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무죄 판결 논란.."색깔론 보호 도대체 어디까지"

조윤영 2020. 12. 3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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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을 앞두고 "자유우파 정당을 지지해달라", "문재인은 간첩"이라는 발언으로 기소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에게 30일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허선아)는 이날 그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황교안을 필두로 해 자유우파 정당들이 연합해야 한다'는 정도의 취지로, 방점이 자유한국당 지지에 놓여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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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우파 지지" "문재인은 간첩" 발언 법원 "무죄"
"색깔론 덧칠도 표현 자유인가" 반론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3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을 앞두고 “자유우파 정당을 지지해달라”, “문재인은 간첩”이라는 발언으로 기소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에게 30일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불법 선거운동과 ‘색깔론 낙인찍기’에 대한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 목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서울 광화문과 대구 등지에서 열린 집회·기도회에서 “자유우파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자유우파 국민들이 황교안을 대표로 뽑은 이상 반드시 우리가 하나가 돼서 4월15일 이겨야 한다. 우리가 선택한 황교안 대표님, 역대 이후로 이와 같은 지도자는 없었다”, “비례대표 찍을 때 기독자유당을 찍어야 한다. 하나님이 주신 자유한국당도 사실 기독당이었으니까 잘 협력해 그쪽은 지역구에서 다 당선되길 바라고 우리는 비례대표로 당선되면, 둘이 합쳐지면 반드시 역사는 일어난다”는 등의 발언이었다. 그는 또 “문재인은 간첩이다. 공산주의자 조국을 앞세워 대한민국을 공산화시키려고 시도했다” 등의 발언도 했다. 검찰은 지난 3월 전 목사를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허선아)는 이날 그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황교안을 필두로 해 자유우파 정당들이 연합해야 한다’는 정도의 취지로, 방점이 자유한국당 지지에 놓여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발언 시점에 아직 정당 후보자 등록이 이뤄지지 않아 특정 후보자가 존재하지 않은 점에서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킹크랩으로 인터넷 기사 댓글 순위를 조작해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당선을 도왔다는 김경수 경남지사 혐의(선거법 위반)에 대해 1심이 “댓글 작업이 지방선거 때까지 유지돼 온라인 여론이 더불어민주당에 우호적 방향으로 지속될 경우 정당정치 현실에 비춰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들에게 상당한 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정 정당에 대한 불법 선거운동을 인정했으나 항소심이 “후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뒤집은 취지와도 비슷하다.

재판부는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도 “공적 인물인 피해자(문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을 비판하는 취지의 의견 표명이나 수사학적 과장으로 보일 뿐”이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 근간과 본질을 해치지 않게 법을 함부로 확장해 해석해서는 안 되고 이른바 숨 쉴 공간을 둘 수 있게 엄격하게 법령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분단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악용된 ‘색깔론 낙인찍기’를 표현의 자유로 보호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발언도 1심에선 무죄였지만 항소심은 “남북 간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갈등이 극심한 우리나라에서 보수와 진보의 기치 아래 자신과 다른 정치이념을 공격하는 것은 사회 분열을 조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악의적 편가르기가 되지 않게 경계해야 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거운동의 개념이 모호한데다 최근 선거제 개편으로 정당 중심으로 바뀌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는 발언도 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있는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간첩’ 등의 발언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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