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55번..거짓말쟁이 트럼프, 팩트체크에 벗겨진 '가면' [심층기획]

조성민 2020. 8. 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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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취임 후 성명 등 발언 신빙성 분석
'가장 위대한 경제 상황' 360회로 최다
美 대중 사로잡은 '사이다 화법'의 배신
최근 "어린이들 코로나에 면역력" 주장
참다 못한 트위터, 해당 트윗 삭제 요청
1000여개 기업 압박에 페이스북도 가세
그의 거짓말 끝은 어디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난달까지 내뱉은 거짓말과 허위 주장은 모두 2만여건. 세계 최강국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하루 평균 16건의 거짓말을 한 셈이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거짓말은 늘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가 거짓말을 1만번 하는데까지는 827일 걸렸지만, 2만번에 도달하는 데는 그 절반인 440일밖에 안 걸렸다. TV리얼리티쇼 진행자 출신의 거침없는 언변은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정치적 자산이었다. 정제된 ‘정치인 화법’과는 거리가 먼 그의 직설적인 말들이 기존 정치인들의 판에 박힌 말에 질려버린 사람들에게 ‘사이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권 이후 계속된 거짓말은 스스로를 옭아매기 시작했다. 특히 ‘러시아 스캔들’,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한 탄핵정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인종차별 반대 시위 등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도 정면돌파가 아닌 거짓과 우회 전략으로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신뢰도는 하락하고 리더십은 상처 입었다. 이는 곧 지지율에 반영됐다. 이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런 현상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위기로 간주되는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뚜렷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학자와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코로나19 대응 브리핑 전면에 나서는가 하면, 근거 없는 대처법과 주장으로 위기를 키웠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확산 초기 트럼프 행정부의 안이한 대처로 인해 미국은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나라가 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로 국민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팩트체크로 까발려진 트럼프의 말말말

대중을 사로잡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화려한 말들은 뒤집어보면 온통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미 언론들은 연일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 ‘미국의 적’으로 몰아세운 이유다.

언론도 가만 있지 않았다. WP는 2017년 1월21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3년6개월여간 그의 연설과 성명, 트위터, 인터뷰 등을 종합해 발언의 신빙성을 분석했다.

WP의 팩트체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지난달 9일(현지시간)까지 2만55번의 거짓말과 잘못된 주장을 했다. 주제별로는 이민 관련한 거짓말이나 잘못된 주장이 2635회로 가장 많고 외교(2282회), 무역(1965회), 경제(1860회)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관련된 내용도 977회에 달해 최단 기간 1000회를 달성할 예정이라고 WP는 꼬집었다.
가장 자주 한 거짓말은 “우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 상황을 만들었다”는 ‘자랑’이었다. 360회나 반복한 이 주장은 집권 기간 매년 약 2%의 안정적인 국가 성장을 자랑한 것이지만 사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린든 존슨,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WP는 지적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트럼프 집권기인 2017년(2.4%), 2018년(2.9%), 2019년(2.3%) 나쁘지 않은 수준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997∼99년 평균 4.5%, 1962∼66년 4.4∼6.6%, 1950∼51년 평균 8%대와 비교하면 ‘최고’라고 말하긴 어렵다.

이와 비슷한 “역대 최대 규모의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역시 210회나 말했지만, 사실 GDP 대비 0.9% 수준인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안은 역대 8번째 정도밖에 안 된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감세안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통과시킨 감세안으로 GDP 대비 2.89%에 달했다. “남쪽 국경에 182마일에 달하는 벽이 지어지고 있다”는 말도 261회나 내뱉었지만 사실 벽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3마일 정도이며 나머지는 강철 펜스로 이뤄져 있다고 외신은 말했다.

WP는 “(트럼프의) 거짓말 쓰나미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가짜 공격, 음모론, 자랑거리, 부정확한 정보를 넘나든다”고 비판했다.

◆트위터 너마저… “트럼프 계정 정지·거짓 딱지”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 때도 없는 거짓 주장에 ‘트럼프의 나팔’ 트위터마저 최근 등을 돌렸다.

트위터는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로나19와 관련한 잘못된 정보를 담은 트윗을 지우라고 요청했으며 그렇게 할 때까지 트위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뉴스를 리트윗하거나 거짓 주장을 할 경우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경고 딱지를 붙여왔는데 이번에는 아예 트위터를 못 쓰게 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문제가 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어린이들이 코로나19에 거의 면역력이 있다”고 발언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영상이다.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된 정보에 대한 사이트 규정을 어겼다”며 해당 트윗을 숨겼다. 그러면서 스스로 삭제하기 전까지 해당 계정으로 트위터를 사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페이스북도 거들었다. 이날 페이스북은 같은 내용의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간 잠잠하던 페이스북 역시 회사 안팎에서 디즈니와 버라이즌 등 1000개 이상의 기업이 광고를 끊겠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가짜 뉴스를 방치한다는 비판에 시달리자 결국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조처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린 사람들에 대한 완벽한 발언이었다”고 주장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축한 새로운 정치 프레임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응하는 무기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발히 사용해왔다. 특히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CNN 등 주류 미디어를 조롱하거나 반박하는 데 활용했다. 하지만 SNS 활동에 제동이 걸리면서 대선 캠페인에 활용할 강력한 무기 하나를 잃은 것이다.
◆부메랑이 된 거짓말… 신뢰도·지지율 급락

습관적인 거짓말은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중에서도 거짓말쟁이 대통령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이탈자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유통업계 대부 월마트의 상속자인 크리스티 월턴과 헤지펀드 억만장자인 앤디 레들리프, 공화당 정치자금 기부의 큰손 시드니 잰스마 울버린 석유가스 이사회 의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트럼프에 반대하는 공화당원의 모임인 ‘링컨 프로젝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 공화당 열성지지자는 “트럼프가 하는 일의 80% 동의하지만 그의 거짓말은 도저히 견딜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에 대한 전 세계의 불신도 커졌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간 전 세계 135개국의 국민 1000명씩을 대상으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지지한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2007년 관련 조사 시작 후 최저 수준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마지막 해 같은 조사에서 48%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조사 결과 세계인은 글로벌 리더국으로 독일을 첫번째로 꼽았다. 미국은 두번째지만 중국, 러시아와 비슷한 수준이다.
재선 전망도 암울하다. 지난 3일 미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을 당장 치른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가 확실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주별 여론조사를 반영한 선거인단 확보 수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297명으로 트럼프 대통령(170명)을 크게 앞섰다. 이미 바이든 전 부통령이 여론전에서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매직넘버’(270명)를 돌파한 수준으로 앞서고 있다는 뜻이다. 정치분석매체 ‘270투윈’, CNN방송 등 다른 매체들 역시 비슷한 결과를 내놨다.

조금은 뉘우친 걸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트윗을 한 뒤 후회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자주, 너무 자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각이 나는 대로 즉시 트윗을 올리면 기분이 좋지만, ‘정말로 그런 글을 올렸습니까’라고 묻는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다”면서 “나는 그게 무슨 문제냐고 말하지만 자주 후회한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곧바로 “우리에겐 가짜 뉴스가 있다”며 “(트위터 때문에) 우리에게도 목소리가 있다는 게 내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 그의 태도가 변하길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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