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도소'는 정의 구현인가, 마녀 사냥인가

조회수 2020. 9. 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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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능욕' 죄목으로 이름과 얼굴 등이 공개된 학생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에 이름과 얼굴 등이 공개된 학생 A씨(20)가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상공개 이후 큰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음란물에 지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지인 능욕' 죄목으로 신상이 공개된 A씨는 사망 전 디지털 교도소에서 제기한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바 있다.

디지털 교도소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했다.

디지털 교도소

디지털 교도소는 강력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신상을 공개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불법 개인정보 유포 웹사이트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한국이 아닌 러시아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다.

해당 웹사이트는 지난 7월 세계 최대 규모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씨에 대해 한국 법원이 미국 송환을 불허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당시 디지털 교도소는 손씨의 얼굴과 나이, 출신 학교 등을 공개했다.

디지털 교도소 측은 웹사이트 소개글을 통해 '대한민국의 악성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하여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하려 한다'는 설립 취지를 밝히고 있다.

또 이들의 신상 정보를 30년간 공개해두겠다고 밝히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의 운영진은 지난 6월 설립 이후 현재까지 100여 건의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설립 이후 '논란의 중심'

디지털 교도소는 설립 이후 꾸준히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법의 절차를 무시하고 '운영진의 검증'으로 일반인의 신상을 공개해왔기 때문이다.

최근엔 무고한 일반인의 신상을 공개했다가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 7월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유튜버 B씨를 지목하고 신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B씨는 실제 가해자와 동명이인일 뿐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디지털 교도소 측은 당시 B씨에게 사과하고 '운영진의 제보 검증 단계에서 확실한 확인 없이 업로드된 것으로 보고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공지했다.

B씨는 이후 서울신문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근거 없는 비난글은 수백 개였던 반면,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댓글은 열 개 중 한 개도 안 된다"며 이미 성범죄자로 낙인이 찍혀버렸다고 호소했다.

A씨의 경우에도 디지털 교도소 측이 당사자와 의견 충돌에도 신상공개를 감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A씨는 신상 공개 이후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서 링크를 눌렀는데 그 때 해킹을 당한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디지털 교도소 측은 "A씨에게 휴대폰을 포렌식 해 증거를 제시하면 글을 내려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며 "A씨가 어떠한 증거 제시도 않고 몇 개월째 억울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며 A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경찰은 지난 5일 디지털 교도소의 운영진을 특정했으며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엄중히 추적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씨 유족 측도 디지털 교도소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응원 vs 불법은 불법... 갈린 여론

디지털 교도소의 등장 배경에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있다. 특히 수년간 성범죄 관련 양형 기준에 대해 비판해왔지만 개선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불만에 공감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한 네티즌은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판사들 덕분에 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벌도 받지 않으니 오죽하면 디지털 교도소가 생겼을까"라며 "특히 성범죄자들은 인간이길 포기했으니 인권이란 말이 가당치도 않다. 피해자 인권을 중시해라"라고 주장했다.

또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를 처벌하기 전에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 강화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라" 등 정부의 대응과 사법 체계를 비판하는 댓글이 수백 개의 추천을 받기도 했다.

반대로 디지털 교도소의 위법성을 지적하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았다.

개인이 누군가의 신상을 공개하는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밀양 성폭행 가해자로 몰린 유튜버 B씨처럼 무고한 피해자를 더 양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이런 집단을 방치하면 국가의 형사 사법체계는 무너진다"며 "처벌이 약하다 해도 일반인이 다른 일반인을 사적으로 처벌한다면 국가의 존재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애초에 경찰이 공식 수사에 들어가고 판결이 나서 범죄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전에 그저 피해자란 사람의 말만 믿고 신상공개를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며 "(판결에서) 무고(라는 게) 나오면 너네들이 책임질거냐"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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