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설 쓰는 두산 플렉센이 떠올린 '가을 레전드' 니퍼트 [스경XPO1]
[스포츠경향]

두산의 가을야구하면 팬들은 가장 먼저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9)를 떠올린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넥센, NC, 삼성을 제쳐 올라가는 과정에서 니퍼트는 말 그대로 ‘언터처블’이었다. 준플레이오프 1경기에서 7이닝 2실점했을 뿐,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네 경기에서 25.1이닝을 던지면서 단 한 점의 실점도 내주지 않았다.
니퍼트가 완봉승 1승 포함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7승 중 3승을 책임져주면서 두산은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패권을 거머쥐었다. 니퍼트는 당시의 기억을 갖고 있는 많은 팬들에게 지난 4일 잠실야구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시구자로 나서기 위해서였다.
203㎝의 니퍼트는 191㎝의 당시 선발 크리스 플렉센(26)과 인사를 나눴다. 두 경기가 지나서 꺼내는 표현이지만 그 장면은 두산의 신구 포스트시즌의 ‘에이스’가 조우하는 역사적인 장면이었다.
2015년 두산에는 니퍼트가 있었다면 2020년 두산에는 플렉센이 있다. 지난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이어 다시 플레이오프 1차전에도 호투를 펼친 플렉션은 1차전 MVP로 선정됐다.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중립경기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플렉센은 무소불위의 구위를 선보였다. 인생의 번뇌를 상징하는 108개의 공을 던진 플렉센은 한 구 한 구를 던질 때마다 팬들의 번뇌를 지워나갔다. 최고시속 152㎞가 넘는 빠른 볼과 최저시속 112㎞로 무려 속구와 평균 시속 30㎞ 차이가 나는 커브 그리고 타자의 무릎팍 인근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슬라이더로 KT의 강타선을 얼어붙게 했다.
7.1이닝 동안 4안타만 내줬으며 11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비록 불려놓은 두 명의 주자가 구원투수 이영하의 실점으로 모두 자책점이 돼 승리는 놓쳤지만 지난 LG전 6이닝 4안타 무실점에 이어 플렉센은 ‘가을의 에이스’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줬다.

플렉센도 니퍼트와의 만남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플렉센은 “굉장히 키 차이가 많이 났다”고 놀라워하며 “업적이나 기록들은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 살아있는 전설을 직접 봐 놀라웠다”고 존경심을 표현했다. 다시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호투한 플렉센은 니퍼트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니퍼트의 5년 전을 기억하냐는 질문에 플렉센은 “그때의 니퍼트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해주니 기분이 좋다. 하지만 ‘레전드’인 니퍼트를 따라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던지는 때마다 최선을 다하다보면 좋은 투구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몸을 낮췄다.
플렉센은 이미 지난해 KT에서 검증이 된 라울 알칸타라와 달리 올시즌 처음 KBO 리그에 합류하면서 아시아 야구를 접했다. 2012년 뉴욕메츠에 입단해 빅리그 경험도 있는 그였지만 첫 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지연개막으로 애를 먹었다. 게다가 시즌 중반 7월 발목부상으로 두 달이나 마운드를 비웠다. 그는 결국 그의 구위를 보고 끈질기게 기다려준 구단에게 가을에 들어 은혜의 원금에 이자까지 갚고 있다.
플렉센은 “이렇게 좋은 감각으로 오래 던질 수 있었던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 모든 것이 포수 박세혁과의 좋은 호흡 때문이다. 그에게 감사한다”고 다시 겸양의 미덕을 보였다. 구위에 인성까지 갖췄다면 그를 바라보는 두산 팬들의 마음은 또 하나의 ‘가을 레전드’ 등장 예감에 설렐 수밖에 없다.
고척|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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