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개벽 앞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박윤선의 부동산 TMI]
오랜 갈등 지나 아파트촌으로 변신 준비
거주민 협의 이끌어내는 것이 과제


인권유린부터 화재까지, 가장 많은 사건 사고가 벌어졌던 마을을 꼽자면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재건마을이 아닐까 싶습니다. 재건마을의 원래 이름은 포이동266번지였습니다. 2011년 일어난 대형 화재로 마을이 폐허가 됐었는데요, 이를 복구하면서 재건마을이란 이름을 새로이 갖게 됐습니다. 재건마을은 1980년대 영동대교 주변에 모여 살던 빈민들을 강제 이주시키면서 생긴 판자촌입니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때는 출입 통제를 당하는 인권유린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헌인마을은 다른 마을들과는 조금 다른 탄생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이곳은 감염성이 없는 한센병력자들을 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한 정착촌으로 1961년 출발한 전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강남구 수정마을과 달터마을, 홍제동 개미마을, 서초구 성뒤마을, 응봉마을 등 소규모 무허가 주거지가 서울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개발 사업이 가장 순항하고 있는 곳은 백사마을입니다. 백사마을에 2,400여 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개발 사업(조감도)은 상반기 서울시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습니다. 사업 시행사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올해 안에 사업시행인가를 끝내고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사업이 급물살을 타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시세도 수천만 원이 뛸 정도라고 합니다.
구룡마을과 재건마을의 경우 개발 계획은 확정됐지만 주민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구룡마을은 지난 6월 서울시로부터 아파트 건설 계획이 실시계획 인가를 받았습니다. 임대 1,107가구와 분양 1,731가구 등 총 2,838가구가 이곳에 들어설 예정입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 가구 수를 4,000가구로 늘리고 물량 100%를 임대주택으로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와 강남구, 서울주택공사(SH)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가 만들어져 합의점을 찾고 있습니다. 재건마을에는 신혼희망타운 300가구 등 총 360가구를 건설하는 방안이 추진 중입니다. 거주민들은 임대주택이 아닌 별도의 공동체 주택 건립을 요구하고 있어 계획 발표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외에 강남구 달터마을과 수정마을은 2014년부터 거주민을 순차적으로 임대주택으로 이주시키고 공원을 조성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미 절반 이상의 면적이 공원화 됐습니다.
헌인마을은 최근 개발 논의가 새롭게 시작 중입니다. 면적 13만2,379㎡의 헌인마을은 2006년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된 이후 개발이 추진된 적이 있지만, 각종 갈등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업이 좌초된 바 있습니다. 당시 시공사였던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사업을 모두 법정관리로 밀어 넣은 악명높은 실패였죠. 하지만 지난해 시행사 ‘어퍼하우스헌인(전 헌인타운개발)’이 미래에셋대우와 헌인마을 개발에 새롭게 뛰어들었습니다. 450가구 규모의 3층 높이의 고급 타운하우스로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산 등산로 입구에 자리한 개미마을에 대해서는 서대문구가 개선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구는 도시재생과 도시정비사업 등 다양한 선택지를 펼쳐놓고 개미마을 주거환경 개선 방안을 찾는다는 계획입니다. 현대사의 굴곡마다 만들어진 마을들의 변신. 조금 느리더라도 단순한 주거 환경 정비를 넘어 치유와 화해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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