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혹시 나도 '숨은 감염자'일까?

조회수 2020. 9. 15. 1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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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명 중 항체를 보유한 사람은 단 1명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가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항체 검사를 진행한 결과, 1440명 중 항체를 보유한 사람은 단 1명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진행된 항체 검사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숨은 감염자' 얼마나 되는지, 어느 정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면역이 형성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한다.

결과는 1440명 중 1명 꼴로, 지표상 무증상 감염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반화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번 조사에선 8월 이후 일어난 수도권 2차 유행이 반영되지 않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6월10일부터 8월13일까지 전국 13개 시·도에서 수집한 국민건강영양조사 잔여 혈청 1440건에 대해서 항체 및 중화항체 검사를 한 결과 단 1건만 양성으로 확인됐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14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항체) 양성률이 높지 않은 것은 유럽이나 미국처럼 지역감염이 광범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방역 노력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약 1500건의 혈청 조사 결과로 무증상 감염률을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조사를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8월 중순 이후 대규모 유행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방역당국은 항체가 생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해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검체를 모아 조사를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체 검사란?

항체 검사는 사람의 혈액 검체를 검사하여 코로나19 원인 바이러스인 SARS-CoV-2에 대한 항체를 찾는 검사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하면 체내에는 바이러스에 대항할 항체가 형성된다. 특히 이 바이러스에 대응력이 있는 항체를 중화항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혈액 내에서 항체가 검출되면, 실제 병을 앓고 난 흔적이 발견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항체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코로나19를 앓았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14일 이내로 매우 최근에 감염됐거나, 항체가 형성됐지만 검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화항체가 형성되더라도 3개월 뒤 없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 6월 나오기도 했다.

또한 생성된 항체가 얼마나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지, 얼마나 오래가는지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한국 방역당국도 항체 검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항체 검사 시약은 정량적인 분석이 불가능하고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외에도 흔한 감기를 일으키는 일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교차반응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나라에서 쓰이는 ‘래피드키트’라는 간이 항체검사는 비교적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항체 검사를 두 단계로 진행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항체검사를 진행하고 양성이 나올 경우, 중화항체검사를 2차로 진행한다.

정 본부장은 어제 브리핑에서 “중화항체법은 정말 방어력이 있는 항체가 몸에 있는지 없는지를 보는 어려운 검사”라며 실제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세포에서 검사해야 되기 때문에 질병관리청에서 직접 검사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단면역은 언제부터 가능한가?

'집단면역'은 예방 백신을 맞거나 질병에 걸린 후 항체를 형성해 집단 구성원 상당수가 면역력을 갖게 된 상태를 의미한다.

면역력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 감염원이 유입될 경우 감염병은 빠르게 퍼진다. 하지만 상당수가 면역력을 가지게 되면, 면역력이 없는 사람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여러 국가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WHO는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서는 적어도 인구의 60~70%가 항체를 보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오롯이 자연면역에 의존한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아직도 엄청난 수의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려야 한다는 거다.

14일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657만 명을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미국도 전체 인구의 약 2%만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코로나19 집단면역: 어디에 있나'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자연감염을 통해 집단면역을 보유하려면 어마어마한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일일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인구의 50% 이상이 자연감염으로 면역력을 보유했다고 가정했을 때, 미국에서 50만 명에서 210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집단면역력에 도달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효과적인 백신이 나오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스웨덴 모델

지난 4월 세계 각국에서 이동 제한과 봉쇄령, 국경차단 등 강경한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시행할 때, 스웨덴은 사실상 집단면역 방식을 채택하겠다고 했다.

스웨덴에서 50인 이상의 집회 금지, 가능한 경우 재택근무 등 최소한의 규제는 있었지만, 사람들은 평소처럼 자유롭게 외출하고 사람을 만나며 일상을 누렸다.

지난 5월 말, 스웨덴의 확진자 수는 4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4500명을 넘었다.

약 1000만 명 인구의 스웨덴에서 4500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스웨덴의 코로나19 사망률은 이웃 나라인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의 5~10배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스웨덴의 코로나19 항체 양성률은 어떻게 나왔을까?

스웨덴의 보건 전문가들은 수도 스톡홀름 인구의 40%가 올해 5월까지 코로나19 항체를 몸에 지닐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영국왕립학회 의학지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실제 스톡홀름 인구의 17%가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국 런던에 사는 사람들을 상대로 진행한 항체 검사에서 나온 수치와 유사하다.

영국은 봉쇄조치를 취하며 스웨덴과 상반된 방역 조치를 선택한 바 있다.

다만 연구진은 코로나19 사태 때 취해진 조치에 대한 영향을 정확히 분석하려면, 적어도 1~2년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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