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서 배달까지 5단계 거치는데..'라이더 고용보험료'는 누가 내나요?
플랫폼업체 "사용자 특정 어려워"
계약복잡·라이더 소득파악 난관
고용보험 의무적용 시기 늦출 듯


17일 플랫폼 업계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와 로지올·바로고·우아한청년들 등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최근까지 배달 라이더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했다. 정부는 고용보험료를 라이더와 사업주(배달 대리점·플랫폼 업체)가 분납하고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면 사업장별로 모두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직급여(실업급여) 요건은 2년 이상 근무자로 12개월 동안 고용보험료를 낸 사람 중 비자발적으로 이직하거나 이직 전 3개월 임금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경우까지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다소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우선 플랫폼의 특성상 계약관계가 복잡해 사용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됐다. 고객의 음식 주문 후 ‘주문 플랫폼→식당→배달 플랫폼→배달 대리점→배달 라이더’의 절차를 거치는데 배달 플랫폼과 대리점이 보험료를 전부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냐는 것이다. 몇몇 프랜차이즈는 특정 배달 플랫폼과 독점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어 프랜차이즈 역시 사용자로 보아야 하지 않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계약관계가 복잡한 상황에서 고용보험료를 일부 플랫폼만 부담하면 라이더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 과정만 보면 음식점 사장이 낸 배달료는 배달 대리점에 전달되고 대리점은 수수료를 떼고 배달기사(배달료)와 플랫폼 업체(프로그램 이용료)에 지불한다. 임금의 1.6%인 고용보험료를 내려면 배달 라이더의 소득 파악이 필수다. 플랫폼 업체와 배달 대리점은 개인마다 얼마의 수입이 생겼고 수수료를 얼마나 뗐는지 알기 위해 새로운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아한청년들처럼 대형 플랫폼이라면 가능하지만 중소 업체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결국 대형 플랫폼만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중소 플랫폼에 라이더를 ‘빼앗기는’ 현상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배달 플랫폼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 플랫폼 기업이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곧 라이더도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라며 “라이더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 대형 플랫폼 업체를 등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대행 시장의 ‘음성화’를 오히려 조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만성적 라이더 부족이 ‘실업급여 부정수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기업에서 라이더를 구하지 못해 ‘실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고용보험을 적용하면 일부러 일을 안 해 임금을 줄이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고용관계가 ‘사용자와 근로자 간 1대1’에서 ‘다(多) 대 다(多)’ 관계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기존 임금 중심의 4대 사회보험 체계를 소득 기반으로 바꿔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방식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지적이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관계부처는 물론 노사 간 이해관계도 달라서 개편이 쉽지 않은 과제”라며 “플랫폼 업체의 음성화 우려는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배달 라이더의 고용보험 의무가입 시행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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