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의외의 '기본기', 기아자동차 뉴 카니발 2.2 디젤


기아자동차 4세대 신형 카니발을 시승했다. 이전보다 넉넉한 공간과 새로운 안팎 디자인, N3 플랫폼, 새 엔진까지 모든 걸 바꾼 신참이다.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 지난주 북미 판매 1위 혼다 오딧세이를 시승했고, 오늘 현장엔 3세대 구형 카니발을 데려갔다. 이번 4세대 카니발,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

글 강준기 기자
사진 기아자동차

행사 전날 저녁, 휴대폰이 불이 났다. 몇 년 만에 전화한 지인도 있었고, 결혼 일찍 해 자녀 있는 친구도 있었다. 핵심은 ‘카니발 어때?’다. 화끈한 스포츠카 론칭 때도, 화려한 대형 세단이 나왔을 때도 이런 적은 없었다. 그 만큼 신형 카니발을 향한 3040 아빠들의 관심이 남다르단 뜻이다. 일일이 설명하기 귀찮은 난, “일단 내일 타보고 말해줄게”라고 답했다.

시승행사 날 아침, 서울 광진구에 자리한 워커힐 호텔로 향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분위기가 삼엄하다. 내가 배정 받은 모델은 푸른빛 감도는 카니발 2.2 디젤 7인승이다. 이번 카니발의 시그니처 컬러로, 과하지 않고 은은하게 감도는 블루 빛이 기대 이상 잘 어울린다. 색상 취향은 각기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신형 카니발은 밝은 색보다 어두운 계열이 돋보인다.


우선 외모 소개부터. 거대한 콧날과 램프, 2m를 꽉 채우는 너비가 주는 위압감이 상당하다. 보닛에서 A필러까지 부드럽게 호를 그리는 여느 미니밴의 실루엣과 다르다. 기아에서 새로 나온 대형 SUV를 보는 듯하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5,155×1,995×1,740㎜. 기존보다 40㎜ 길고 10㎜ 넓다. 휠베이스는 3,090㎜로 이전 세대보다 30㎜ 더 넉넉하다.

옆모습도 전형적인 밴의 모습보다 대형 SUV 느낌이 물씬하다. A필러와 지붕이 만나는 지점을 날카롭게 꺾은 까닭이다. 또한, 매끈한 도어 캐릭터 라인 덕분에 탄탄한 느낌도 제법 든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옆태는 2~3열 창문 사이에 자리한 가니시가 환기한다. 테일램프는 가로로 길게 이어 최신 트렌드를 좇았고, ‘반짝이’ LED를 빼곡히 채웠다.

“이전보다 탁 트인 시야”


실내는 구형 카니발과 비교해 개방감이 더 좋다. 대시보드를 낮추고 평평하게 다진 결과다. 사이드미러는 도어 쪽에 붙고, A필러 사이에 쪽 창문을 더해 이전보다 탁 트인 시야를 전한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2개를 엮은 구성과 그립감 좋은 스티어링 휠, 세단처럼 높이 솟은 센터콘솔 등 확실히 이전보다 멋스럽다. 단,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빠진 점은 ‘옥의 티’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시트 질감이다. 구형과 번갈아가며 앉아보니, 차이가 와 닿는다. 엉덩이와 등, 옆구리까지 포근하게 감싸는 맛이 좋다. 2열과 3열 좌석도 마찬가지. 거주성은 이전과 비교해 눈에 띄는 차이는 없지만, 시트의 안락함은 비교가 무색하다. 특히 다리까지 받쳐주는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에 누우니, 기사 두고 타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생각보다 많이 다른 3세대 & 4세대”

안팎 디자인은 이미 많은 소비자가 유튜브 또는 전시장에서 경험했을 듯하다. 그래서 오늘 시승기는 ‘주행성능’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서두에 언급했듯, 동급에서 기본기가 가장 좋은 혼다 오딧세이, 그리고 구형 카니발과 최대한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우선 시트포지션을 맞추고 시동버튼 눌러 공회전 소음 및 진동부터 체크했다.

역시 기대와 다르지 않았다. 아직도 많은 소비자가 신형 카니발의 2.2L 디젤을 구형 카니발의 R 엔진과 같다고 생각한다. 전혀 다른 심장이다. 상용 디젤에 뿌리를 둔 R 엔진과 달리, 현대‧기아차가 새롭게 빚은 스마트스트림 엔진이다. 배기량은 각각 2,199, 2,151cc. 엔진 무게는 39㎏ 덜었고, 정차 중 실내로 전달하는 진동과 음색도 한결 차분하다.


3세대 플랫폼 품은 현대‧기아 신차를 시승하며,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이 있다. 주행 안정감이다. 신형 카니발 역시 이전보다 무게중심이 낮고 경쾌하다. 속도를 높일수록 타이어를 노면에 진득하게 붙이는 감각이 쏘렌토와 비슷하다. 덕분에 구형보다 거동이 차분하고, 몸에 걸리는 부하도 한결 적다. 무엇보다 네 바퀴가 구르는 감각을 엉덩이로 느낄 수 있다.

같은 2.2L 디젤, 9인승 기준으로 3세대 카니발의 몸무게는 2,130㎏. 4세대 카니발은 2,030㎏이다. 이전 카니발이 강성은 높이되 무게는 양보한 ‘예습’ 단계였다면, 이번 세대는 경량화까지 신경 쓴 뼈대로 의미를 갖는다. 출력은 같지만 몸놀림이 한층 경쾌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덕분에 저속에서 큰 덩치를 다루는 데 부담스럽지 않다.

혼다 오딧세이와 비교해도, 운전자가 느끼는 ‘모는 맛’은 카니발이 더 감칠맛 있다. 현 세대 오딧세이가 처음 나왔을 때, 경쟁 미니밴보다 주행질감이 좋아 ‘아빠 혼자 몰아도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3회전에 달하는 록-투-록 회전과 무거운 차체는 무시할 수 없었다. 반면, 신형 카니발은 의외로(?) 민첩하면서도 차체를 바닥에 붙이는 느낌이 좋다. 섀시 한계가 올라가다보니, 서스펜션과 연계해 노면 변화에 대응하며 말끔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2~3열 탑승자의 만족감은 1열만 못 하다. 승차감은 나무랄 데 없다. 차체의 차분한 거동이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한 까닭이다. 이전과 비교해 가장 크게 와 닿는 변화다. 그러나 방음 대책이 훌륭하진 않다. 특히 트렁크 해치 쪽에서 들이치는 소음이 제법 거슬린다. 애프터마켓 언더코팅과 방진패드 시공으로 보완할 수는 있겠으나, 가격이 만만치 않다.

참고로 신형 카니발은 노블레스 트림부터 1열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가 들어간다. 2열까지 바라는 건 욕심일까? 쏘렌토도 앞좌석만 차음유리를 쓴다(시그니처 트림). 반면 현대 더 뉴 싼타페, 팰리세이드 상위 트림엔 2열까지 차음유리가 들어간다. 그래서 더 정숙하다. 카니발에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빠진 점, 앰비언트 라이트가 한 가지 컬러만 있는 부분과 묶어 짐작하면, 현대차의 물밑 견제로 생각할 수 있다.

“반가운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카니발에 관심 있는 소비자는 식구들과 장거리 여행을 꿈꾼다. 이전 모델은 첨단 운전자 보조장치 탑재에 인색했다.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 때문에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 등은 ‘그림의 떡’이었다. 반면 신형은 현재 현대‧기아차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진보한 시스템을 품었다. 차간거리를 조절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덕분에 장거리 여정의 피로감을 덜어준다.

참고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유지 보조 등 소위 ‘준자율주행’을 완성하는 장비는 전 트림에 기본으로 담았다. 쏘렌토는 최상위 시그니처 트림을 선택해도 옵션으로 빠져있다. 이외에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까지 감지하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장치도 엔트리 모델부터 들어간다. 가격에 따라 안전장치에 차등을 주지 않아 좋다.

카니발만의 편의사양도 눈에 띈다.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는 기아차 최초로 ‘자동 닫힘’ 기능도 품었다. 가령, 양손 가득 짐을 옮기거나 직접 조작이 어려울 때, 스마트키만 소지하고 있으면 차에서 멀어지는 경우 트렁크 해치가 자동으로 닫힌다. 아울러 2열 슬라이딩 도어는 열릴 때 바닥을 비추는 ‘승하차 스팟램프’를 갖춰, 어두운 밤 안전한 하차를 돕는다.

내 차 위치공유 기능도 생각보다 쓸모 있다. 가령, 학교/학원으로 자녀를 데리러 갈 때, 현재 내 차의 위치와 목적지까지 남은 시간, 거리 등을 스마트폰으로 쉽게 공유할 수 있다. 덕분에 일일이 아이에게 전화해 차 위치를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 또한, ‘후석 음석인식’ 기능을 통해 뒤에 탄 탑승자도 음성 명령으로 에어컨이나 오디오 등을 조작할 수 있다.

4세대로 거듭난 신형 카니발. 새 플랫폼으로 농밀하게 다진 ‘기본기’, 장거리 여행에 도움 줄 첨단 운전자 보조장치, 가족을 위한 편의장비 등 만족할 만한 업데이트를 치렀다. 가장 의외였던 부분은 오딧세이와 비교해도 고속주행 안정감이 뛰어났다는 점이다. 부디 쏘렌토처럼 초기 품질문제, 잦은 무상수리만 없길 바랄 뿐이다.

*카니발 영상 리뷰도 준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