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친소] 색기 흘러넘치는 알파로메오 156


지난 1910년에 설립돼 올해 110주년을 맞은 유구한 역사의 자동차 브랜드 알파로메오, 월드 그랑프리와 밀레 밀리아 등 각종 레이스에서 두각을 나타낸 브랜드다. 레이스 DNA를 이식하며 쪼여드는 핸들링, 날랜 주행성능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다져왔다. 그러나 그 충성도의 규모가 너무 작았다. 브랜드를 유지하게엔 턱없이 부족한 성과는 알파로메오를 비실이로 만들었고 1986년 피아트에 인수합병됐다.


피아트 산하로 들어간 후에도 성과는 변변치 않았다. 그러던 1997년, 155 후속으로 등장한 스포츠 세단이 격변을 일으켰다. 알파로메오 베스트셀러이자 격변의 주인공이 바로 156이다.

156은 아우디 A6, R8로 유명한 발터 드 실바(Walter De Silva)가 디자인했는데 그동안 직선 위주로 디자인됐던 알파로메오 모델과 다르게 곡선을 강조했다. 곡선이라 할지라도 직선에 가깝고 날카로움을 심었지만 적절한 배분이 156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선의 미학과 볼륨감을 살린 보닛은 156을 섹시한 자동차로 만들기 충분했다. 캐릭터 라인과 숄더 라인, 벨트라인도 여전히 날카로운 볼륨감을 간직했다.



트렁크 부분이 짧고 리어 윈도와 가깝게 붙어 전통적인 세단 모습을 탈피했다. 전륜 구동 방식의 4도어 세단인 156의 디자인 특징 중 하나가 뒷문이다. 히든 도어 방식을 채택해 도어 캐치가 안 보이도록 했다. 이 때문에 종종 2도어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이런 섹시한 디자인으로 매만져진 156은 이듬해인 1998년 글로벌 올해의 차(Car of the Year)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advanced sportiness’, 알파로메오가 추구하는 방향성으로 고급스러운 주행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경량 스포츠라고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로 로터스를 들 수 있는데 로터스 이전, 경쾌하고 짜릿한 주행 최전선에 있던 브랜드가 알파로메오다. 당연히 156도 짜릿한 주행성능에 힘을 기울였다.



마그네슘, 테일레드 블랭크 등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고, 정밀하게 다듬은 서스펜션 시스템으로 기계적 튜닝에 초점을 맞췄다. 더불어 양산차에 처음으로 셀레스피드를 적용했다.

셀레스피드는 액셀러레이터 반응을 계산해 자동으로 기어 변속이 이루는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다. 액추에이터가 유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기계 에너지로 바꾸며 적절한 타이밍에 변속이 진행되며, 레버를 앞, 뒤로 움직이기만 하면 될뿐 아니라 스티어링 휠에 배치된 버튼으로도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었다.



156은 6개의 엔진 라인업을 갖추고 있었는데 부쏘 V6 트윈 스파크 엔진보다 관심을 모은 건 디젤 엔진이었다. 지금은 흔한 커먼레일 디젤 엔진을 156에 얹은 것. 이는 양산차 최초의 커먼레일 엔진이 올라간 기록이다. 그 당시 리스본에서 있었던 시승회에서 커먼레일 디젤 엔진이 올라간 JTD 모델은 저널리스트들의 호평을 받으며 커먼레일 시대를 열었다.


여기에 GTA 모델은 BMW M이나 AMG 같은 고성능 모델을 뜻하는 156 GTA(Gran Turismo Allegeritta) 모델까지 더해져 소비자의 군침을 돌게 만들었다. 지금 봐도 매끈한 자태의 디자인, 오금 저리게 만드는 핸들링과 주행감각은 출시 몇 달 만에 1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판매량에 목마른 알파로메오를 웃게 만들었다. 1997년 등장해 전 세계에 약 68만 대 이상이 팔려나가며, 알파로메오 베스트셀링 카로 우뚝 선 156은 2005년을 159에 바통을 넘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김상혁 cardyn@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