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마다 마우스 클릭해야.. 감시받는 기분"

김효인 기자 2020. 8. 2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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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택근무 천태만상

서울의 한 금융권 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박모(38)씨는 지난 18일부터 재택근무 중이다.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다. 박씨는 "에어컨이 마루에만 있고 서재에는 없어서 방문을 열고 근무하다 보니 유치원생·초등학생 아이 둘이 시도 때도 없이 난입한다"며 "에어컨을 24시간 틀게 돼 이번 달 전기세가 전달 대비 10% 넘게 늘어난 데다 배달 음식도 더 많이 먹게 되고, 밖에 안 나가니 살까지 찌는 '재택 3재(災)'가 발생했다"고 했다.

이번 달 들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2차 확산기를 맞자 기업들도 재택근무를 재도입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올 들어 두 번째 근무 형태를 바꾸는 셈인데, 직장인마다 갖가지 '재택근무 신풍속도'가 등장하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휴원 중이고 학교들이 2학기에도 전면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면서 육아와 일(업무)을 동시에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경우가 많아서다.

◇방역 때문에 재택하는데… "카페 가서 업무"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직장인 정모(37)씨는 "아이 때문에 집에서 집중하기가 어려워 남편과 번갈아가면서 동네 카페에 가서 근무하는데 솔직히 여기는 방역에서 안전한가 하는 걱정도 있다"면서 "또 원격 근무에 화상회의가 많아졌는데, 카페에서 진행하기 눈치 보일 때가 많고, 더욱이 회사 내부의 이야기가 오가는데 '이런 공공장소에서 말을 해도 되는 건가?' 싶을 때도 많다"고 말했다. 현행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은 업무 특징에 따라 회사와 협의해 자택 외 장소를 특정해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열어두었다. 여기에 별도의 제한 장소는 권고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내과 교수는 "방역을 위해 재택근무를 권하는 상황에서 카페 등 불특정 다수가 많은 장소는 제외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15분에 한 번씩 마우스 흔들기' '퇴근 전 업무 일지 작성' 근무 시간 확인 천태만상

재택 중 근무를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려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한 공기업은 외부에서 내부 전산망에 접속 시 작업을 하고 있지 않으면, 15분 단위로 접속이 끊기도록 설정해놨다. 보안 차원에서 취해진 조치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 직원은 "15분에 한 번씩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키보드를 쳐야 하는데, 일종의 감시 체계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한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29)씨는 "지난 3월에 2주가량 재택근무를 했었는데 근무지 이탈 사례가 있어서 이번에는 매일 아침 음성 회의를 하고, 퇴근 전 업무 일지를 작성하게 됐다"며 "가욋일이 늘어나 불편하다"고 했다.

◇"영업 사원은 재택근무 사실상 불가" 상대적 박탈감 호소하기도

재택근무를 위해 필수적인 IT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기업이나 생산직·외근직 근로자에게는 재택근무가 언감생심이다. 모 통신사의 경우 지난 23일 서울 동작지사 직원 1명, 서대문지사 2명이 확진된 후 수도권과 부산 지역 직원들에 대해 오는 30일까지 재택근무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내부에선 "재택을 해본 적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영업직 사원은 "수도권 지사에 다니지만 여전히 고객 찾아다니며 영업하고 있다"며 "필수 인력 제외 전원 재택이라는데 80%가 필수 인력"이라고 했다.

◇고용부 '허술한 가이드라인' 비판에도 업데이트 늦어져

지난 4월 발표된 고용부의 '코로나19 관련 재택근무 가이드라인'은 재택근무 중 근무 시간 정산법과 추가 근로 수당 지급 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노사 갈등의 소지가 크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이드라인에는 보안을 요하거나 고객 정보를 다루는 은행, 보험회사 등에서 재택근무 중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재택근무 중 산재가 발생할 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를 어떻게 입증해야 할지 여부 등도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지 않다. 고용부는 9월 중 보완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 경영계 관계자는 "메신저로 말을 거는 순간부터도 업무 시작 시간으로 봐야 할지, 다음 날 업무 범위에 대한 지시를 내리기 위한 원격 연락도 야간작업에 포함할지 등 보다 구체적인 예시를 제시하지 않는 한 법적 분쟁 소지가 계속 남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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