 슬라브 하부에는 기둥이 없으며 바닥에 면한 슬라브 자체가 하중을 받친다.
내부 공간은 굴곡진 바닥 평면이 복도 기능을 하여 자연스럽게 연계되고 공간을 가르는 시각적 경계 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내에서 본 천장은 외관의 아치 모양으로 휘어지며 SANAA 특유의 가느다란 철골 기둥이 받치는 형태인데, 판 크기에 비해 기둥의 비례가 너무 가늘어 생경하기조차 하다. 천장에는 조명, 설비가 전혀 없어 매끈하다. 기둥에서 천장을 향해 빛을 발하는 벽부형의 간접 등만 설치되었다.
자유 곡선형 슬로프를 따라 형성된 총면적 4800㎡에 달하는 곡선형 유리 파사드는 모두가 따로 분리되는 722장의 유리 중 600장의 형태가 각기 다르다. 투명한 커튼월의 프레임도 얇은 T자형을 사용해 외부 경관의 가시성을 높였다. 전체적으로 층간 구분, 방과 복도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SANAA가 다핵화와 탈중심의 콘셉트를 잘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파리에서 북쪽으로 200㎞ 떨어진 릴 근처 랑스(Lens)는 탄광 도시다. 도시 재생 계획의 일부로 루브르 박물관의 분관이 계획되었고, SANAA가 설계를 맡아 2009년 착공했다. 대지 면적 20만㎡에 유리와 알루미늄을 주재료로 지은 5개 건물군이 활처럼 굽은 곡선을 따라 배치돼 있다. 세지마와 이시자와는 "적은 예산이지만 파리 본관에 뒤떨어지지 않는 현대적 전시 방법을 고안했다"면서 "환경을 중시하고 거리와 조화를 이루는 건축을 생각한다"고 밝힌바 있다. 랑스 루브르(Lens-Louvre. 2012)는 상설관에 기원전 3500년부터 19세기까지 명품을 전시한다. 박물관은 건물 바깥의 정원과 건물, 산과 하늘, 탄광 도시의 흔적이 있는 바우하우스 스타일의 갱도 건물 등 주변 풍경을 품고 있다.
벽재를 콘크리트로 제한하는 다다오 안도의 작품에 반하는 SANAA의 작품은 보다 일본적이라 할 수 있다. 그 요소는 도포재의 탈물질화, 구조의 가독성, 공간의 유동성이 다. 이토 도요의 건축은 '센다이 미디어테크'나 '다마 미술대학 도서관'에서 드러나듯 사용자에게 개방적이고, 공간적 경계가 흐릿하다. 이토 도요 사무소에 근무했던 세지마는 건축가 그룹 SANAA를 통해 그를 계승했고, 역시 젊은 시절 한때 SANNA에 몸담았던 이시가미 준야(Ishigami Junya)는 이 계보의 막내뻘로 분류된다.

SANAA의 건축 공간들은 사용자들에게 추상적인 체험을 제공하고, 다양한 공간들과 상호 관계를 경험하게 한다. 공간과 장소의 역사적 연속성을 배제시켜 주변 환경과 요구 사항에 적합하도록 원래의 의미와 기능을 재해석하고 프로그램을 이러한 조건에 수렴시켜간다.
미국 코네티켓주 뉴케이넌 그레이스 팜(Grace Farms Community Center. New Canaan. Connecticut. 2015)은 뉴욕에서 차로 1시간30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그레이스 팜은 공동체로 운영되던 농장이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그레이스 재단이 농장의 일부인 1만2000㎡에 자연과 예술, 커뮤니티, 정의, 신념이라는 다섯 가지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건립해 공공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이곳을 상징하는 일명 '리버 빌딩(The River Building)'은 마치 한 줄기 강이 언덕을 따라 유연하게 가로지르는 모습을 하고 있어 '건축 평면이 흐르는 강(Architecture of the river's flowing plane)'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리버 빌딩은 복합 문화 공간으로 도서관, 미술관, 농구장, 레스토랑 등 다양한 시설을 품고 있다.
SANAA는 안과 밖이 모두 건물로 주목받는 것을 피하고, 자연에 자연스레 스며들게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건물을 높이 올리지 않고 언덕을 따라 흐르는 모습을 살렸다. 각기 다른 등고에 따른 고저차를 극복하고 동선과 프로그램 배치 공간들의 연계성을 고려한 설계는 어렵다. 이 곡선을 따라 건물 지붕을 반사가 되는 메탈 패널로 덮어 하늘이 비치도록 하면서 마치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듯한 모습을 구현해냈다. 건물은 주변 경관과 이질감 없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실내 전체를 유리로 마감해 건물 안에 있어도 자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인간이 건축물 안에 있으면서도 외부와 분리되지 않는 SANAA가 추구하는 건축의 개방성을 이곳에서도 실현했다.
일반적으로 기존 건축 계획 방법론은 건축물을 중심으로 사용자와 주변의 환경을 일방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수반하지만, SANAA는 계획 초기부터 주변 환경과 관계, 클라이언트 요구 조건을 우선순위에 놓고 건축적 문제와 상호 관계성을 해결하는 차별화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SANAA가 추구하는 투명함이란 물리적 의미에서 빛의 투과에 따른 시각적 의미뿐 아니라 주변과 연계되고 소통하는 사회적 관계를 표현한다. SANAA의 건축가 듀오는 건축적 언어로서 개방감을 이렇게 설명한다. "항상 공원과 같은 건축을 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거리에 열린 건축, 거리와 관계하는 건축, 들어가기 쉽고 나오기 쉬운 건축. 그런 철학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공원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나이, 지위, 신분에 관계없이 여러 이유로 모여든다. 산책이나 휴식, 운동, 기타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고 자유롭게 각자의 영역을 점유하지만 공간(Public Space)은 서로에게 개방되고 연결되며,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상호간 사회적 관계를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프리랜서 효효]
※참고 자료 : danggan 블로그, 잠수일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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