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또 보고..코로나도 막지 못한 '뮤지컬 덕후' 5만명

이향휘 2020. 12. 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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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인터파크, 올해 뮤지컬 '회전문 관객' 분석해보니
전체 관객 64% 줄었지만
n차 관람 관객은 예년 그대로
2030 여성 뮤지컬 팬덤 주도
'루드윅'은 한명이 88회 봐
대학로 소극장 많이 찾아
"올가을에 뮤지컬 '킹키부츠'를 다섯 번 봤어요. 볼 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배우가 다르고, 또 같은 배우라도 연기가 다르고 다른 배우와 조합이 다르죠. 보면 볼수록 비교해서 보는 맛이 있어요."(20대 직장인 A씨)

"최근 뮤지컬에 입문했는데, 회전 몇 개 돌고 나니 일년이 지나갔네요."(30대 직장인 B씨)

올해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뮤지컬 공연장을 꾸준히 찾는 '덕후(마니아)'의 팬덤 문화는 더욱 견고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신문이 인터파크와 공동으로 올해 뮤지컬 관객을 분석한 결과 동일 작품을 세 번 이상 반복해서 본 '회전문 관객'은 올해 5만명에 이르며, 전체 관람객의 20%에 달했다. 2018년 7%에서 회전문 관객 비중이 폭등한 것이다.

물론 이는 전체 관람객 수가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2년 전 조사에서 뮤지컬 티켓을 구매한 인원은 총 73만2452명이었으나 올 조사에서는 25만7379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시장이 64% 급감해 3분의 1로 위축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같은 작품을 세 번 이상 '회전'을 도는 관객은 코로나19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2018년 3회 이상 티켓을 구매한 인원은 5만1628명이었으나 올해는 4만9846만명으로 소폭 줄어들었을 뿐이다. 올해 조사 기간(1월 1일~11월 10일)이 종전보다 한 달 가까이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관측된다. 조사를 진행한 남창임 인터파크 차장은 "예상보다 회전문 관객 비중이 높아 깜짝 놀랐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뮤지컬 시장의 무게중심이 충성도 높은 관객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전문 관객 가운데 같은 작품을 4~9회 본 관객이 4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10~29회 본 관객도 11.3%, 대략 5600여 명에 이르렀다. 놀라운 것은 한 작품에 대한 한 명의 최다 관람 횟수는 88회를 기록했다. 해당 작품은 올여름 대학로에서 상연된 창작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였다. 전체 공연이 104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관객은 거의 모든 극을 빠짐없이 본 셈이다.

이른바 올해 '회전러'의 성비도 95% 대 5%로 여성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작년 뮤지컬 관람객 전체 성비는 여자 77%, 남자 23%였다. 갈수록 뮤지컬판에서 여성 관객의 쏠림 현상이 커지는 셈이다.

특히 20대와 30대 여성 비율이 각각 전체 관객의 35.3%와 35.4%를 차지하며 뮤지컬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번 조사는 인터파크를 통한 예매 건수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한 관객이 n차 관람한 공연이 다수일 경우에는 중복 반영된다.

회전문 관객이 가장 몰렸던 '덕극(덕후들의 극)'은 대학로 창작 뮤지컬 '비스티'였다. 무려 2388명이 3회 이상 이 작품을 관람했다. 2위는 김준수·류정한 등이 출연한 '드라큘라'였으며, 3위는 박은태·강홍석 등이 출연한 '킹키부츠'다. 각각 2000명 이상이 두 작품을 3회 이상 다수 관람했다. 회전문 관객이 몰린 상위 10개 뮤지컬 가운데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이 7개를 싹쓸이하며 독특한 팬덤 문화를 보여줬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지난해 매출 4000억원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12월 10일 현재 티켓 판매가 1435억원(공연예술전산망 기준)에 머무르고 있다. 3분의 1로 파이가 줄어든 셈이다. 연말 최대 성수기에 공연이 대거 중단된 탓이다. 이 와중에 배우 3~4명이 출연하는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은 저예산과 덕후들의 팬덤 문화를 바탕으로 선방한 것으로 관측된다.

팬덤 파워가 커지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한 중견 뮤지컬 제작사는 "20·30대 여성들이 뮤지컬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현상"이라며 "뮤지컬 시장이 대중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관객의 스펙트럼을 넓혀 나갈 만한 대중적인 작품을 더욱 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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