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된 쌀엔 '바구미' 득실..수재 구호품엔 '쓰레기'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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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혼자 사는 72살 A 씨.
차상위계층인 A 씨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쌀 '나라미'를 저렴하게 사 먹습니다.
창원시 진해구는 나라미는 워낙 철저히 관리돼 가공 과정에서 쌀벌레가 들어갈 가능성은 적다면서 배송 과정이나 A 씨가 받은 뒤 보관 과정에서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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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노인이 지원받은 쌀에서 '쌀벌레 그득'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혼자 사는 72살 A 씨. 차상위계층인 A 씨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쌀 '나라미'를 저렴하게 사 먹습니다. 10㎏ 한 포대에 만 100원. 저소득계층은 소득수준에 따라 몇천 원에서 만 원 안팎의 저렴한 금액으로 10㎏ 쌀을 살 수 있습니다. A 씨는 이달 초 주민센터를 통해 주문한 쌀을 지난 21일 받았습니다. 이튿날인 22일 쌀 종이 포대를 뜯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포대를 뜯어 쌀을 항아리에 붓자 검은 쌀벌레들이 그득했습니다. '쌀바구미'라는 쌀벌레였습니다. 쌀벌레는 너무 많아 포대 밖으로 기어 나와 마룻바닥을 기어 다닐 정도였습니다. 취재진이 24일 방문해 쌀 포대를 쏟아봤습니다. 쌀바구미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쌀은 물론 마당 바닥이며 포대로 옮겨 다니기까지 했습니다.


문제가 된 쌀은 창원에서 가공한 쌀로 확인됐습니다. 창원시 진해구는 나라미는 워낙 철저히 관리돼 가공 과정에서 쌀벌레가 들어갈 가능성은 적다면서 배송 과정이나 A 씨가 받은 뒤 보관 과정에서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확한 이유와 원인은 계속 알아보겠다면서, 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함께 보관이나 도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쌀 포대를 받아 항아리에 쏟자마자 수백 마리의 쌀벌레가 기어 나왔다고 말합니다. A 씨가 쌀 포대를 받고 보관한 시간은 나흘. 21일 받은 쌀을 22일 처음 뜯은 뒤 취재진이 방문한 24일 오후까지는 만 이틀입니다. A 씨가 쌀을 받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쌀벌레가 생겼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적어 보입니다.
홀몸노인인 A 씨는 지난 태풍에 주택 일부가 파손됐습니다. A 씨는 "태풍으로 월세 사는 집이 일부 파손됐는데 고쳐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쌀을 받았다"면서 "제값 주고 쌀을 살 수도 없는 형편에 저렴하게 지원받은 쌀에서 쌀벌레가 나오는 걸 보는 순간, 별거 아닐 수도 있을 텐데 이게 뭐라고 마음에 파고들고 서글펐다"고 말했습니다.

집중호우 수재민에게 '쓰레기 구호물품'
지난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합천군 주민들에게는 공공기관을 비롯해 기업과 사회단체, 개인들로부터 많은 구호물품이 전해졌습니다. 음료수와 쌀, 선풍기 등 각종 구호물품은 수재민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전달돼 소중하게 쓰였습니다. 현재까지 집계된 구호물품이 20여 건, 금액으로 치면 1억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일부 구호물품은 수재민들이 도저히 쓸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합천군 환경사업소에 폐기물 처리된 구호물품을 살펴봤습니다. 쌓여 있는 상자들을 열어 보니 헌 옷가지와 뜯어진 커튼, 용도를 알 수 없는 천 조각이 가득했습니다. 모두 헌 옷 수거함에도 넣기 민망할 정도의 낡고 헤진 것들이었습니다. 오래돼 망가진 냉장고·TV 같은 폐가전제품과 역시 오래 써 곳곳이 부서지고 다리가 나간 소파와 침대 같은 가구도 많았습니다. 색바랜 병풍과 결혼식 축의금 봉투 뭉치 등 도저히 구호물품이라고는 볼 수 없는 쓰레기들도 천지였습니다.


합천군은 집중호우 피해를 본 수재민들을 돕겠다며 보내온 구호물품 가운데 이렇게 쓸모없는 것들을 폐기물 처리했습니다. 정식으로 산정하지는 않았지만, 처리 비용만 최소 수십만 원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5t 트럭으로 가득 실어 날라야 할 만큼 양이 많았습니다. 합천군 수재민은 "수해 뒤 여러 사회단체나 군인, 기업들의 자원봉사 아니었으면 복구가 어려웠을 정도로 많은 도움이 모여 감사하다"면서도 "일부 구호물품은 아무리 수재민이라고 해도 도저히 쓸 수 없는 수준의 것들이어서 당황스러운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윤경재 기자 (econom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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