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교육과 관광으로 유명한 하이델베르크 가까운 곳에 진스하임(Sinsheim)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중심 도시와 12개의 주변 작은 도시들이 뭉쳐 하나의 도시가 된 곳으로 인구는 약 3만 5천 명 수준입니다. 이 도시 연합체 중엔 분데스리가 축구팀을 보유한 호펜하임이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축구팀 외에도 이 지역에는 유명한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유럽에서 가장 많은 컬렉션이 있는 진스하임 자동차 박물관이죠. 공식 명칭은 진스하임 기술 박물관(Technik Museum Sinsheim)으로, 얼핏 보면 자동차와 무관해 보이지만 독일을 대표하는 개인 자동차 박물관입니다.

발명가이자 사업가, 그리고 광적인 수집가였던 에버하르트 라이허에 의해 1981년 문을 연 이곳은 설립자의 뜻을 이어 현재 재단에서 운영 중인데요. 5만 제곱미터의 넓은 공간에 마련된 3개의 전시관에는 3천 개 이상의 자동차와 비행기, 그리고 열차와 다양한 기계제품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식당과 카페, 호텔까지 있으며, 약 40분 거리에 있는 슈파이어 기술 & 자동차 박물관도 함께 운영할 정도로 규모가 큰 곳입니다.


만약 독일에서 단 하나의 자동차박물관만 들러야 한다면, 그리고 최대한 많은 자동차를 둘러보고자 한다면, 진스하임 자동차 박물관은 최선의 선택지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설이 오래되고 디스플레이가 거칠고 엉성한 면이 있지만 전시물 수만 놓고 보면 이곳만큼 다양한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습니다.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지 지금부터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인들에게 진스하임 자동차 박물관의 첫인상은 꽤나 이국적입니다. 이유는 1전시관에 들어서면 바로 확인이 가능한데요.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각종 드래그레이스용 자동차들과 화려한 색상의 미국산 클래식카들이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 카’라는 부제가 붙어 있을 정도로 미국산 클래식 자동차들이 많이 전시돼 있고, 그래서 유럽의 자동차와는 또 다른 맛이 있는 이곳을 미국 자동차 마니아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날 좋은 봄철에는 유럽 곳곳에서 자신이 소유한 미국 클래식 자동차를 끌고 이곳까지 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화려한 미국 자동차들이 전시돼 있는 공간을 가로질러 안쪽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분위기가 다시 한번 관람객들을 놀라게 합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사용되었던 군용차와 비행기, 그리고 탱크와 포탄 등이 말 그대로 숨 쉴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가득 들어차 있기 때문이죠.

이 전쟁관 안에서도 시선을 먼저 사로잡은 것은 1989년 독일과 프랑스 다이빙팀에 의해 인양된 독일 폭격기 융커스Ju-87이었습니다. 슈투카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져 있는 전투기로 슈투카는 급강하폭격기를 뜻하는 문구의 약자이기도 합니다. 1935년 첫 비행을 해 1945년까지 전쟁에 사용되었고, 퇴물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활약상만큼은 탁월함 그 자체였습니다. 해당 폭격기를 몰던 조종사는 현재까지도 실종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하네요.



정신없이 전쟁관을 둘러보며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때부터는 트랙터와 트럭, 그리고 다양한 농기계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유명 양조장에서 맥주통을 실어 나르던 트럭부터, 람보르기니가 농기계 제작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다시금 알려주는 트랙터 등이 많은 전시물 속에서 빛을 내고 있습니다.
또한 조금 뜬금없지만 스웨덴군이 사용했던 오프로드 모델 볼보 TP 21도 트럭과 농기계 사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PV 시리즈 (볼보는 초기에 승용차 라인의 이름을 PV로 통일해 1960년대까지 사용했습니다.)에서 파생된 이 모델은 1950년대에 사용되었던 700여 대의 군용 모델 중 하나라고 하는군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1전시관을 거의 다 둘러봤을 때쯤 소박한(?) 공간에 마련된 여러 경주용 자전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경주용 사이클과 관련된 전시 공간으로, 옛 도로 경주용 자전거들은 물론, 경기 당시 사진과 주요 선수들에 대한 소개 및 화보집, 그리고 선수들 유니폼 등, 여러 관련 소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자전거 정말 좋아하는 유럽인들이 만큼 진스하임 박물관 말고도 많은 자동차 박물관에서 자전거를 전시하고 있는데, 이는 유럽 자동차 박물관의 또 하나의 특색이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해서 1전시관을 둘러봤습니다. 그런데 볼거리 가득하다고 여기서 자칫 힘을 다 썼다가는 곤란합니다. 제 2, 3전시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2전시관에서는 본격적으로 유럽의 클래식 자동차를 둘러보게 되고, 2019년 여름 새롭게 문을 연 제 3전시관에서는 오픈을 기념해 특별 브랜드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건 초음속 여객기에 올라 안을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색다른 즐거움을 놓쳐서는 안 되겠죠? 진스하임 박물관 탐방은 2부에서 계속됩니다.

글/이완(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