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윤리 어디로.." 윤병호·오왼·씨잼, 마약의 재구성 [가요공감]

이기은 기자 2020. 11. 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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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래퍼 윤병호(불리 다 바스타드) 추정 인물이 중학생 시절부터 마약을 투약했다는 문제적 자백을 내놨다. 앞서 ‘쇼미더머니9’ 출연 중인 래퍼 오왼 역시 대마초 흡연 혐의로 모자이크 처리된 현 시점, 도미노처럼 또 다른 힙합계 마약 사태가 터진 셈이다. 그뿐일까. ‘쇼미더머니’ 준우승자 씨잼 또한 마약 전력으로 커리어 오점을 남겼다.

국내 힙합계를 짊어진 래퍼들의 사생활·직업윤리 부재가 업계의 뜨거운 현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Mnet 예능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즌을 필두로 언더에서 활약하던 국내 래퍼들은 비로소 세상 밖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나, 이 같은 유명세가 도리어 독으로 작용해온 격이다. 국내 행사 톱급으로 거론되는 유명 래퍼들조차 자신의 부, 여성 편력, 음주 등을 가사 곳곳에 담아내며 사실상 미국 본토 힙합문화의 알맹이를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힙합은 본래 70년대 뉴욕 할렘가 흑인, 스페인계 청소년들에 의해 형성된 일종의 사회문화였다. 랩, 디제잉, 그라피티, 브레이크댄스 등 4가지로 분류되는 이 문화운동은 당시 거대 도시 미국의 뒤편에서 자신들만의 빈곤, 계급적 좌절을 맛본 청춘들의 어둔 경험담과 비밀스러운 심리상태를 담아냈다. 이들 내면에서 일어나는 혁명의 욕구가 가사 곳곳에 진솔하게 녹아났고 이는 그 자체로 시대를 반영하는 예술로서 세계 각국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경우 미국 본토 힙합 문화 영향을 받은 도끼, 박재범 등을 필두로 스윙스 등 걸출한 래퍼들이 자신만의 레이블을 형성하며 근 10년 사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쇼미더머니’ 시즌의 영향으로 무명 래퍼들이 이름을 알리면서, 후발주자 래퍼 여럿의 탈선 전력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씨잼 경우 ‘쇼미더머니7’ 준우승자로 톱 래퍼 비와이와 어깨를 견줬지만 과거 마약로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전과를 새겼다. 여기에 클럽 폭행 건에 휩싸이는가 하면, 인터뷰를 통해 구치소 일화를 공개하는 등 자신을 신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방영 중인 ‘쇼미더머니9’ 래퍼 오왼 역시 대마초 흡연 혐의가 드러났고 이는 모자이크 처리로 이어졌다. 해당 상황을 뒷받침하듯 ‘쇼미더머니9’에 출연한 래퍼 랍온어비트는 SNS 계정을 통해 “국내 래퍼들 다 (대마) 핀다. 아직 안 걸린 것뿐”이라는 폭탄 발언을 터뜨렸다. 사실상 이번 시즌의 경우 화제 키워드가 ‘오왼’ ‘모자이크’, 두 단어로 압축되며 국내 대표 힙합 프로그램으로선 또 한 번 범죄 관련 이미지 치명타를 입게 된 셈이다. 설상가상 같은 날, ‘고등래퍼’ 출신 윤병호 추정 인물이 인스타(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자신이 중학생 시절부터 마약을 투약했다고 자백해 온오프라인을 충격에 빠뜨렸다.

걸출한 예술작품의 근원은 무엇일까. 일부 아티스트들의 주장대로 그들의 예술이란, 오로지 뮤즈(여자), 마약, 술, 불륜 등으로부터 창출되기 용이한 일종의 정신적 쾌락·고통·퇴폐일까. 하지만 현재로서 예술과 프라이버시를 별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반론으로 통용되기에 무리가 있다. 우선 뭇 대중에게 광범위하게 공개되는 작품이라면 범죄 요소 등이 담긴 경우 연령제한이 철저히 진행돼야 하고, 이는 예술의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와 별개로 뚜렷이 법제화된 대목이다.

비단 음악계에 한정되는 일은 아니다. 최근 웹툰 작가 기안84 역시 자신의 작품 '복학왕'을 통해 여자 캐릭터의 배 위에 성기를 암시하는 조개를 그려넣으며 뭇매를 맞았다. 이는 즉각 그가 출연 중인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산다' 제작진 전체를 향한 방송윤리 부재여론으로 번졌다. 웹툰작가협회 또한 기안84를 옹호하며 표현의 자유를 제창했으나, 이 역시 범대중들에겐 설득적으로 수용되지 않은 분위기다.

도를 넘은 아티스트들의 행각이나 사생활, 나아가 표현 수위를 어디까지 제재하고 관리할 것인가. 이 현안이야말로 2020년 콘텐츠 강국 대한민국이 떠안은 몹시 어려운 숙제가 됐다. 현재로서 국내 대중문화 평론가들은 “범죄자들의 경우 아티스트로서 활동할 수 있는 권리에 철저한 제약을 받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 국내 형법상 그런 경계선이 미비한 것이 현실”이라며 아티스트의 활동 자격 자체를 대대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 입을 모았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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