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함마·노가다 써야 현장 고수?.. 큰 망치·막일꾼 써도 일 잘해요
국회의 여야 극한 대립을 전하는 기사에는 종종 '빠루'가 등장한다. 쇠지렛대를 뜻하는 영어 'bar'의 일본식 발음에서 유래한 말로, 원래는 잠긴 문을 여는 용도가 아니라 갈라진 끝부분으로 굵은 못을 뽑는 연장이다. 건축 현장의 일본식 용어가 정치권까지 진출한 것이다.
일본식 건축 용어가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경우는 빠루 말고도 꽤 흔하다. 우리말을 두고도 일본식 용어가 버젓이 쓰인다. 일본어 도카타(土方)에서 온 '노가다'는 막일꾼으로, 크다는 뜻의 일본어 오오(おお·大)에 영어 'hammer'가 합쳐진 '오함마'는 큰 망치로 바꿔 쓸 수 있다. '알기 쉬운 한국 건축 용어 사전'을 쓴 명지대 건축대학 김왕직 교수는 "흔히 쓰는 '함바'는 '현장 식당'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근대 건축이 일본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건설 현장에는 많은 일본어가 그대로 남았다. 건물 각부 명칭을 나타내는 말 중 기둥은 '하시라', 벽은 '가베', 천장은 '덴조'가 현장 용어다. 여러 공정을 가리키는 말 중엔 나라시(고르게 하기), 데나오시(재시공) 등이 대표적이고 '가네'(직각)도 '가네를 본다' 형태로 활용된다. 발판을 뜻하는 '아시바', 줄눈(벽돌 사이 모르타르를 채워 넣는 부분)이라는 뜻의 '메지' 같은 말도 있다.
이런 용어는 어원에 대한 인식조차 없이 쓰이기도 한다. 건축가 임형남은 "뱀의 배처럼 주름이 졌다는 데서 온 일본어 '자바라'를 불어로 아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크레인에서 올리기·내리기를 뜻하는 '마게' '스라게'는 각각 같은 뜻의 일본어 아게루(上げる)·사게루(下げる)에서 온 것으로 보이지만 독일어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어 어원이 분명하지 않다.
현장에는 이런 말을 써야 사정을 잘 아는 것처럼 보이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낯선 말을 쓰면서 '그것도 모르냐'며 신참들을 골탕 먹이는 일도 있다고 한다. 용어가 독특한 어감(語感)을 얻기도 한다. 건축가 양수인은 "할당량을 준다는 뜻의 '야리끼리'에는 그날 꼭 마쳐야 할 일의 범위를 정해주며 힘내라고 격려하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페인트 초벌 칠을 뜻하는 '시다지'가 술자리에서 쓰이면 첫 잔을 쭉 들이켜 위장에 소주로 초벌 칠을 한다는 의미가 된다.
건축·건설 현장의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이런 말은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고 있다. 이를 대체한 우리말이 처음엔 어색할 수도 있지만, 자주 쓰다 보면 곧 입에 붙고 눈과 귀에도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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