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220V와 110V

토머스 에디슨이 1879년 직류전기 시스템과 탄소 필라멘트를 이용한 백열등 전구를 발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니콜라 테슬라가 교류전기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 뒤 기술 표준 채택 과정에서 이른바 ‘전류전쟁’을 치렀고,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를 기점으로 교류전기가 대세를 장악하였다. 테슬라는 220V 전기가 더욱 효율적인 것으로 입증했지만,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백열등 전구의 대나무 소재 탄소 필라멘트가 버틸 수 없었다. 결국, 미국에서는 교류전기 시스템에 바탕을 둔 정격전압 110V 전기가 표준이 되었다.
그러나 1899년 독일의 베를린전기회사(BEW)는 새로 개발된 금속 필라멘트 전구가 높은 전압에도 잘 견딘다는 점을 이용하여 220V 전기 시스템을 도입했고, ‘후발자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였다. 110V 전기와 비교할 때 220V 전기는 송전 중 손실전력이 적고, 정전확률이 낮으며, 같은 두께의 전선으로 보낼 수 있는 전력이 많아서 경제적으로 효율적일 뿐 아니라 과부하에 의한 화재위험도 낮추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다가 한국 정부는 1973년부터 2005년에 걸쳐 가정용 전력 전압을 110V에서 220V로, 동력용 전압을 200V에서 380V로 높이는 배전 승압사업을 시행했다. 32년에 걸쳐 승압사업을 추진한 결과, 전기 사용량 급증에 대처할 수 있었고, 송전 시 손실전력을 줄여 경제적 이득도 확보하였다. 미국·일본 등은 ‘선점우위 효과’와 ‘경로 의존성’이라는 상반된 효과를 경험하고 있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은 ‘후발자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 한국은 과감한 정책 결정이라는 ‘혁신’을 통해, ‘경로 의존성’이라는 질곡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의 전기 시스템을 통해 사회구조의 혁신과 그 효과를 생각해본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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