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 안마의자 설치로 시끄러운 청와대 기자단
기자단 총간사 복지 차원 주장, 기자들 사전동의 안 받아 뭇매 "선의로 시작한 일, 의견수렴 중"… '고연차 기자 점유' '거리두기 역행' 등 반대주장도 "운영비는 취재지원 비용으로 써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청와대 출입기자단 기자실에 안마의자를 설치하는 일을 놓고 기자들 사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사들이 낸 기자단 운영비로 안마의자 렌탈비용을 내는 방안이다. 기자단 총괄간사가 사전에 각 사 동의를 받지 않았고, 코로나 시국에 안마의자를 설치할 경우 피부접촉이나 밀집도가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기자단 총괄간사는 사전 동의를 받지 않은 것에 사과하며 의견수렴 중이라고 해명했다. 기자들 복지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4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총괄간사인 김아무개 한국경제 기자는 “춘추관과 논의를 통해 1·2기자실에 안마의자를 비치하기로 했다”면서 “장시간 노트북 앞에 업무를 하느라 목 디스크 등을 앓는 기자들이 많으니 복지 차원에서 설치하겠다”고 기자단 단체대화방에 공지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주요 일정에 참여하는 '풀(pool)기자단'과 그렇지 않은 '상주기자단', '소통기자단' 등으로 구분한다. 풀기자단에는 매체별로 간사가 있는데 방송 간사, 종합지 간사, 경제지 간사 등이 있고 이를 총괄하는 총간사가 김 기자다. 1기자실은 반장 포함 1진들이 있는 곳이고, 2기자실은 2,3진 등 상대적으로 저연차 기자들이 있는 곳이다.
김 기자는 첫 공지에서 안마의자를 1기자실에 2대, 2기자실에 1대를 '서둘러' 설치하겠다고 공지했다. “여러분이 내는 회비로 렌트할 예정이니 당당하게 사용해달라”고도 남겼다.

즉각 반발이 나왔다. 각 언론사들이 낸 운영비인데 왜 각 언론사 동의를 받지 않았냐는 비판이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하면서 청와대 기자들도 일부 재택근무를 하는 등 방역에 신경쓰는 상황에서 밀집도나 피부 간접 접촉을 높일 우려가 있는 안마의자를 놓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춘추관 기자실 공간이 제한돼 있어 기자들이나 춘추관 직원들도 조심하는데 이를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또 고연차 기자들이 주로 있는 1기자실에 2대를 배치한 것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이용자들은 고연차 기자일 것이란 비판도 있었다. 각 언론사가 낸 비용인데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반대 의견이 이어지자 총괄간사인 김 기자는 10일 사전에 의견을 구하지 못한 것에 사과했다. 또 안마의자 수를 늘려 중앙기자단에 총 5대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 가운데 1대는 여성기자전용이고 2대는 2기자실에 배치하겠다고 공지했다. 임대가격은 1대당 월 6만원선이라고 밝혔다.
춘추관과 총괄간사는 기자들 의견을 모으는 중으로 확정한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김재준 춘추관장은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복지차원에서 (논의가) 있는 것 같긴 한데 확정된 것은 없다”며 “기자단에서 의견이 모아져야 가능한 문제”라고 말했다.
총괄간사인 김 기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코로나 때문에 우울하기도 하고 기자들이 컴퓨터만 보고 있느라 목을 아파하는데 복지 차원에서 안마의자 렌탈을 하면 좋겠다고 했던 것”이라며 “춘추관에서는 비용이 과하지 않고 (기자들) 의견을 수렴해오면 설치하는 걸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월 5~6만원 안팎이라 저렴하다고 판단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하는 간사'를 내걸고 총괄간사를 맡은 만큼 복지 차원에서 기자들을 생각했다는 게 김 기자 주장이다.
사전에 동의를 받지 않은 것에 김 기자는 “보통 운영비는 간사단에서 결정하는데 간사단에서 OK했다”며 “그래도 전체 의견을 물어봐야 하는데 (첫 공지 때)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 앞서간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김 기자는 “선의로 추진했지만 젊은 기자들이 '고참들만 쓰고 우리는 눈치보여 언제쓰겠나'라는 의견이 있는데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아서 5대로 늘렸다”며 “(수정한) 안을 가지고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내가 무슨 이득을 보려고 하는 일도 아닌데 자꾸 말이 나오면 굳이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내일(11일) 오전까지 의견을 모으겠다”고 했다.
다만 '접촉이나 밀집도를 높일 수 있으니 설치하지 말자'는 주장에는 공감하지 않았다. 김 기자는 “춘추관 기자실을 보면 전화 교환원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과밀 지역으로 원래 춘추관은 공동운명체”라며 “제3자들이 들으면 (반대의견에 대해) '그럴 수 있겠구나' 싶지만 실제 업무환경을 보면 (해당 반대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이구나 하고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춘추관에 방역요원들이 늘 와서 방역을 하는데 이분들이 신경쓸 것을 추가할 뿐”이라며 “방역에 가장 예민해야 할 청와대 춘추관에서 나올 수 없는 경솔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각 사에서 내는 공동 비용은 양질의 기사를 생산하는 취재지원 목적에 사용해야지 몇몇이 누릴 신체적 안락함을 위해 써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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