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고인 앞에서도 '내로남불'인 민주당

김소현 입력 2020. 10. 27. 00:2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그런 말은 속으로 해라. 이러니 '내로남불' 소리를 듣는 거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한 지난 25일 오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이 회장 애도 글에는 이 같은 내용의 댓글 4000여 건이 달렸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굴지의 기업이 된 삼성을 이끈 이 회장이 별세한 당일, 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이 회장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낸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朴시장 사망 때는 '추모' 우선
李회장 때는 "공과 함께 봐야"
김소현 정치부 기자 alpha@hankyung.com

“그런 말은 속으로 해라. 이러니 ‘내로남불’ 소리를 듣는 거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한 지난 25일 오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이 회장 애도 글에는 이 같은 내용의 댓글 4000여 건이 달렸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굴지의 기업이 된 삼성을 이끈 이 회장이 별세한 당일, 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이 회장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낸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이 대표의 글은 이 회장 애도로 시작해 비판으로 끝났다. 이 대표는 이 회장에 대해 “고인께서는 고비마다 혁신의 리더십으로 변화를 이끄셨고 삼성은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했다”면서도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강화하고, 노조를 불인정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치셨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불투명한 지배구조, 조세포탈, 정경유착 같은 그늘도 남기셨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글을 놓고 논란이 일자 ‘삼성 저격수’로 통하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 옹호에 나섰다. 박 의원은 2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논란 자체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며 “누구든 고인을 기억하는 방법은 공과를 한꺼번에 보는 일”이라고 했다.

고인의 공과를 입체적으로 보자던 민주당은 불과 3개월여 전인 지난 7월에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사건 때다.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최소한 장례 기간에는 추모하는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좋겠다”며 박 시장의 사망이 성추행 혐의와 관련있다는 의혹을 필사적으로 차단했다. 그는 박 시장의 빈소를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는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얘기라고 하느냐. 최소한 가릴 게 있다”며 역정을 내기도 했다. 분을 참지 못하고 질문한 기자에게 ‘××자식’이라는 욕설을 내뱉었다.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이낙연 대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박 시장 별세 직후 “명복을 빌고 안식을 기원한다. 유가족께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는 짧은 입장만 냈다. 장례가 끝나고 난 뒤에야 “국민께서 느끼시는 실망과 분노에 공감한다”며 두루뭉술하게 박 시장을 둘러싼 의혹을 에둘러 언급했다. 이번 이 회장 별세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을 놓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회장은 1995년 기업 규제를 비판하며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말을 남겼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2020년, 한국 기업들은 그 규모와 영향력 모두 세계 일류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자신의 잘못에는 침묵하고 남의 오점은 누구보다 빠르게 들춰내는 우리 정치권은 ‘5류 정치’로 퇴보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애플·테슬라 지금 사도 될까? 궁금하면 '해주라'
네이버에서 한국경제 뉴스를 받아보세요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