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병원이 '처녀성 검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회수 2020. 12. 3. 19:00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은 처녀성 검사를 인권 침해로 간주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은 처녀성 검사를 인권 침해로 간주하고 있다

영국 병원들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처녀성 검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BBC 뉴스비트와 'BBC 100인의 여성' 팀의 합동 탐사 보도 결과 밝혀졌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은 처녀성 검사를 인권 침해로 간주하고 있다.

검사 과정 중에는 처녀막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질 검사도 있다.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관련 검사가 비과학적이고 처녀성을 증명할 수도 없으며 일종의 학대라고 지적한다.

BBC는 "처녀막 복원"을 광고하는 사설 병원 여러 곳을 발견했다. 연락을 취해보니 이들 병원은 150~300파운드(약 22만~44만원)를 받고 이른바 '처녀성 검사'를 하고 있었다.

BBC는 21개 병원을 파악해 이 중 16곳을 조사했다. 그 결과 7곳이 '처녀성 검사'를 하고 있단 걸 인정했고 일부 병원들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모든 곳이 처녀막 재생 수술은 시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수술 비용은 1500~3000파운드(약 220만~440만원)에 달한다. NHS 잉글랜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69건의 처녀막 재생 수술이 이뤄졌다.

뉴스비트는 명예살인 등 학대와 강제결혼 피해자를 돕는 단체 카르마 너바나의 도움을 받은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는 중매 결혼을 바랐던 부모님과 감정적으로 매우 폭력적인 관계였습니다."

'도망만이 유일한 선택지였다'

"어느 날 동네 어르신이 제가 친구들과 밖에 나간 걸 보곤, 저희 어머니에게 친구들 중 한 명이 제 남자 친구라고 말했어요. 동네에 이를 두고 소문이 많이 났어요."

부모님은 그에게 "처녀성 검사"를 하라고 강요했다.

"부모님과 결혼이 거론되던 남자 측 가족은 제가 아직 처녀라는 걸 증명하려면 처녀성 검사를 받아야 결혼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무서웠고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도망가는 일만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했지요."

카르마 너바나에서 전화 상담 업무를 하는 프리야 마노타는 "(처녀성 검사에 대해) 걱정하는 여학생들의 전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마노타는 "아마 가족들이 자신이 관계를 맺었거나 처녀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는 듯하다"라며 "가족들이 검사를 받으라고 압박하는 상황일 수도 있을 듯한테 이들은 검사 결과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WHO에 따르면 처녀성 검사는 최소 20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WHO는 여성이 성관계를 했는지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고 말한다.

처녀막은 탐폰 사용과 운동 등으로 인해서도 찢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래퍼 티아이(T.I)는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딸 아이의 처녀막이 온전한 상태인지 확인하려고 산부인과에 아이를 데려가 처녀막 검사를 한다는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처녀막 재생 키트'

BBC는 처녀막을 재생시켜 준다는 처녀막 재생 키트가 온라인에서 50파운드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키트 하나를 104파운드에 구매해봤더니 독일에서 소포가 왔다. 질 조임 젤 60ml, 플라스틱 핀셋, 피 캡슐, 가짜 혈액이 담긴 주머니 3개가 들어 있었다. 키트 사용법을 알려주는 지침은 따로 없었다.

아슈파크 칸 박사는 환자들에게서 처녀성 검사와 처녀막 재생 요청을 받아온 산부인과 의사다.

그는 "영국에서 왜 이게 불법이 아닌지는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칸 박사는 "처녀막 일부가 없다고 하면 흔히들 처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무엇보다도 잘못된 생각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처녀막은 찢어질 수 있다. 그런데도 처녀막 인증서를 써 준다면 그건 허위로 증명서를 내준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공동체를 교육하라'

칸 박사는 이 관행을 철폐하기 위해 여러 조치가 선행되야 한다고 봤다.

그는 뉴스비트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지도자들이 여성할례(FGM 여성성기절제) 문제점을 강조하자, 전 세계 지도자들도 이 문제의 심각성에 동감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라고 했다.

처녀막 검사도 같은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내가 보기에 (처녀막 검사) 역시 또다른 범죄다. 우리는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시술에 연루되고 있다"라고 개탄했다.

올해 초 중동여성사회기구는 "처녀성 검사"를 금지하는 캠페인을 시작하며 관련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설립자인 할랄레 타헤리는 "처녀성 재생이 금지되길 바라지만, 적절한 교육 없이 이 관행을 금지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뿐이다. 이러한 관행 뒤에는 처녀성에 대한 낙후된 사고방식이 자리잡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우리가 우리 지역 사회를 교육하고 이 생각을 뒤집게 된다면, 그땐 처녀막 재생술이 필요없게 되리라고 본다. 자동적으로 관련 사업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