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곰팡이, 화성인 보호한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0. 7. 2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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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우주방사선 차단 가능
체르노빌 원전 사고 현장에서 채집한 검은 곰팡이들. 검은색을 내는 멜라닌 색소가 치명적인 방사선을 흡수해 화학에너지로 전환한다./NASA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도 살아남은 곰팡이가 인류의 화성 식민지 건설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원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사선을 이겨낸 곰팡이가 화성에 쏟아지는 우주 방사선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에임즈연구센터의 닐스 에버레시 박사 연구진은 지난 17일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체르노빌 원전에서 채집한 곰팡이가 우주 방사선을 막을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우주정거장에서 방사선 차단 성공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가 난 지 5년 뒤인 1991년 과학자들이 원자로 벽에서 검은색의 곰팡이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검은색을 내는 멜라닌 색소가 치명적인 방사선을 흡수해 곰팡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화학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현장에서 채집한 클라도스포리움 곰팡이의 전자현미경 사진. 우주정거장에서 우주방사선을 차단하는 능력이 입증됐다./DENNIS KUNKEL MICROSCOPY

에버레시 박사 연구진은 체르노빌에서 채집한 검은색 곰팡이 중 ‘클라도스포리움 스패로스페르뭄(Cladosporium sphaerospermum)’을 배양해 2018년 12월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냈다. 30일 동안 시험한 결과 배양접시에 2㎜ 두께로 자란 곰팡이가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방사선을 2%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만약 클라도스포리움 곰팡이를 21㎝ 두께로 배양할 수 있다면 화성에 사는 우주인을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지구의 곰팡이는 기온이 훨씬 낮고 물이 없는 화성에서 살기 어렵다. 연구진은 “화성 거주지의 단열벽 안에 곰팡이를 넣고 물은 화성의 극지방에 있는 얼음을 녹여 쓰면 된다”고 밝혔다.

체르노빌 곰팡이에서 멜라닌 색소만 추출해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역시 체르노빌의 ‘크립토코커스 네오포르만스(Cryptococcus neoformans)’ 곰팡이에서 추출한 멜라닌을 플라스틱에 섞어 우주정거장으로 보내 우주 방사선을 막을 수 있는지 실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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