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게, 꺼지지 않는..'불꽃을 품은 얼음' 같은 승부사
승부처에선 누구보다 더 '화끈'
[경향신문]
김세영은 타이거 우즈처럼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스타는 아니다. 그러나 한번 타오르면 그 어떤 것보다 환하게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불꽃을 품고 있다.
샷 이글과 홀인원을 기록하며 대역전 우승을 차지한 2013년 한화금융클래식, 마지막 홀 칩인에 이어 연장 샷 이글로 기적 같은 우승을 일궈낸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 31언더파 257타의 LPGA 72홀 최소타 신기록을 세운 2018년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 지난해 LPGA 투어 사상 가장 많은 상금인 150만달러가 걸렸던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마지막 18번홀 8m 버디를 넣어 우승을 차지한 게 대표적이다.
김세영에게는 예측 불허의 극적인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남다른 능력이 있다.
그렇다고 김세영이 ‘여자 골프 1인자’ 하면 딱 떠오르는 선수는 아니다. 굳이 1인자를 추구하지도 않는 듯하다. 부드러운 말투, 온화한 매너에 웃음이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골프장 안팎에서 꽤 느긋하게 처신한다. 그러다 불꽃이 한번 타오르면 화끈하게 끝내버린다.
LPGA.com의 편집장이자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브 유뱅크스가 주목한 것도 이런 김세영의 두 얼굴이다. 유뱅크스는 12일 LPGA 홈페이지에 올린 ‘메이저 챔피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는 김세영’이라는 칼럼에서 “김세영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다. 그녀는 안티 디바”라면서 “그러나 일단 스포트라이트가 그녀의 앞길을 비추면 그것에 부응하기 위해 극적인 순간을 연출한다”고 평가했다.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에서 31언더파로 LPGA 투어 최소타 기록을 세웠을 때,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내리막 퍼트를 성공시켜 우승을 차지했을 때, 4번의 플레이오프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을 때, 그리고 이번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대회 최소타 기록을 세우며 우승할 때 그 불꽃을 봤다는 게 유뱅크스의 평가다. 김세영은 “CME 우승은 대단했고, 정말 짜릿했지만 이번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은 극적인 성과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유뱅크스가 김세영의 업적을 설명하는 데 적합한 단어로 꼽은 것도 ‘극적’이라는 표현이다.
유뱅크스는 김세영이 7번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앞쪽에 떨어져 언덕을 30야드나 내려갔지만 어프로치샷을 90㎝에 붙여 파세이브를 하면서 이날의 유일한 시험을 통과했다고 적었다.
유뱅크스는 김세영의 말로 칼럼을 마무리했다.
“어젯밤부터 압박감을 느꼈지만 나는 정말 침착하려고 노력했다. 모든 사람들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것을 해치우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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