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의 열대에 맞게 개량한 구르카 바지

남보람 2020. 12. 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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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기 동남아시아의 버마 전선은 뜨거웠다.

이에 버마 전선에 주둔하던 영연방국 군대의 장병 중 한 명이 카키-드릴 반바지를 개량하여 벨트를 더 줄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래 사진 A는 버마 전선 등 동남아시아에 파병된 영연방국 군대에 보급되었던 카키-드릴 반바지다.

'버마 전선에서 영연방국 군대가 입었던 개량형 카키-드릴 반바지를 후일 가장 인상적인 공을 세웠던 구르카 부대를 기리기 위해 구르카 반바지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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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람의 전쟁 그리고 패션-173] 구르카 바지(Gurkha Pants)_하

(상편에 이어)

1. 버마 전선과 카키-드릴 반바지의 개량

제2차 세계대전기 동남아시아의 버마 전선은 뜨거웠다. 영국군을 포함한 영연방국 군대는 한편으로는 일본군과 다른 한편으로는 열대 몬순의 전장 환경과 싸웠다. 버마 전선에 발생한 약 8만6000여 명의 전사자와 전상자 중 1만3000명가량은 질병으로 사망했다.

버마 전선의 장병들은 나날이 말라갔다. 고온다습한 기후, 열악한 보급 때문이었다. 얼마나 말랐는지 보급받은 옷이 다 맞지 않았다. 특히 카키-드릴 반바지는 벨트를 끝까지 줄여도 허리를 동여맬 수 없어 줄줄 흘러내렸다.

이에 버마 전선에 주둔하던 영연방국 군대의 장병 중 한 명이 카키-드릴 반바지를 개량하여 벨트를 더 줄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위아래 이중으로 고정되어 있던 벨트 중 위쪽의 것을 뜯어 아래에 붙인 다음 벨트를 교차하여 당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음 사진들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아래 사진 A는 버마 전선 등 동남아시아에 파병된 영연방국 군대에 보급되었던 카키-드릴 반바지다. 고정형 이중 벨트를 확인할 수가 있다. 평상시 같으면 견고하고 유용했겠지만 고정형이기 때문에 일정한 치수 이상으로 허리를 조일 수 없다.

Ⓐ 1941년에 보급된 카키-드릴 반바지 /출처= ⓒ이베이

아래 사진 B는 카키-드릴 반바지를 개량한 것이다. 위쪽의 벨트를 뜯어 아래쪽 벨트의 반대편에 붙였다. 교차시킨 벨트를 조이면 이전보다 허리를 더 조일 수 있다.

Ⓑ 허리띠를 개량한 카키-드릴 반바지 /출처 = ⓒ이베이

2. 누가 개량을 시도했으며 왜 '구르카 반바지'라고 불리게 되었을까

카키-드릴 반바지의 개량은 전세가 영연방군에 매우 불리했던 1942년에 시도되었을 것이다. 이 개량은 '구르카 부대원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그래서 구르카 반바지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 구르카 부대원이 개량을 해서 구르카 반바지라고 부른 것이 아니라 구르카 부대가 워낙 큰 활약을 해서 그렇게 명명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렇게 될 것이다. '버마 전선에서 영연방국 군대가 입었던 개량형 카키-드릴 반바지를 후일 가장 인상적인 공을 세웠던 구르카 부대를 기리기 위해 구르카 반바지라고 불렀다.'

네팔 고산지대 부족의 전사들을 모아 만든 구르카 부대는 악조건에서 굉장히 잘 싸웠기 때문에 영국이 참전한 전쟁에서 종종 선봉대 역할을 했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33개 대대 약 20만명이, 제2차 세계대전 때는 48개 대대 약 25만명이 영연방 인도군의 일부로 참전했다. 특히 태평양 전쟁의 버마 전선에서 구르카 부대는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개량형의 카키-드릴 반바지, 즉 구르카 반바지는 야전에서 비인가로 옷을 고쳐 입은 것이지만 영국군은 1945년 이를 받아들여 정식 보급하기 시작했다. 야전 장병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점에서 또 새 디자인으로 새 바지를 만드는 대신 기존 제복을 개량하기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득이 되는 선택이었다.

3. '꾸안꾸'의 대표 아이템, 구르카 바지

우리나라에 패션 세터 배정남이 입고 등장하면서 구르카 바지 붐이 인 적이 있다. 그가 SNS에 구르카 바지를 입은 사진을 올리자 각종 패션 쇼핑몰에 '배정남 바지 구르카 바지' 제하의 아이템이 줄줄이 떴다.

구르카 바지를 입은 모델 배정남 /출처 =ⓒ배정남인스타그램

오늘날 구르카 바지는 소위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패션의 아이템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화려한 컬러에도, 단정한 정장에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구르카 바지의 원형인 카키-드릴 반바지가 전장 환경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고안한 것임을 생각해볼 때 애초의 용도에 맞게 제대로 입고 있는 것이다.

구르카 반바지는 화려한 상의에도 단정한 옷차림에도 두루 잘 어울린다. /출처= ⓒthreepointcrown.org

[남보람 정치학 박사, 전쟁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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